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 내가 졌다.
오늘도 늦잠이다.
분명 알람을 7시, 7시 30분, 8시, 8시 30분 이렇게 네 개나 맞춰 놓았는데, 일어난 시간은 아침 10시 30분.
허둥지둥 집을 치우고, 엄마 따라 늦게 일어나서 비몽사몽 한 아이들에게 급하게 양말과 바지만 입혀서, 친정에 데려다주고 이브닝 출근을 했다.
사람이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마음이 급하고, 예민한 법.. 오늘 내가 그랬다.
작년까지 큰아이가 입다가 작아진 빨간색 패딩을 둘째에게 입혔는데, 둘째가 울기 시작한다.
"나는 분홍공주야. 분홍색이 좋아. 이 옷 싫어"
화가 났다. 출근은 해야 되고, 시간은 촉박한데
옷 타령을 하다니.. 갑자기 화를 주체할 수가 없어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입지 않겠다는 옷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아이는 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큰 아이는 얼음이 되어 옆에 가만히 서있었다.
© Free-Photos, 출처 Pixabay
화를 내고 나서 생각했다
"세상에 나가 무슨 짓을 한 거지?"
"30분만 일찍 일어났으면 됐을 텐데.
내가 늦게 일어난 주제에, 애들한테 빨리하라고 화를 내고 있다니"
아차 싶었다. 30분만 일찍 일어났어도, 아침에 경제신문도 여유롭게 보고, 아이들 친정 보낼 준비도 미리 해놓고,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었을 텐데...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한 법인데, 여유없이 급하게 허둥지둥 준비 하다보면 아이들도 불안하지...
나의 기상 시간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던 것이다.
2020년 올해 새해에 계획에서
"일주일에 3회 미라클 모닝 하기"
야심 차게 다짐했었건만, 아무래도 이번 연도는 글렀다.
작년부터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수많은 이웃님들을 만났다. 대부분 육아맘이나, 워킹맘, 재테크에 관심이 많거나 책을 좋아하는 이웃님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미라클 모닝" 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아침 기상시간은 좀 더 당겨서,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 탄력 있는 삶, 절제하는 삶, 하루의 아침을 이른
시작에 시작하는 부지런한 분들이 세상에는 참 많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유난히 잠이 많았다.
신규 간호사 시절에는 나이트 근무가 끝나면 9시간 이상을 출근 직전까지 잔 적도 있으며, 쉬는 날에는 20시까지도 잔 적이 있다.
물론, 그건 시간 많던 아가씨 때의 이야기지...
아이를 둘 낳고, 삼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욕심 많은 나는
자꾸 이것저것 하려고 했다.
블로그. 인스타, 주식 공부, 독서, 경제 공부 등등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항상 시간에 쫓겨야 했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나도 남들처럼 미라클
모닝이란 걸 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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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못 일어날걸 뻔히 알면서도
항상 알람은 네 개씩 맞춰 놓는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도 보고, 블로그 포스팅도 하나 하고 강의도 하나 들어야지"
야심 차게 다짐한다.
그리고 어중간한 시간 밤 12시에 잠이 든다. 영양가 없는 소셜 핫딜을 보면서 사지도 않을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알람은 흔적도 없이 꺼져있고, 또 시간에 쫒긴다.
요즘에는 코로나가 너무 심해져서 아이들 등원을 안 시키고 친정에 맡기고 있지만, 저번 달까지는 아이들이 등원을 했었다.
큰 아이 유치원 등원 차량 버스는 8시 40분에 오는데,
처음에는 40분까지 나가지 못하면 차량 선생님께 전화가 왔었다.
"어머니 차량 출발합니다"
"네 선생님 먼저 가세요, 제가 따로 데리고 갈게요 죄송해요 "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날부터 차량 선생님께 연락 조차 오지 않았다...
나는 이런 엄마다. 아이가 둘이나 있으면서, 잠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는 게으른 엄마.
한편으로는 끈질기고 집요하기도 하다.
1년 내내 한 번도 미라클 모닝을 성공한 적은 없지만
알람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맞춰 놨으니 말이다.
미라클 모닝.. 정말 하고 싶었다.
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명상도 하고, 잠자리고 깔끔하게 치우고, 차 마시면서, 독서하고, 하루의 계획을 세우는 그런 자기 관리 철저한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미라클 모닝에 실패한 이유를 굳이 꼽자면
나는 삼 교대하는 직장맘이라서....??
한 달에 (빨간 날 + 공휴일) 이렇게 평균적으로 8~10번 정도를 쉰다. 그럼 평균 20번 정도 일하는 꼴인데
그중 야간 근무가 5개.
오후 근무 (오후 1시 -10시 퇴근) 12~13개
새벽 근무 (아침 5시~오후 3시) 2-3 개
내 근무 표는 이렇다. 오후 근무 13번 동안
미라클 모닝 해도 한 달에 13번은 성공이네? 쉽게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나 자신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은 채
남들이 하는 것이 따라 하고 싶었나 보다.
야간근무를 한 달에 5번이나 하고, 나머지 생활패턴이 엉망인데 무슨 미라클 모닝?
야간근무 한번 하고 나면, 10년은 늙는 느낌이다. 하루 종일 졸리고 물먹는 솜처럼 몸이 축 처진다.
오늘은 오전 근무 그리고 하루 쉬고 내일은 야간 근무, 그랬다가 하루 쉬고 또 오후 근무.
이건 평범한 사람의 생활 패턴이 아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년부터는 되지도 않는 미라클 모닝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대신, 아침 시간 한 시간 정도씩은 기상 시간을 당겨 조금 부지런해지기로 했다.
괜히 늦에 일어나서 아이들에게 화내고, 빨리하라고 재촉하고, 소리 지르는 일이 없기를..
내년부터 지키지도 못할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했다.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내 상황에 맞게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그렇게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미라클 모닝 대신, 아침 한 시간 일찍 일어나기! 그것만 성공해도 만족이다.
ps, 딸들아, 아침에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엄마가 마음이 급해서 그랬어. 좀 더 부지런한 엄마가 되어볼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