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여전히 예술가일 수 있을까?

예술가라는 이름은 곧 AI에게 넘어갈 것이다.

by kim hojin

최근 전시를 준비하며 인공지능에게 불특정 한 API 데이터를 프롬프트로 제공해 수많은 드로잉을 생성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결과물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우연히 들은 음악이 알고 보니 기계가 작곡한 것이라는 사실에 놀란 적도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기계가 예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시기를 지났다. 이제는 그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인간은 여전히 예술가일 수 있는가?”


인공지능은 누구보다 빠르고 넓게, 그리고 때로는 인간보다 더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 앞에서 우리는 불안해한다. 그 불안의 뿌리는 결국 인간만의 특권이라 여겨왔던 창조의 영역에 침범자가 등장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한편에서는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예술이 숭고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자기 위안이라 본다. 흔들림, 실수, 모순이 예술의 자원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인간만이 예술가일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의 모순과 욕망을 학습하며, 그 속에서 우연과 변주를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조금 더 밀어붙여 상상해 보자. 지금은 우리가 프롬프트를 주어야 창작하지만 언젠가 인공지능은 인간의 요청 없이도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듯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인공지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별개의 종족처럼 나타나 인간과 함께 예술의 무대에 설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사회와 시장은 이름과 소유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이름을 빌려 활동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다. 그것은 위선적인 사회의 부작용이지만, 그렇다고 예술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만들어졌는가라는 사실이다.


많은 예술가들은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경외심을 느낀다. 인간이든 인공지능이든 그 앞에서 경이와 존경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존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술이다. 예술가의 자리는 경쟁의 자리가 아니라 탐구의 자리다. 우리는 기계와 겨룰 필요가 없다. 어쩌면 앞으로의 예술가들은 인공지능의 제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굴욕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또 다른 배움의 방식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잡아 창작하는 시간은 멀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고 예술의 본질을 붙잡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때 인간은 여전히 예술가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예술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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