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일·활동
4월, 구청에서 주관하는 <은퇴자 자원봉사 학교>를 다녔다. 올해로 19기째이니 벌써 20년 가까이 오래되었다. 7번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은 비교적 알차게 꾸며졌다. 첫날은 나이 들어 새롭게 피교육자로 '은퇴 후 삶'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이어서 자원봉사 워크숍을 했고, 자원봉사 리더십을 배웠다. 자원봉사 대상자인 '시각장애인' 이해하기는 실습으로 진행되었는데,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다. 배움의 시간이 중간을 지나며 본격적인 내용을 배웠다. '은퇴자 자원봉사 활동 분야 사례발표', '여가 유형에 맞는 자원봉사 영역개발' 등등. '성공적인 자원봉사를 위한 마음가짐과 자세'란 이야기를 듣고 대미를 장식했다.
집행부는 자원봉사 교육 이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내가 다른 데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자원봉사와 접목해보려는 목적이 더 컸다.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이야기 나눔> 모임을 함께 진행할 사람들을 찾아서 교육하는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집행부의 도움을 받아 교육을 희망하는 10명의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이야기 나눔> 모임을 진행하기 위해서 나름의 규칙이 있다. 바로 '3분, 2회, 논쟁 X'다. <이야기 나눔>을 할 때 질문지마다 한 사람당 최대 2회, 한 번에 3분 이내로 말을 끝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반박하거나 논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다른 데서 진행할 때는 교육이 아니라 <이야기 모임>에 함께 참여해 즐기는 걸 목적으로 했으니 규칙을 말로만 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 모임>을 진행할 사람들을 교육하는 일이니까, 규칙을 지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모래시계'였다.
시내에 갔다가 다이소가 눈에 띄었다. 매장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에 모래시계가 있나요?"
그녀는 즉시 한 쪽 코너를 가리켰다. 그쪽으로 가보니 여러 종류의 모래시계가 있었다. '1분짜리', '2분짜리', '3분짜리', '5분짜리'.
'3분짜리'라고 적혀 있는 물건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모래가 '3분' 동안 내려가는지도 확인했다. 안성맞춤이다. 다만, 재질이 유리로 쉽게 깨질 수도 있다는 게 걱정되었다.
카운터로 가니 직원도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신문지에 싸 주겠다고 했다. 가성비 높은 '모래시계'를 샀다. <잘산템>이다. 가방에 넣고 지하철을 탔다.
지난주에 <잘산템>을 교육에 활용했다. 나는 <이야기 나눔>의 첫 순서로 보통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대부분은 3분 이내에 끝을 냈지만, 일부 사람은 '모래시계'가 필요하다는 걸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었다. 앞으로 남은 3번의 교육 시간에서도 <잘산템>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