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인이 스토커가 되었다. (1)

교제폭력과 스토킹을 혼자 헤쳐나온 이야기.

by 김호요

이 글은 스토킹 피해자의 시선에서 경찰서부터 법원에 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담고 있습니다.

관련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은 주의해주세요.

또한 비슷한 상황으로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댓글을 남겨 주시면 아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별통보

작년 이맘때 쯤 만나던 사람과 잦은 다툼과 집착으로 올해 초 이별을 고했다.

내 생일은 2월, 이별을 고한건 1월 말이였다.

우습게도 생일선물을 받으면 다시는 헤어질 수 없다는 공포감에 휩싸여서 이별통보를 했다.

되돌아보면 만나는 몇 달 간, '이 사람과 헤어지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을 하며 살았다.

일찍이 헤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따지고 들면 이유 하나하나는 너무 별 것 아닌 일들이기 때문이였다.

그 사람도 '그런 사소한 이유때문에 나를 괴롭히는 건 너잖아'하는 말을 자주 했기때문에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심리적으로 피폐해지고 주위에서 뜯어말리기 시작하며 공포가 와닿았다.


첫번째 경찰서

그리고 이별을 통보한 날, 그 사람이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수십 통의 메시지와 전화, 4시간을 넘게 집 앞에서 기다리는 그 사람을 몰래 창밖으로 훔쳐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내 일방적인 이별통보가 저 사람에게 이만큼의 충격일까 싶어 찾아오지 말아달라, 우리의 관계는 끝났으니 연락도 하지 말아달라는 짧은 답장만 남겼다.

그리고 다음 날, 다다음 날에도 그 사람은 찾아왔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연락을 해도 찾아온 그 사람을 보며, 전화도 하지 못하고 문자로 급하게 신고를 했다.

0.jpg 주소와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은 가렸다.

경찰은 몇 분 만에 출동해서 집에 찾아왔다.

그리곤 '전 남자친구분께서 대화가 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대화나눠보실 생각 없으세요?' 하고 물었다.

대화가 하고싶었으면 경찰을 부르지도 않았을텐데, 생각하며 손을 바들바들 떨며 손사래를 쳤다.

그 사람을 데리고 경찰서로 가겠다며 내 짧은 개인정보와 함께 경찰과의 첫 대화는 끝났다.


경찰에 신고당하면 저 사람도 두려울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는 연락이 안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동안에도 연락이 계속 왔다.

헛웃음이 났다. 아, 이 사람은 이걸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데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 남자친구분 물건이 피해자분 집에 있다는데, 그거 돌려받으러 오신거라는데요?'

몰래카메라같았다. 무서운 마음은 어디가고 너무 웃겼다.

괜찮다고 거절해도 계속 주던 선물들이 '자신의 물건'이고, 내가 그걸 돌려주지 않아서 찾아온거라는 말을 했다는건가?

그거 저 사람이 준 선물이에요, 하고 거절하기엔 지속해서 연락할 명분이 생긴 것 같았다.

경찰에게 그 사람 집 주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다 보낸다고 전해달라고 말했고, 그 사람이 줬던 아주 사소한 물건들까지도 다 택배박스에 욱여넣었다.

어떤 물건도, 어떤 명분도 남지 않도록 그 사람의 흔적을 큰 박스 안에 모두 밀어넣고 바로 택배를 접수했다.


그리고 내 생일.

생일을 축하한다는 문자가 왔다.

12시가 되자마자 전화와 문자를 하는 저 사람을 보며 치가 떨렸다.

다행히 오후에 택배도 그 사람 집에 갔다.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냐'며 택배를 받았다는 문자를 보며 또 다시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제 다 끝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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