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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Dec 22. 2020

39도 열이 펄펄 나도 일해야 했던 신규 간호사

신규 간호사 시절의 추억


13년 전 나의 첫 근무지는 대학병원이었다.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의학 드라마에서 보면 외과에서 수술도 하고, 뭔가 로망이 있었다. GS (general surgery) 일반외과 병동에서 일을 하면 내 경력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서류를 낼 때 GS 일반외과 병동으로 지원을 했고, 원하던 병동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는 같이 입사한 네 명의 동기가 동고동락하면서 버텼던 것 같다. 


매일 혼나고, 눈치 보고, 밥도 못 먹고, 화장실 못 가고 일을 했어도, 동기들과 퇴근 후에 병원 앞 치킨집에서 맥주도 먹고, 윗년차 선생님들의 별명을 붙이며 험담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윗년차 선생님들의 별명 붙이기 대장이었다.

뚱미나, 삐사감, 빨간안경, 히틀러  등등... 지금 생각해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때는 그게 낙이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약간 통통한 체형을 가지신 노처녀 선생님이 계셨는데, 맨날 무언가를 먹었다. 그리고 우리를 항상 혼내셨다. 짜증이 장난 아니었다. 특히 이쁜 애들한테는 더 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이쁘지도 않았는데, 왜 괴롭히셨을까... 일을 못해서 그랬을까?


                                                                      


어느 날 30명 넘는 환자들의

 V/S (활력징후)-혈압.맥박.체온등을 재는 일.

  온몸에 땀이 흠뻑 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몸이 이상했다.

가만히 서있지를 못하겠고, 빙빙 어지럽고, 식은땀이 났다.


"내가 왜 이러지?"

"힘들어서 그런가? 이럴 시간이 없어. 빨리 하지 않으면 선생님한테 혼날 거야"


비틀비틀거리면서, V/S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는데, 윗 선생님이 나를 조용히 부르신다.


"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체온을 재어보니 39.3 도....

몸살이 났던 거다. 나는 내가 아픈지도 모르고 일을 했다. 날 구원해 준 선생님께 참 감사했다. 그것도 잠시....


" 디클로  놔줄 테니까, 여기 10분 엎드려서 쉬었다가 다시 나와" (좋다 말았네. 주사 놔줄 테니 쉬다가 나오래ㅋㅋㅋ)


클로 페낙 -> 진통, 해열제 계열 주사

그래서 나는 엉덩이 주사를 맞고, 10분을 엎드려 있다가 다시 나가서 일을 했다. 신기하게도, 마법의 약처럼?  시클로를 맞으니, 열도 떨어지고, 몸이 개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23살의 창창한 체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나는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뜻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 즐겁게? 일반외과 병동에 적응해서 다닐 때쯤,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다



" 신생아실 선생님이 육아휴직을 들어가서, 그 자리에 헬퍼가 필요해. 00 이가 가서 딱 3개월만 일하다가 와!"


나는 그렇게 신생아 중환자실에 가게 되었고, 결국 육아휴직을 받았던 선생님이 그만두시면서, 나는 신생아실에 눌러앉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신생아실에 고문관이 되었다. 고문관? 우리 신랑 말로는 군대에서, 어리바리하고, 다들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던데 그게 맞는 말인가 모르겠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3년을 일하고 그만두었다. 그만둔 후 나는 길거리에서 분홍색 옷 입은 사람만 보아도 흠칫 놀라곤 했다 (유니폼이 분홍색)

물론 좋은 추억들도 많고 가끔 그립기도 하다.


PS 이쯤 썼으면 지루할 법도 하니, 다음번 글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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