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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Jan 14. 2021

원고작성 알바하고 돈 떼인 이야기

엄마의 돈 공부


© rupixen, 출처 Unsplash



우리는 맞벌이 부부였지만, 돈이 잘 모이지 않았다.

물론 내 씀씀이가 컸던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친정어머니께 아이들 봐주시는 양육비를 드리고, 아파트 대출을 갚고 양가 부모님 용돈까지 드리면,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여유 자금 모을 돈이 없었다. 적금도 들고, 여유 자금도 굴려서 투자도

하고 싶고 그랬다.


그래서 "뭐 부수입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아는 동생이 "원고 작성 알바"를 하고 있는데

월 수입이 20-30 만원 정도

열심히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권해주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내가 또 글 쓰는 건 자신 있지"


하면서, 업체를 소개받아서 바로 진행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시스템을 말하자면,

업체에서 사진 20여 장과, 키워드를 준다. 그 사진을 받아서 그에 맞게 후기를 작성해 준다.

원하는 키워드를 본문과 제목에 녹이고 마치 내가 사용한 것처럼, 내가 먹을 것처럼

거짓부랭이로 후기를 쓰는 거다.


물론, 아르바이트비에서 세금을 제외한 후 돈을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꾀 합법적인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찌 됐건 거짓 후기니까 말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체험단과는 다르다. 체험단은 물건을 업체 측에서 받아서

직접 사용하고, 후기를 작성하며 후기 내용에 (업체에서 물건을 제공받았습니다)

명시를 해야 하지만... 원고 작성 알바는, 원고비를 받고

거짓 후기를 작성해 주는 거니까.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게 아니고

원고 그대로 업체에게 다시 보내줌)


2000자, 3000자, 4000자

글자 수에 따라서, 가격이 다른데

2000자의 경우는 5000원부터 있고

최고 8000자는 15000원까지 주는 경우도 있었다.

8000자를 썼을 때는

진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쓰고 쓰고 아무리 말을 늘려 써도 8000자가

쉽지 않았다. 정말 괴로웠다.

쓰는 것만 꼬박 두 시간 이상이 걸렸던 것 같다.


내가 아르바이트했을 때는 3년 전쯤이었는데

아직도 이런 알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원고를 작성해서, 사진과 함께 파일을 만들어서

업체에 전달하면 그다음 날 원고료가 입금되었다.

돈이 들어오니 재미있었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2000원 3000원씩 푼돈이 모이니 제법 큰 액수가 되었다.

대신 돈을 벌면서 잃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과의 행복한 시간.

그리고 나의 달달한 수면시간...


"너희 안 자니?"

"엄마 할 일 많으니까 얼른 자"

"적당히 하고 자라고!!"


글을 써야 하니 아이들에게 빨리 자라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나는 잠을 줄여 가며, 알바를 했다.

점점 삶은 피폐해졌다.

그리고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후기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ㅎㅎㅎ

지금 생각해보니

그 몇천 원 벌겠다고, 내가 왜 그렇게 까지 했는지

피식 웃음이 난다.

있는 돈이나 아껴 쓰지, 무슨 부수입을 번다고

그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다


쉬는 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원고 작성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셰이크 제품 후기 작성이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마치 내가 다이어트 제품을 먹은 것처럼 빙의가 되어서 열정적으로 썼던 것 같다.

그렇게 며칠간 열심히 원고를 작성했고 업체에 전송했다.

이 업체는 일주일마다 원고비를 정산해서 입금해 주었는데.. 이럴 수가...

관계자와 연락이 안 된다.


"돈이 입금되지 않았어요"

"연락 좀 주세요"

메시지를 보내도 읽지도 않는다...


"연락 안주시면 신고할 거예요

"이러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절반이라도 입금해주면 안돼요?"


나는 마음이 타 들어갔다.

마지막 메시지는 거의 애원하듯 보냈던 것

같다. 내 황금 같은 시간... 원고 쓴다고 두 시간 앉아있어서

허리는 아프고, 손가락도 아팠는데... 공들여 쓴 원고인데.... 화가 났다.

그렇다고 경찰서에 신고를 할 수도 없는 일


" 제가 원고 작성 알바를 하는데요

그게 먹을 것처럼 후기 써주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업체에서 돈을 떼어먹었어요"


이렇게 신고를 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 한 일주일 정도 마음고생을 한 후

깨끗이 잊기로 했다. 그 후로 나는 합법적이지 않는 알바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서 자기 계발이나 할걸..


괜히 몇천 원 번다고 아이들에게 화내고 짜증내고 참 미안스럽다.

경제신문도 보고 독서도 많이 하고,

꾸준히 블로그도 하면서 나 자신을 브랜딩 할 시간도 부족한데...


큰 굴곡 없는 내 인생사이지만 생각해보면 자잘하게 무언가 일이 많았구나.

훌륭한 본업이 있고, 이쁜 두 딸이 있고, 듬직한 신랑이 있는데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해야 하는데 왜 자꾸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예전에 경험을 떠올리며 한번 피식 웃어주고.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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