생성형 AI가 만든 얼굴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리는 지금, 생성형 AI가 만든 인물들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존재로서 바라보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나는 저번에 현실이 이미 가상현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진짜’라고 여기는 이 세계 또한 누군가의 설정이거나, 거대한 알고리즘 속에서 순환하는 시뮬레이션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가정은 과장된 음모론이 아닌 지금 이 시대를 살아온 나의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즘 나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시스템으로부터 끊임없이 생성되어 나오는
이름 없는 인물들에 주목하고 있다.
프롬프트 하나로 생성되는 인물들 짧은 동영상 속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무명의 존재
그들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혹은 말할 권리는 있었던 걸까?
최근 나의 작업은 그러한 생성된 존재들을 모으고 그들의 표정과 몸짓, 표면에 드러나는 감정을 통해 그 안에 삶의 흔적을 상상해 보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이들을 쉽게 만들고, 쉽게 지운다. 그러나 나는 이들을 수집하고 프롬프트를 다시 되살려 그 안에 잠재된 개인의 서사를 상상해보고자 한다.
그 서사들은 짧은 인터뷰 영상으로 구현된다. 가령 “나는 원래 언론인으로 설정되었으나 이후 광고모델로 변경되었어.” 혹은 “내 표정은 슬픔을 학습한 결과물이지만, 나는 내가 왜 슬픈지 설명하지 못해.”와 같이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얼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생성되고 사라지는 존재들이 ‘어쩌면 주체를 가질 수도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은 철저히 창작자의 시선이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현실에서 어떤 설정값 아래 살아가고 있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역할이 바뀌기도 하며 쉽게 잇혀지기도 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더 이상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물리적이고 기술적인 구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을 만들 수 있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작업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한 윤리적 사유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가상의 인물이더라도 그 안에 투사되는 감정과 서사가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소비’하는 태도 너머의 존중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아니면 이렇게 만드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