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건강·음식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동창이다. 주로 단골식당이 있는 종로3가역에서 만난다.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간다. 두 군데 중 하나다. 하나는 을지로 3가 역 근처에 있는 커피한약방. 또 다른 하나는 지하철 3호선 동대역에서 가까운 태극당 빵집이다. 그 두 곳을 가는 건 맛 도락가이자 빵을 너무나 좋아하는 그 친구 덕분이다.
그 친구는 소문난 빵돌이다. 전국에 있는 괜찮은 빵집은 전부 순례했다고 한다. 요즘은 당뇨가 심해지는 게 걱정돼 그렇게 좋아하는 빵을 ‘그림의 떡’처럼 쳐다보기만 하려고 애쓰는 걸 보면 너무 안쓰럽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고. 나도 그를 쫓아 다니다 보니 어느새 빵을 즐기게 되었다. 특히 태극당에 꽂혔다. 요즘은 주로 내가 종로3가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그리 가자고 부추긴다. 종로3가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으니까.
태극당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그런 연고로 나이 든 사람의 기억 속에는 ‘빵집’ 하면 태극당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그 빵집에 들어서면 테이블에는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든 사람이 많이 앉아 있다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그렇고. 사람들이 음료를 마시고 빵을 먹으면서 즐거웠던 옛 추억의 한 자락을 떠올리듯 수다 삼매경이 빠져 있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마시는 음료의 종류를 가리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을 법한 ‘뜨아’를 주문한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뜨아’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줄인 말이라는 걸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레귤러 음료인 ‘뜨아’를 주문하는 반면, 그 친구는 언제나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여 마신다. 개인의 취향이고 건강을 걱정해야 할 나이이니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마시는 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빵을 고르는 건 순전히 그 친구의 몫이다. 테이블 좌석을 차지하고 앉으면 그는 어김없이 빵이 진열된 매대로 간다.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빵을 골라온 적은 없었다. 내 개인적으로 달지 않고 옥수수를 주재료로 한 빵을 좋아한다. 시골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닐 때 급식으로 나눠 줬던 옥수수빵의 맛을 잊을 수 없어서 그럴 것이다.
태극당에 애착을 갖게 된 건 ‘빵지’라는 이유도 크지만, 그보다는 2층에 있는 한적하고 널찍한 공간을 본 게 더 큰 요인이었다. 나는 예전에는 <질문지 독서>라고 불렀고 요즘은 <이야기 독서>라고 이름을 바꾼 프로그램 활성화에 목을 매고 있다. 2층의 그 공간은 나이 든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독서>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언젠가는 이용해 보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박혀있다.
시내에서 <이야기 독서>를 새롭게 진행할 장소인 ‘안국동 153’도 멋진 빵지다. 우연히 함께 들른 그 친구가 ‘이 집 빵도 맛있어’라고 인증했으니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