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인이 스토커가 되었다. (3)

교제폭력과 스토킹을 혼자 헤쳐나온 이야기.

by 김호요

이 글은 스토킹 피해자의 시선에서 경찰서부터 법원에 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담고 있습니다.

관련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은 주의해주세요.

또한 비슷한 상황으로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댓글을 남겨 주시면 아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세번째 경찰서

그리고 일주일이 조금 넘은 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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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화를 거절해둔 채 살다가,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정식으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였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서 가장 빠른 날 조사받으러 가겠다고 한 후, 다음 날 조사를 받기로 했다.

모든 증거들을 다시 하나하나 읽고 모으느라 꼬박 밤을 새고 경찰서에 갔다.


형사님은 정말 친절하셨고, 신고한 게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시려고 부단히 노력해주셨다.

조서를 쓰는 내내 신중히 말씀해주시고, 몇 번이고 조서를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했음에도 '그게 더 낫겠다'며 귀찮은 내색 없이 수정해주셨다.

영화에서만 경찰서를 보다보니 소리치고 무뚝뚝할거라는 상상을 하며 갔는데, 훨씬 편한 마음으로 조사를 받았다.


잠정조치

그리고 잠정조치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조사받는 기간 동안 연락이나, 접근을 못하도록 하는 조치인데 하고싶냐고 물으셨다.

파출소에서 '보호 조치를 받을 만큼 큰 피해를 입지 않으셨다'고 했었는데, 제가 그런 조치를 받을 수 있나요?

되묻는 내가 우스웠다.

잠정조치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하셨다.

그러나 신청을 해두는 게 좋아보인다고 하셨다.

신청했다가 기각되면, 저 사람이 저를 '스토킹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쓸데 없는 걱정들이 먼저 와닿으면서 형사님에게 비슷한 질문을 계속해서 했다.


신청 하는 게 좋을거라는 몇 번의 설명 끝에, 잠정조치 신청까지 끝내고 나왔다.

해는 져버리고 비가 오고 있었다.

조사가 끝난 후 받은 몇 장의 피해자 보호 제도에 관한 서류를 들고 비를 맞으며 걸었다.

아무 일도 아닌거, 괜히 일을 키워서 진짜 무슨 일 나는 거 아냐?

온갖 불안한 생각이 마음을 덮치고 잠정조치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매일 악몽을 꿨다.


잠정조치 결과

그리고 3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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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조치 결과가 먼저 나왔다.

사진을 눌러보기 전까지 조마조마했는데, 잠정조치가 결정되었다.

1호부터 3호까지, 그러니까 연락도 찾아오지도 말라는 이야기였다.

이 쯤 되면 저 사람도 자기가 하는게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알겠지? 생각했다.


혹시 잠정조치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신청했으면 한다.
경찰서까지 가게 된 우리는 생각보다 큰 일을 겪고 있다.
보호받아야 마땅한 상황이므로, 어떤 걱정보다 '내 안전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먼저여야한다.


이제 사건이 끝나간다고 생각했다.

나는 보호를 받고 있고, 공권력이 이 일을 알고 있다.

이제 신경쓸 게 더는 없다.


사건으로부터 한 달이 지난 날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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