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인이 스토커가 되었다. (6)

교제폭력과 스토킹을 혼자 헤쳐나온 이야기.

by 김호요

이 글은 스토킹 피해자의 시선에서 경찰서부터 법원에 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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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슷한 상황으로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댓글을 남겨 주시면 아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잠정조치 연장

평화로울 줄 알았으나, 가해자는 아직도 자신의 범죄를 사랑이라고 믿고 있었다.

멀티프로필 설정을 해두고 계속 상태메시지로 이야기를 전했다.

보고싶다거나, 연락을 기다린다던가, 언제든 돌아오라던가... 뭐 이런 내용이였다.

잠정조치는 끝나가는데, 이 상태라면 저 사람이 재회를 위해서라도 찾아오게 생겼다.

아니 애초에 '어떤 메세지를 내게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인 상태인데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됐다.


법원에 전화를 해서, 잠정조치가 끝나가는데 이 사건의 당사자인 -씨가 자꾸 이런 행동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잠정조치를 신청해준 경찰서에 전화하라고 했다.

경찰은 무미건조하게 아- 아. 그 사건이요? 법원에 있잖아요. 하고 간략한 스토킹 히스토리를 읊어주곤 검찰에 전화하라고 했다.

그러고도 몇 번, 검찰에서도 전화를 돌고 돌아 잠정조치를 신청해주셨던 검사님의 검사실에 전화를 했다.

이런 상황이라 잠정조치를 연장하고싶어요.

간접적으로 연락 한 내용을 다 읽어달라고 했다. 구역감을 견디며 수십개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드렸다.

그리고 또 몇 달 내내 들은 뻔한 말.


연장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직접적인 연락은 아니니까요. 차단하시면 되는거 아닌가요?


차단하면 저는 저 사람이 자숙하며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거 아녜요, 이조차도 없었으면 연장 신청도 안해주셨을거잖아요. 제가 위험하다는 증거잖아요. 모르는 척 살다가 제가 죽어야 저 사람을 처벌해주실건가요?

여러 감정적인 말들이 속에서 뒤엉켜 억지로 삼켜내는 잠깐의 정적이 있었다.


연장 신청 하실 때, 검사님께 따로 전달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살려주세요.


복잡한 감정이 지나간 자리엔 이 문장만 남아있었다.

아무 일 없는 하루 위에서 혼자 지옥에 살고 있는데 저 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숨 좀 쉬면서 살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세요.

하지만 내가 살려달란다고 뭐가 달라지지 않을거란 사실을 알기에, 그저 잘 부탁드린다는 말로 전화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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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2달정도 더 안전해졌다.

2달이면 사건도 모두 끝나고,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잠정조치 결정 이후에 가해자의 아련하고 간접적인 스토킹행위도 멈췄다.


사소한 일이라도 진작 사법기관에 다 일렀어야했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연락 할 때마다 벌금이던데, 혼자 고민하고 판단하다가 벌금을 보내줄 기회도 지나간 기분이 들었다.


잠정조치 연장은 경찰에 전화해서 해당 검사실 전화번호를 요청하면 된다.
문자는 차단을 해도 기록이 남으니 상관없지만,
카카오톡은 채팅방 알람을 꺼놓고 숨겨두더라도 차단해두지 않는 편이 좋다.
추후에 잠정조치를 연장할 때 증거가 없으면 연장해주지 않는다.
직접적인 연락이 온다면 해당 사실을 바로 검찰에 알려야한다.

가해자가 집을 안다면,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핸드폰과 스마트워치에 버튼을 연속해서 5번 누르면 112에 전화가 걸리는 비상 전화도 설정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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