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하니까
아이와 나란히 누워, 작은 그림자 동화 기계를 켰다.
어둠 속에서 피어오른 흑백의 화면. 기계음 섞인 낭독 소리가 방 안을 채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고작 3분 남짓의 상영.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우리 둘만의 온전한 우주다.
오늘 선택한 이야기는 '흥부와 놀부'.
제비에게 벌을 받는 놀부의 모습이 나오자,
내 옆에 찰싹 붙어 누운 아이가 야무진 목소리로 관람평을 내놓는다.
아이: "놀부는 제비가 다리도 안 다쳤는데, 일부러 똑 부러뜨려서 벌 받은 거야. 나쁜 사람이야."
진지한 아이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짐짓 짓궂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슬쩍 아이의 반응을 떠보며 질문을 던졌다.
나: "우와, 우리 유뉴는 다 아네? 그럼... 엄마도 놀부처럼 유뉴 다리를 똑 부러뜨리면 어떡해? 그럼 유뉴가 무서운 도깨비들을 엄마한테 보내서 벌주라고 할 거야?"
당연히 "으앙, 엄마 미워!" 하거나 "경찰 아저씨 부를 거야!" 같은 귀여운 으름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아이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아이: "아니, 나는 엄마 천국 보낼 거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 마음이 멈칫했다.
나: "응? 왜? 엄마가 네 다리를 아프게 똑 부러뜨렸는데? 그건 아주 나쁜 짓을 한 거잖아."
아이: "괜찮아. 그래도 나는 엄마 사랑해." 하면서 수줍게 내 품에 쏘옥 안기는 내 아기!
아가야, 엄마가 어떻게 네 다리를 부러뜨리겠니.
나는 항상 너 대신 아프고 싶고, 대신 속상하고 싶단다.
한때 내게 고통은 그저 피하고 싶은 불운일 뿐이었어.
하지만 너를 만난 뒤로는 마음이 참 이상하게 달라졌지.
내가 조금 더 많이 아프고 조금 더 깊이 견디면,
네가 짊어질 삶의 무게가 아주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속수무책의 비논리적인 마음.
너를 향한 내 사랑은 설명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세계로 날 데려가곤 해.
너라는 거대한 우주 안에서 나는 오늘도 기꺼이, 세상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