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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Feb 28. 2021

내 물건 사는 돈은 왜 이렇게 아까울까.?

워킹맘 이야기




© astaineakash, 출처 Unsplash



어김없이 찾아오는 야간근무.

아침 7시에 퇴근해서, 5-6 시간 정도를 푹 자고, 친정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몸은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과 보물찾기 놀이도 해주고, 책도 8권이나 읽어 주었다. 말할 기운이 없고, 자고만 싶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 또한 얼마나 소중한 시간일까? 생각하니, 엄마의 파워로, 에너지가 마구 솟아났다.


마지막으로 놀이터에서 30분 정도를 놀아주고, 친정에 아이들을 맡겼다. 집안일을 후다닥 하고 저녁 8시쯤 출근을 했다. 집안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집 꼴이 아주 말이 아니다. 빨래는 쌓여있고, 분리수거는 3주째 버리지 못해서, 베란다가 창고 수준이다.


한숨이 나오지만, 내일을 쉬는 날이니, 열심히 청소하리라! 신나는 다짐을 하면서 출근을 해본다.


신규 간호사 때는, 나이트 근무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지금은

"오늘도 야간이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의무감에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사실 야간 근무에 대해 힘든 점만 떠들어서, 엄청~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의 전환을 해서, 야간근무의 장점을 찾아보면 꽤 많다. 해야 할 일을 다 끝내면, 제법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오고,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꿀 타임이라고 해야 하나?

야행성인 나는, 나이트 근무를 제법 즐기는 편이다. 삼십 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실 조금 체력이 달리기는 하지만, 아직은 할만하다. (야간 수당도 맞고 일석이조)



일을 하고 있는데, 머리가 자꾸 흘러내린다.

머리 망을 살펴보니, 다 찢어졌다. 사실 찢어진 걸 알고 있었지만, 돈 주고 사기 아까워서 계속 버티는 중이었다. 드디어 수명을 다 했나 보다.

3년 전에 다이소에서 2000원 주고 샀던 머리 망인데, 아쉽다.

좋은 거 하나 사야지~사야지 한지가 두어 달이 넘었다. 막상 다이소에 사러 갔다가, 아이들 장난감이나 클레이만 잔뜩 사 오고, 내 머리핀 사는 것은 깜빡 잊어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 둘의 엄마가 된 나. 언젠가부터 내 물건 사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제법 강한 콧대 높은 여자였다. 명품 가방을 3개월 할부로 질러 버리고, 유행하던 리바이스 부츠컷 바지 (엉덩이에 큐빅이 박혀있었음)를 25만 원 주고 일시불로 긁었던 나다.



그러나 지금은???


나에게 투자하는 돈이 언젠가부터 아까웠다. 아이들은 뉴발란스 20만 원짜리 신상 패딩 잘 사주면서, 나는 3년 아웃렛에서 싸게 샀던 패딩을 주야장천 입고 있다.


티셔츠나, 원피스도 무조건 매대에서 세일하는 상품으로 2만 원 이상 넘지 않는 것으로 구입한다. 신랑이 제발 집에서 입는 트레이닝 한 번 사라고 하지만, 절대 안 산다.

그래 놓고, 새 학기가 되었다고, 아이들 옷은 장바구니에 왕창 담아놓았다.

우리 아이가 남과 비교했을 때, 초라해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 저 집 엄마는 아이에 신경 많이 써주나 보다. 비싼 옷만 입히는구나~ 사실은 남에게 이런 시선으로 보이고 싶었던 걸까?


어릴 때, 나는 비싼 과외를 받고, 좋은 옷을 입었지만, 우리 어머니는 본인을 위해 돈을 쓰지 않으셨다. 항상 우리를 위해 희생하셨다.




© thedakotacorbin, 출처 Unsplash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지금, 우리 어머니가 왜 그렇게 우리를 위하셨는지, 너무 잘 알 것 같다.

일하면서도 온통 아이들 생각뿐이다. 내일은 집에 가서 뭘 하고 놀아주지, 스파게티를 해줄까?

새 학기가 되었는데, 이쁜 옷 한 벌 사줘야 할까? 큰 아이가 피아노가 배우고 싶다고 하는데,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할까?


어느 순간부터, 내 인생에서 나 자신보다, 아이들이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커져버렸다. 그래도.... 행복하다.

그렇지만 가끔은 나를 위해 쇼핑도 하고, 나만을 위한 시간도 보내야겠다.

생각난 김에, 머리 망도 좋은 걸로 하나 사고, 집에서 입을 이쁜 트레이닝도 한 벌 장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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