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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들멘 Apr 08. 2023

얘깃거리 - 사물2

나도 얘기하고 싶어 30

11. 현관

   

(1) 화자는 어느 날 저녁 귀갓길에 마당에서 현관으로 오르는 계단에 축 늘어져 있는 뱀을 보았다라고 합니다

(2) 뱀을 처리하려고 마음먹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두려움에 사로잡힌 듯 그 뱀은 선과 악의 경계 사이에서 교묘한 춤을 추었다라고 말합니다

⇒ 여러분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친 짐승이나 물건 때문에 놀란 경험이 있나요?                    

출처 : pixabay

마당에서 현관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어느 날 저녁 귀갓길에 나는 그 계단에서 뱀을 보았다. 축 늘어져 있던 그 뱀은 막대로 건드리자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막대로 집어 올리자 뱀은 고개를 쳐들었다. 그 뱀은 선과 악의 경계쯤에서 교묘한 춤을 추었으며 나는 그의 춤에서 선과 악이 튀틀린 뫼비우스의 띠를 보았다. 그 뱀은 어딘가 낯익은 것처럼 보였다. 

정승윤, 뱀, The 수필 2020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60)


12. 고인돌

   

(1) 예전에 진도의 지막리에는 문화재인 고인돌이 많았다고 합니다

(2) 하지만 먹고 사는 게 급했던 그곳 사람들에게 문화재보다는 새끼들 입에다 풀칠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유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 만약 여러분 소유의 땅에 건물을 건축하려고 하다가 옛날 유물을 발견했으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응하겠습니까? 

                

출처 :  pixbay

진도가 시방은 쪼깐 살 만해졌지만, 먹고 사는 게 더 급했던 시절이 있었어라. 대대로 가난했던 지막리 사람들한테 뭣이 제일로 중혔것소. 문화재고 뭣이고 새끼들 입에다 풀칠해주는 것이 우선이제. 대통령도 새마을운동 한다고 헌 걸 다 갈아엎어부는 판에 먹을 것이 없어서 명줄이 왔다 갔다 하는 섬사람들한테 유물이 다 뭐다요. 

조후미, 지막리 고인돌, The 수필 2020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64)


13. 자맥질

   

(1) 화자는 단감도 홍시도 그렇다고 곶감도 될 수 없는 떫은 감은 단맛을 얻기 위해 항아리 속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라고 합니다

(2) 항아리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자맥질해서 얻은 단맛은 그저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하는데 불과한 먹거리일 뿐이지요

⇒ 여러분의 입맛을 사로잡는 과일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디에서 자라는 건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떫은맛 빼자고 소금물에 몸을 담근 절박함이 까슬하다. 하루분의 삶을 감당하기 위해 침몰했지만 해가 지는지 동이 트는지 알 수 없는 이 암흑이 갑갑했을 거다.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거려보지만 제자리다. 버둥거려 봐야 자맥질하기 일쑤다. 나는 세상에 그늘이 있다면 꽃그늘만을 꿈꾸었을 테다. 남들이 흠모해 마지않던 부드러운 속살을 지닌 분홍빛 홍시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말랑하면서 쫄깃한 곶감으로의 변신도 기대했겠지. 

황진숙, 감, The 수필 2020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70∼71)


14. 바닷가재

   

(1) 화자는 바닷가재는 태어난 이후 여러 단계에 걸쳐 허물을 벗고 새 옷을 갈아입는 자기 변신을 거쳐야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라고 합니다

(2) 심지어는 다 큰 성체가 되어 더는 자라지 않게 되어도 매년 한 번씩 변신한다고 합니다.

⇒ 바닷가재처럼 변신을 거듭한 후에 성체가 되는 동물이나 곤충을 떠올려 묘사해보세요.                    


바닷가재는 태어나서 성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자기 변신을 거쳐야만 완전한 가재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다음 단계에 이를 때마다 이끼로 얼룩져 있는 딱딱한 옛 껍질을 벗어버리고 새 옷을 갈아입는다. 어떤 종류의 바닷게는 한 달에 몇 번씩이나 갑옷을 바꾸어 입는다고 한다. 그리고 성년에 이르러서는 더는 자라지 않으면서도 매년 한 번씩 낡은 옷을 갈아입는다. 

송신근, 변신, The 수필 2020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113)


15. 윷놀이

   

(1) 화자는 가름할 수 없는 접전이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맛보게 하는 윷놀이는 새옹지마다라고 표현합니다

(2) 4개의 윷가락은 사계절을 뜻하고 윷판은 농토로 스물아홉 개의 밭으로 나누어져 있지요

⇒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윷놀이하면 떠오르는 장면이나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                    


한해 농사가 시작된다는 정월 대보름. 오늘은 부녀회에서 윷을 놀기로 못 박은 날이다. 윷놀이는 새옹지마다. 가름할 수 없는 접전이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맛보게 하는 놀이, 윷놀이의 묘미다. 4개의 윷가락은 사계절을 뜻하고 윷판은 농토로 윷말을 놀이꾼이라고 했다. 오늘 밤 놀이꾼은 여인들의 걸쭉한 입담도 못들은 척 마부가 이끄는 대로 스물아홉 개의 밭을 따를 것이다. 

권순옥, 윷놀이, The 수필 2020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216)


16. 

   

(1) 화자는 지에밥을 떡메로 쳐서 찰떡으로 만드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2) 처음에는 고들고들한 고두밥의 형체였으나 장정이 휘두르는 떡메의 매운맛을 본 후에는 빨리 고물을 뒤집어쓰고 싶다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 여러분도 인절미나 가래떡 또는 밀가루 개떡 등 떡에 관한 추억이 있다면 끄집어내서 이야기해보세요.

출처 : pivabay

장정이 안반 위의 지에밥을 떡메로 슬슬 뭉갠다. 처음부터 메로 치면 밥알이 튀기에 어르고 달래는 과정이다. 그런 뒤에 세계 몇 번 휘두르면 웬만한 밥알은 형체도 없이 뭉개진다. 모진 매를 맞은 끝에 고들고들한 고두밥의 형체는 찾아볼 수 없고 물렁한 찰떡으로 변해간다. 뭉개진 밥알들은 장정이 시키는 대로 하겠으니 더는 치지 말라고, 빨리 고물로 상처를 덮어달라고 애원하는 듯하다. 

김수인옴쌀, The 수필 2020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221)


17. 간지

   

(1) 화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묘시를 갈망한다라고 합니다

(2) 12地支 중 네 번째인 묘시(卯時)’는 시간으로 차면 오전 5시부터 7시까지를 말합니다.

⇒ 여러분은 12地支 중 어느 에 태어났는지 알고 있나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묘시를 갈망한다. 그 시간을 누렸던 공간이 청년 시절 집안의 책상이라면, 이제는 꽃과 나무들이 자라는 탁 트인 정원이다. 24층 복층 아파트 테라스에 가꾼 꽃밭 덕분이다. 나는 꽃밭이 하늘과 가까이에 있어 ‘하늘정원’이라 부르며 이곳에서 묘시를 보내길 원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몸을 일으켜 하늘정원으로 향한다. 

이은희, 묘시, The 수필 2020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253)


18. 돈키호테

   

(1) 화자는 고전이나 명작이란 안 읽었어도 익숙하다고 착각하는 책요약된 내용만으로 알고 있는 걸로 생각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2) 어릴 때 동화로 읽었던 돈키호테가 성인이 되었을 때 천 쪽이 넘는 대단한 문학작품이란 걸 알고 놀랐다고 합니다

⇒ 여러분이 제대로 읽은 고전이나 명작 중에 인상에 남는 책이 있다면 이야기해보세요.                    

출처 : pixabay

안 읽었어도 익숙하다고 착각하는 책, 요약된 내용만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책이 고전과 명작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그랬듯 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권현옥, 한 줄의 가치, The 수필 2021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90)


19. 불꽃 

   

(1) 화자는 불꽃은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보면 수직으로 타오른다라고 합니다

(2) 마치 지상의 구속에서 벗어나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듯 하늘을 향한다라고 묘사합니다

⇒ 여러분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불꽃의 추억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해보세요.                    


불꽃은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뚫어져라고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수직으로 타오른다. 지상의 구속에서 벗어나 천상의 세계를 지향하는 듯 하늘을 향해 화살을 꽃는다. 자신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로의 비상인 듯 곧게 타오른다. 얼마나 자신을 태워버렸기에 저토록 가벼울 수 있을까. 내링의 희망이나 문영에 의해 구속되거나 재단되지 않았다. 

조문자, 눈물 찔끔, 콧물 탱, The 수필 2020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274)


20. 벼꽃

   

(1) 화자는 논두렁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벼꽃이 핀 걸 보았습니다

(2) 통통했던 아랫배가 터져 올라와 핀 벼꽃을 보며 벼꽃은 밥꽃이며 생명의 꽃이라고 노래합니다

⇒ 여러분의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                    

출처 : pixabay

벼꽃이 피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논두렁 아래로 내려갔다. 엊그제까지 통통했던 아랫배가 터져 올라온 것이다. 아, 그래서 벼꽃은 피었다고 하지 않고 패었다고 하는구나. 오늘 새벽 벼꽃을 본다. 꽃 한 송이에 쌀이 한 톨이다. 쌀 한톨은 밥이 한 알이다. 벼꽃은 밥꽃이다. 생명의 꽃이다. 

이방주, 벼꽃, 밥꽃 하나 피었네, The 수필 2021 빛나는 수필가 60, 북인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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