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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들멘 Jul 26. 2021

모방의 천재가돼라

나를 리모델링하자 #4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미 있는 것을 찾아내어 모방하라” 


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싶으면 새롭게 찾아내려고 하지 말고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해 보이는 모방 능력이 바로 인류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질적으로 다르게 진화할 수 있었던 핵심 도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보통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에게 이끌리는 것은 분명 진화적으로 이치에 맞다. 


비록 혁신에 성공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여 성공했는지 전혀 모르더라도 그를 단순히 모방함으로써 혁신할 수 있는 요인을 습득할 가능성이 있다. 혁신에 성공한 사람들의 모든 것을 정확하게 모방할 수만 있다면 혁신할 수 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 심지어는 기업조차도 처음에는 더 잘하는 상대를 모방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인 월마트(Wallmart)를 창업한 샘 월튼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았다. 그리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샘 월튼, 메이드 인 아메리카, 나의 이야기>라는 자서전에서 “내가 한 일의 대부분은 남이 한 일을 모방한 것이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실제로 월튼이 백화점과 슈퍼마켓을 결합한 하이퍼마켓을 미국에서 시작한 것은 브라질 업체를 모방해서 한 것이다. 


하지만 월마트가 그저 베끼기로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가 단순한 모방자(Imitator)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최고의 혁신가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 애풀 창업자는 생전에 미국 PBS 방송 다큐멘터리 <괴짜들의 승리>에 출연하여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피카소가 말했던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와 같은 뜻이다 “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말은 기존 아이디어를 모방했다는 것이다.

모방은 성공의 원동력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른 것도 깊게 들여다보면 모방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은 지금은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품목이 된 ‘반도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도시바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일본 전자업계에서 후발주자였던 도시바는 타깃 제품을 명확히 설정하고 생산 공정에 대규모로 투자해서 약점을 극복했다. 삼성전자는 폭넓은 생산 경험을 강점으로 활용해 공장 건설에 필요한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승자가 되었다. 이는 도시바의 성공모델을 상당 부분 모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모방은 충분히 혁신과 성공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 UCLA 법대 칼 라우스티알라 교수는 “남을 모방할 수 있는 자유가 창조와 혁신을 유발한다.”라고 이야기한다. 는 ‘모방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지만 항상 나쁜 것도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모방이 파괴적일 수도 있으나 생산적인 경우도 많이 있다. 중요한 점은 모방이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 모방이 창조적 작업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남을 모방할 수 있는 자유가 실질적인 창조를 촉발하기 때문이다.


모방의 순기능에 대한 또 다른 사례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DB 산업 분야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해 상반되게 대응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EU는 1995년 DB 산업 분야 지재권을 보호하는 법을 시행하였다. 다른 회사가 힘들게 수집한 데이터를 베껴 재가공하여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와 반대로 미국 대법원은 1991년에 기본적으로 ‘팩트’인 데이터는 지재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정보를 제공하는 창조적인 방법은 보호받으나 정보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데이터 선택과 배열 제공 방식을 달리하면 DB 기업 데이터 자체는 누구나 베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업계는 미국 대법원과 EU의 결정 이후 미국 DB 산업이 EU보다 쇠퇴할 것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누구나 다른 업체의 데이터를 쉽게 베낄 수 있다면 어떤 기업이 데이터 확보에 돈을 쓰겠냐는 논리였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EU가 지재권 보호 효과에 대한 검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04년 말 EU의 데이터 생산량은 1998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시장점유율이 축소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미국 등 북미의 DB 시장점유율은 70% 수준으로 높아졌다.


칼 라우스티알라 교수는 “미국은 대법원 판결 이후 다른 업체 데이터를 쉽게 베낄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DB를 만들어내는데 비용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DB 산업은 성장하고 유럽의 DB 산업이 침체한 핵심적 이유가 유럽은 DB 산업의 모방을 억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롤 모델을 찾아 모방하라


그러나 현실에서는 실제 기여한 것과 달리 모방의 역할이 과소평가되거나 무시되곤 하였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체계적으로 모방전략을 세우지 못했으며, 전략을 세웠다 하더라도 공개를 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업체가 시장에서 패자로 전락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반면에 혁신의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도 한 겹을 벗겨보면 ‘모방의 시대(Age of Imitation)'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글로벌화가 확대되면서 모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네트워크가 공유되고 오픈되면서 지식의 이전이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해졌다. 전략적 제휴, 모방 클러스터 확산 등으로 대규모 모방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모방의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다. 1980년대 크라이슬러가 개발한 미니밴을 모방하는 데 9년이 걸렸지만, GM이 개발한 소형차를 중국 자동차 기업이 모방하는 데는 1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방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는 오늘날에는 모방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잘못된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모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라는 말이 있으나 이제는 그렇게 어려운 길을 걸을 이유가 없다. 어느 분야 또는 업종이든지 누군가가 반드시 앞서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유튜브 등 곳곳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즉 이제는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미 있는 것을 모방해서 그것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법을 추가하면 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 거를 찾고 싶은 사람은 항상 그 분야나 업종에서 자신이 모방할 수 있는 롤 모델을 찾아서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롤 모델은 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물론 너무 많으면 모방하거나 따라 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일반적이거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는 데 절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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