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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Mar 07. 2021

엄마.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놀이터에 가서 놀고 싶어!

워킹맘 이야기

© Skitterphoto, 출처 Pixabay


"엄마. 할 말이 있어."

유치원 끝나고 다른 친구들은

놀이터에 모여서 자전거도 타고

같이 오는데, 사실 나도 놀고 싶었어...



자기 전에, 7세 큰딸이 대뜸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유치원 하원 후 다른 친구들은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고 놀이터에서 같이 오는데 그게 내심 부러웠던 모양이다.


한 달에 12번 이상 이브닝 (1시 출근 10시 퇴근) 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하원은 대부분 친정엄마가 해주고 계시고 있다. 3월 3일부터 우리 둘째 딸도 유치원에 입학했지만, 단 한 번도 유치원 하량에서 하원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친정어머니께, 지원 후 놀이터에서 조금만 놀게 해달라고 부탁하기에도 죄송스러웠다.

큰아이를 6개월부터 7년 동안 키워주셨고, 둘째는 100일부터 키워주신 우리 엄마.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재작년에는 무릎 연골이 찢어져 관절경 수술까지 하셨는데, 일 년 만 더 일하고 그만둬야지~ 싶다가도 욕심이 나서 쉽게 그만둔다는 말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친구들은, 놀이터에서 노는데 나만 못 가서 속상했다는 딸의 말이 맴돌았다.

5일 동안 이브닝 근무 (1시 출근~ 밤 10시 퇴근)를 끝내고 드디어 하루 쉬는 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블로그, 독서, 각종 단독 오픈 채팅방 등등 이 골치 아픈 일들을 모두 뒷전으로 하고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마냥 누워서 자고 싶고, 티브이 보며 누워서 쉬고 싶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너무 소홀한 것 같아 육아서를 읽고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비싼 장난감이나, 놀이동산이 아니어도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 관심을 보여주고, 엄마가 항상 함께 있다는 것을 표현하라고 했다.


"동생에게 이쁘게 화장해 주고 있구나"

"귀여운 곰돌이를 그렸구나"


사실 어른 화장품은 아이들 피부에 안 좋지만, 어차피 씻으면 되니 허용해 주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제법 숙녀티가 나는 우리 첫째. 돌 무렵까지 지독하게도 분유를 안 먹고, 항상 영유아 검진 하위 1%였던 이 꼬마가, 키도 또래보다 크고, 몸무게도 제법 나간다.


"오늘은 엄마가 쉬는 날이니까, 집안일은 내가 할게"

"엄마랑 같이 있어서 너무 좋다"


오늘은 자기가 집안일을 다 하겠다고 한다. 물론 아이가 도와줘도 내가 나중에 한 번 더 해야 하지만, 얼마나 기특하던지.




집에만 있기 답답해하는 것 같아서

아이 둘을 데리고 지하상가부터 다이소, 문구점까지 다녀왔다. 아이들에게 물질적으로 보상하지 말고, 엄마의 사랑으로 보답하자! 다짐했었지만 또 무너졌다.

다이소에 가서 이쁜 쓰레기만 잔뜩 사 왔다. 사달라고 애교를 부리는데 안 사줄 수가 있어야지.......

비록, 지원 후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지는 못하지만, 유치원 입학한 작은딸의 하원을 단 한 번도 못 시켰지만 나는 생각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지 않은가?

그냥저냥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커리어가 쌓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일하는 건 싫지만, 엄마가 간호사여서 좋아."

"환자를 돌보잖아. 나도 커서 그렇게 될래!"


이렇게 나를 자랑스러워해주는 딸들이 있어서 참 좋다.

앞으로 쉬는 날은 무조건 아이들이 우선순위이다. 블로그, 독서, 커뮤니티 모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은 우리 아이들...



© karishea, 출처 Unsplash



한때, 블로그와 각종 커뮤니티 모임에 빠져서, 쉬는 날조 차도 노트북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다.

아이들은 엄마 쉬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얼마나 서운했을까?


"엄마는!! 노트북이 중요해!! 사람이 중요해!!"

"왜 맨날 노트북만 하는 거야?"


그때 왜 큰아이의 마음을 알아 주지 못했을까..? 그동안 너무 다른 것들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정작 중요한 내 딸들, 내 새끼들.....

오늘도 퇴근하면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제2의 부수입을 만드는 것도, 인플루언서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을 더더 깨닫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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