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는 예술이 예술답다.

by kim hojin

우리는 어떤한 일을 할때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방향을 정한다. 그렇기에 예술에도 최종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흔히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목표는 완성된 작품, 사회적 메시지, 관객의 감동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나는 예술가에게 목표는 필수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완성도라는 정점이나 절대적인 만족은 애초에 닿을 수 없는 추상에 가깝다. 예술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행위가 아니라 끝내 닿지 못하는 상태를 살아내는 과정이다.


목표가 없다는 것은 무계획이나 무책임과는 다르다. 예술에는 언제나 우연성과 불완전성이 개입한다. 아무 의도 없이 나온 것이 오히려 주목을 받기도 하고 오랜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것이 무심히 외면되기도 한다. 과정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예술가는 만족이라는 기준에 도달해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더는 손을 움직일 수 없는 물리적 순간에 이르면 도구를 내려놓는다. 작품의 완성은 목표 달성이 아니라 멈춤의 순간에서 발생한다.


들뢰즈는 존재를 고정된 본질이 아니라 끊임없는 생성으로 이해했다. 세계는 하나의 정의로 닫히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흘러가고 변용하며 사건으로 발생한다. 예술도 그렇다. 특정한 목표를 통해 규정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속성이자 현상이며 흐름 속에서만 포착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을 정의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목표로 환원되지 않고 생성하는 과정 속에서만 살아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목표 없는 예술이야말로 예술답다.


우리가 비가 내린다고 해서 특별한 태도를 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우산을 펴고 바람이 불면 옷깃을 여미듯 그저 반응할 뿐이다. 비가 그치면 우산을 접듯 예술도 다가왔다가 흘러간다. 목표를 세워 쫓아가야 할 대상이 아닌 순간마다 흔들고 스쳐 지나가며 남는 현상. 그래서 목표 없는 예술이 예술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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