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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Feb 15. 2021

나이트 야간 근무, 수명이 단축되는 건 아니겠지..?

삼교대 워킹맘 이야기


© markusspiske, 출처 Unsplash



꿀 같은 설날 연휴 이틀 동안 푹 쉬고

일상에 복귀했다. 14년 동안 삼 교대 근무를 했지만 제일 적응되지 않는 한 가지.

바로 야간근무(나이트)이다.

신규 시절에는 선생님들 눈치를 봐야 하고

10시간 동안, 무서운 선임들과 같이 있으니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면,

고년차가 된 지금은 나이트 근무와, 살림 그리고 육아까지 병행해야 하니 잠이 부족해서 힘들다.

퇴근하니 아침 8시, 대충 씻고 잠을 청했다.

신랑도 삼 교대를 하다 보니, 둘이 얼굴 보는 날도 일정치 않을뿐더러, 오늘 같은 주말은 나에게 최고 잠이 부족한 날이다.


"여보, 일 다녀올게요"

11시 반쯤 신랑이 출근하면, 나는 꿀 같은 4시간의 잠을 끝으로 기상해야 한다."





아직 젊은 30대 중반이지만, 나이가 먹어갈수록 체력이 떨어진다는 걸 요즘 실감한다.

4시간을 잤는데도, 눈이 떠지지 않아 한 시간을 더 자고 오후 한시쯤 일어났더니..


세상에나..

안방이 소보루 빵가루 천지이다.

엄마가 자니까 깨우기가 미안해서, 식탁 위에 소보루 빵을 가져다 먹었단다.

7세 언니는, 그렇게 이제 막 5세가 된 동생을 챙기고 있었다.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따뜻한 밥을 해서 생선 구워서, 점심을 주고 싶었지만, 잠이 부족해 기력이 없어, 대충 휘리릭 인스턴트 우동을  끓여서 주었다.

그마저도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참 아이러니하다.

내가 자느라고, 끼니도 못 챙겨주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고,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하면 귀찮고 힘이 든다.


미안한 마음은 드는데
놀아주기는 힘들고, 앞뒤가 너무 안 맞나??


촉촉이 모래에 물을 넣어서, 온 집안을 모래 바다로 만들어 놓고, 거실 바닥에는 모래 발자국 천지를 만들어 놓았지만, 그래도 둘이 잘 노는 게 어디냐~ 생각하면서, 실컷 놀게 두었다.


내가 둘 낳기를 정말 잘했지!

큰아이 낳고 육아 휴직 후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작은 아이 임신 소식을 알려야 했을 때, 정말 진땀이 나고, 당황스러웠었는데. 지금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중 하나가 이쁜 딸을 둘이나 낳은 것이다.






            오늘 날씨가 참 좋았다. 겨울 같지 않은 봄 날씨.

아이 둘을 데리고 동네 공원이라도 킥보드 가지고 산책을 시켰어야 했나,,,?


야간 근무를 하면, 물먹은 솜처럼 몸이 축축 쳐지고, 기력이 없다.  입맛도 도통 없고 (아니구나, 입맛은 살아 있다)

둘을 목욕 씻기고, 한글 공부도 하고

책도 8권이나 읽어 준후, (미션 완료)


친정에 데려다주었다.

신랑은 밤늦게 퇴근해서, 오늘 같은 날은 친정에서 재워야 하는 날!




" 너덜이랑, 분홍이 가 코로나 걸릴까 봐 마스크 했어. 무거우니까 엄마가 들고 와 줘"


아이들의 발상이란.. 정말 귀엽다.

인형에 생명이 없다는 걸, 아직 모르는 걸까?

할머니 댁에 가는 잠깐의 10분도 즐거운 아이들. 나도 때로는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힘든 척할 거면, 그냥 일하지 말고 육아에 전념하세요"
" 누가 일하라고 했어요? 힘들면 쉬면 되잖아요"


예전에, 내 일상 일기를 보고 이렇게 댓글을 다셨던 분들이 계시다. 울컥하고, 얼마나 서운했던지.....

그게 아니잖아요..나같은 워킹맘들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고 공감을 얻고 싶었을 뿐!


야간근무가 힘들지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될 때까지는 커리어를 유지하고 싶은 게 내 욕심이다.

그게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이들을 봐줄 친정부모님과 든든한 신랑이 있고, 아이들의 엄마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야간근무는 생명 단축의 지름길"

"교대 근무는 발암물질"


이런 무시무시한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내가 내 몸 잘 아니까, 관리 잘하면 되지 뭐!

나에게 이렇게 멋진 직업이 있으며

아이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오늘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까지 해서 일해야 해?

세상 나보다 더 힘든 워킹맘이 있을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워킹맘들도 많이 계실 것 같다.

그러나,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대신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마음가짐에 따라,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나의 삶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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