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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들멘 Oct 12. 2020

은퇴 후에 새롭게 했던 일

인생2막, 더 멋지게

지난해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철회를 요구하는 200만 명의 반대시위에 결국 백기를 든 “캐리 람” 행정장관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리고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캐리 람이 23세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39년간 총 29개의 직책을 거쳤다’는 언론 기사가 눈에 더 들어왔다. 홍콩 정부의 최고 자리에 오른 그녀는 어떤 경력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갔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나는 현직에 있을 때 어떤 직책을 맡았고 또 어떤 일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해서 젊어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되돌아보기 위해 은퇴 이후 써 놓았던 이력서를 살펴보았다. 우선 나는 젊어서 시작한 직장생활을 30여 년 동안 한 곳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을 하였으니 복이 많은 축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퇴직 후에 받아 둔 경력증명서를 보니 현직에 있을 때 15개의 직책을 맡았다. 한 직책에서 약 2년 정도씩 일을 한 것이니 평균적인 직장인들처럼 보통 순환근무제의 정석대로 근무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우리 시니어들에게는 ‘현직에서 어떤 직책에 있었고 또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는 ‘퇴직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퇴직 이후 내가 개인적으로 좌충우돌했던 것들을 정리하여 공유해 보고자 한다. 퇴직하고 몇 달 쉬다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아는 후배 1명을 채용하여 현직에 있을 때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비즈니스 수익모델로 연결시켜 보려고 했지만 결국 1년 반 만에 일다운 일도 못해보고 접게 되었다.

현직에 있을 때 투철한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했지만 월급을 받으며 영업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을 하면서 30여 년의 세월을 보냈는데 이제 와서 영업을 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다. 다만, 명색이라도 회사 대표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어서 모 대학의 ‘겸임교수’로 위촉될 수 있었으며, 2년 정도 강의를 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모 공공단체가 주관한 ‘FTA 컨설팅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였다. 50명 정도가 교육을 이수했는데 과정이 종료될 즈음에 약 20여명이 모여 컨설팅 협동조합을 만들자고 논의를 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17명이 회원으로 참가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열정을 갖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조합 활동이 부진하여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상반기에는 서울시 산하기관이 진행한 ‘창업 컨설턴트 양성 과정’을 수료했다. 그 과정에 선발되기 위해 까다로운 면접을 보았으며, 경쟁률도 꽤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FTA 및 창업 컨설팅 등 두 개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에 그 수료증과 현직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여러 기관에서 모집하는 일에 지원을 했다.

그 결과 제일 먼저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창업포럼’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서울시의 창업정책 수립을 위한 회의참석 및 공동보고서 작성 등이 주요한 업무였습니다.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는 브랜드분과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금년 7월부터는 다른 분과위원회로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정기적으로 한, 두 달에 한 번씩 회의에 참석하고 창업정책보고서를 작성하여 연말에 발표하는 일을 현재까지 하고 있다.

다음은 2016년 6월부터 모 공공기관으로부터 전문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수출초보 중소업체들이 바이어 발굴, 계약, 통관 및 대금 결제, 전시회 참가 등 해외 시장개척을 위한 전반적인 사항들에 대해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자문을 해주는 일이다. 현직에 있을 때의 경험과 퇴직 후에 받은 교육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2018년 10월까지 약 2년 반 정도 관련된 일을 했다.


이후에는 지금까지 수출을 적지 않게 하는 업체들이 모인 단체의 사무국에서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동 단체의 회원업체 간에 친목도모를 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회원이 대부분 중견기업 대표들이니 그들이 좋아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진흥공단, 창업진흥원, 중소기업기술평가원, 콘텐츠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서울기업지원센터, 강원테크노파크, 원주테크노의료기기밸리 등 많은 기관에서 수행하는 사업의 참가업체 선발을 위한 평가나 심사, 그리고 멘토링 등을 위해 부정기적으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공지가 뜨면 바로 신청을 했다. 

그러면 어떤 기관에서는 합격을 했다고 연락이 오고, 어떤 기관은 ‘다음 기회에 모실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불합격 통지도 받고 그랬다. 합격 통지가 와서 일단 한 번이라도 일을 하게 되면 그 기관의 ‘Pool’ 즉, 대기조 명단에 올라간다. 그리고 1년에 한, 두 번씩 그들 기관이 필요할 때 연락이 오고 또 시간이 맞으면 바람도 쐴 겸해서 가서 일을 하는 형태이다.   

이와 같이 현직에서 은퇴 후 5년 이상이 지났지만 무슨 일인가를 어떤 기관에서는 정기적으로, 어떤 기관에서는 비정기적으로 계속 해오고 있다. 경제적인 수입을 따지면 현직에 있을 때와 비할 바가 못 되지만 현직에서 쌓았던 경험과 지혜, 그리고 노하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겠다는 사명감이 일을 하는 주요 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은퇴 후에 만나는 친구 또는 지인 등 대부분의 사람들한테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퇴직을 하니 불러주는 데도 없고, 할 일이 거의 없다.”고..... 그러면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말한다. “일은 누가 불러서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고, 또한 할 일은 세상에 너무 많다.”고...... 다만, 새롭게 일을 찾아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우선 새롭게 할 일을 찾을 때도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지 말고 자기가 평생 해왔던 것과 비슷한 분야에서 찾아야 가능성이 가장 높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속담이 퇴직 후에 새 일을 찾는데도 가장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여겨진다.

다음으로는 현직에서의 ‘눈높이’는 아예 잊어버려야 한다. 특히 경제적인 수입에 대해서는 아주 많이 내려 놓아야한다. 얼마 전 중소기업 대표가 한 말이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아직도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수입의 과다여부 또는 자존심 따위는 생각할 필요가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끝으로 정말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을 해야 한다. 열 번 신청해서 한 번 연락이 오면 그게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니까. 내 경우에도 10번 신청하면 8∼9번은 “다음 기회에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통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성공하면 5년이면 다섯 군데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은퇴를 한 사람들이 현직에서 했던 일이나 분야 등에 따라 개인적인 입장이나 처지는 모두 다를 것이다. 그리고 내가 경험했고 은퇴 후에 좌충우돌했던 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내가 마지막에 이야기했던 3가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현직에서의 눈높이는 아예 잊어버려라’,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라는 말은 꼭 기억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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