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회고
‘Salvadystopia’는 기후 위기라는 묵직한 현실을 예술의 언어로 전환해 보여준 미디어아트 전시였다. 이 전시는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대표작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를 현대적으로 차용하며, 인간이 마주한 자연의 낯섦과 위태로움을 전시 공간 안으로 끌어들였다. 프로젝트의 제목인 ‘Salvadystopia’는 ‘구원(Salvation)’과 ‘디스토피아(Dystopia)’를 합성한 조어로, 예술이 오늘날의 기후 문제 앞에서 어떤 긴장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묻는 상징적 표현이었다.
전시는 세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다. 전시장 내부는 삼면의 프로젝션 맵핑으로 둘러싸였고, 관객은 중앙의 단상 위에 서서 각 파트를 마주하게 되었다. 마치 무대 위에 오르듯, 관객은 단순한 수용자를 넘어 작품의 맥락 안으로 ‘배치’되었다.
석정민 작가는 2022년 영국의 환경단체 ‘Just Stop Oil’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티셔츠에 새겨진 구호, 화면을 깨부수는 남성, 모니터 속의 무력한 복구 장면—이 모두는 환경 문제를 둘러싼 극단적 퍼포먼스가 때로는 그 메시지의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작가는 모니터 속 세상을 ‘현실’로 상정하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훼손과 복구의 장면을 병치시킴으로써,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의 행위와 ‘의미를 위해 문화재를 파괴하는’ 과격한 환경운동 사이의 이중성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임대호의 작품은 시각적 강도를 높이며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150여 종의 멸종된 나비 표본을 실제 이미지로 편집한 이 작품은, 인간을 멸종한 나비에 비유하며 자연 생태의 경고음을 시청각적으로 울린다. 작품의 구조는 하나의 컴퓨터 시스템처럼 작동하며, ‘갤러그’라는 오래된 아케이드 게임의 형식을 차용해, 인류 문명의 파괴를 놀이처럼 역설적으로 제시했다. 관객은 이 가상의 시스템 안에서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나비들과 마주하며, 환경 파괴가 더 이상 ‘미래의 예언’이 아닌 ‘진행 중인 현실’임을 직감하게 된다.
차오의 작업은 시적이고 해학적인 장치를 통해 환경 문제의 생물학적 영향을 이야기한다. 기형적인 유전자 변형 동물들과 상징적 캐릭터 ‘셀버’는, 현실에 무감한 인류의 무표정을 희화화한다. 특히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묘사된 내레이션은 작품의 기조에 이중의 감정을 더한다. 웃음을 자아내지만 곧 그 웃음이 불편함으로 변하며, 그것이 감각적인 반전을 일으킨다. 이 작품은 가장 유희적이면서도 가장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도 여전히 적응 중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전시의 사운드는 김재현 사운드 디자이너가 맡았다. 그는 각기 다른 결의 작업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기 위해 즉흥 작곡(improvised composition) 기법을 활용하였다. 리듬을 최소화하고 비구조적인 사운드 레이어를 중첩시킨 이 구성은, 세 개의 작품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하나의 신체처럼 움직이는 감각을 만들어냈다. 이는 영상예술에서 보기 드문 접근이었고, 그만큼 청각적 몰입도도 강렬했다.
전시는 끝났지만, 이 전시가 남긴 질문들은 아직 유효하다. 예술은 현실의 문제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지나치게 비판적이면 거리감을 만들고, 너무 서정적이면 무력해진다. ‘Salvadystopia’는 그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시도했다. 작가들의 해석은 명확하거나 선명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모호함이 관객의 질문을 유도하는 힘이 되었다. 예술은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사유의 틈을 만들어야 할 때가 있다. 이 전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기능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파국 앞에서, 예술가들은 작게 움직였고, 관객은 그 움직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것이 이 전시의 가장 중요한 성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전시는 하나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Salvadystopia’를 계기로 시작된 우리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는 단일 전시로 모두 담아낼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이며, 이와 같은 담론은 예술 안에서 끊임없이 갱신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만의 시선과 매체를 통해 환경을 해석하고, 작지만 지속적인 실천으로서의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소규모의 실험적인 시도에서부터 보다 확장된 규모의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작 방식으로 예술과 환경을 잇는 다리 위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