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경복궁에 갔다가 깜놀한 기억이 있다.
연못 위의 떠있던 정자 향원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사 안내문엔 '오랜 세월에 기울어짐이 심해져 해체 후 보수하여 다시 세운다'라고 쓰여있었다.
문화재도 수명 연장을 위해 해체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눈앞에서 사라진 것을 본 것은 어쨌든 충격이었다.
향원정은 어릴 때부터 소풍이나 사생대회 때 자주 봐왔었고
앞으로도 백년 천년 항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줄 알았다.
해체된 향원정의 적나라한 사진을 본 후로
나는 오래된 문화재들을 더욱 애틋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문화재라고 모두 몇백 년 세월의 흔적이
영원히 유지되는 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향원정 이야기>
보물 제1761호
향원지 가운데 섬 위에 세워진 육각형의 정자로, 1867∼1873년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왕과 그 가족들이 휴식을 취했던 대표적인 장소다.
*공사 내용: 향원정을 초석 이상 해체 후 기초 보강하고 부식재 교체 후 재 설치한다*
내 기억으론 작년(2020)에 공사가 끝난다고 알고 있었는데 경복궁에 문의해보니
올 9월로 공사가 연장되었고 그것도 확실치는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