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과 스토킹을 혼자 헤쳐나온 이야기.
이 글은 스토킹 피해자의 시선에서 경찰서부터 법원에 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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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끝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내게 줬던 물건들을 모두 보내버린 것도 나의 잘못이였다.
그걸 보며 나를 추억하고있었다.
내가 보고싶다고, 그립다고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자기가 보고싶으면 밤낮없이 '정말로' 찾아오던 사람이였기 때문에, 보고싶다는 연락을 볼 때마다 집 밖을 몇시간이고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찾아올까봐 두려운 날들이 시작됐다.
며칠 후, 평일엔 저 사람도 직장은 나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평일에 경찰서로 달려갔다.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어요, 경찰에 신고도 했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연락이 와요.
눈물을 꾹꾹 참으며 얘기하는 나에게 이때까지 그 사람의 행동을 자세히 써달라고 했다.
수십통의 연락을 다시 올려보며 숨이 턱턱 막혀왔다.
얇은 칸막이 뒤에서 '전 남자친구가 스토킹을 한다는데?'하는 경찰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괜히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뉴스를 보면 칼에 찔리고 다쳐야 분리되던데, 보복당하는거 아냐?
경찰은 '보호 조치를 받지 않으시겠다는 서류에 서명해달라'고 했다.
난 보호조치가 받고싶다고 얘기했으나, 보호할 정도의 강한 스토킹은 아니기 때문에 보호 조치를 안 받겠다고 서명해야한단다.
굳이 하실거면 신청은 해드릴텐데, 안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지금은 연락이 계속 오는 정도니, 연락을 차단하시면 될 일이라고 해결책 아닌 해결책까지 제시해줬다.
이미 진이 다 빠진 상태에서 서류에 서명을 했다. 어차피 보호해줄 상황도 아니라는데 어쩌겠는가.
도망치고싶은 기분에 사로잡힌 채 조서를 다 쓰고, 경찰서를 나와서야 울음이 터졌다.
신호등 앞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신호가 몇 번이고 바뀔때까지 가만히 서서 눈물이 그치길 기다렸다.
마음을 추스르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집에 들어가고싶지 않았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지, 비상계단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으면 어떡하지?
집에 들어와서도 창 밖으로 누가 날 지켜보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때문에 불 꺼진 방에서 가만히 서서 몇시간이고 바깥만 살피는 나날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