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속에 빛나는 이끼, 충돌하는 세계

서평, 아서 I. 밀러의 『충돌하는 세계』

by kim hojin
우리는 빛나는 이끼를 두개골 속에 심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까?


Jun Takita, Light, only light, 레진, 유전자 조작 이끼, 30 x 25 x 25cm, 2011


만약 어떤 예술가가 뇌의 전기 신호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빛을 내는 물체를 두개골 안에 삽입하는 작품을 만든다면, 우리는 그를 예술가로 바라볼 수 있을까?


아서 I. 밀러의 『충돌하는 세계』는 과학과 예술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책이다. 뉴턴이 1687년 발표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는 자연철학을 과학과 예술로 분리하는 전환점이 되었지만, 밀러는 현대의 융합예술이 이 간극을 다시 좁혀나가는 과정을 조망한다.


C. P. 스노우가 『두 문화』(1959)에서 지적했던 과학과 예술 사이의 간극은, 인공지능, 가상현실, 생명공학 등의 첨단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동시대적 사례들을 통해 점차 축소되고 있다. 밀러는 이 변화 속에서 “과학을 위한 예술, 예술을 위한 과학”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두 영역은 이제 서로를 자극하고 확장시키는 순환구조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단지 기술적 융합이 아닌 예술가와 과학자의 태도와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밀러가 예술가들과 나눈 인터뷰와 대화는 단순한 사례 소개를 넘어, 융합이라는 개념의 인간적 의미를 탐색하는 중재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과학과 예술은 인간 경험의 어떤 본질을 공유하는가?”


이 책이 초판으로 출간된 지 5년이 흐른 지금, 기술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도래한 디지털 환경, 확장현실(XR) 그리고 나날이 진화하는 인공지능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밀러의 복잡한 개념과 통찰은 번역 과정에서 다소 단순화되어 전달되는 면이 있어 독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돌하는 세계』는 다가올 융합의 지형을 상상하고 주도할 이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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