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 텅 빈 해운대를 기억한다!
코로나 3단계. 2021년 7월 23일(금) 20:00
by
나꿈
Jul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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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텅 빈 밤바다를 걸어본다!
...
100만의 발자국을 그려본다.
꼭 기억해두고 싶다. 너의 텅 빈 모습이 무얼 의미하는지 기억해두고 싶다. 바다도 파도도 바람도 그대로인데 텅 빈 너의 의미를 담아두고 싶다.
꼭 기억해두고 싶다. 너의 허전한 모습이 무얼 의미하는지 기억해두고 싶다. 백사장도 달빛도 별빛도 변함이 없는데 혼자여야 하는 널 눈에 담아두고 싶다.
꼭 기억해두고 싶다. 너의
고독이 무얼 의미하는지 기억해두고 싶다. 밤공기도 밤하늘도 밤바람도 여전한데 한여름밤의 고요함과 적막함과 쓸쓸함을 맘에 담아두고 싶다.
꼭 기억해두고 싶다. 너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무얼 의미하는지 기억해두고 싶다. 여객선도 고깃배도 갈매기도 전과 다름없이 다니는데 한밤을 침묵으로
홀로
지새워야 하는 까닭 없는 사연을 바람결에 실어 보내고 싶다.
바다는 어색하다. 파도의 파문은 살갗의 온기도
느끼지 못하는 혼자만의 손짓에 재미를 잃었다.
달빛도 별빛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빌딩 숲의
불빛도 생기를 잃고 소리 없는 아우성뿐이다.
밤하늘도 이 순간들이 생소할 뿐이다. 밤바다를 주름잡던 달빛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반기는
이도 속삭임도 없는 이런 밤은 처음이다. 오직 구름만 힘없이 달빛의 움직임을 쫒을 뿐이다.
중력을 잊은 백사장은 불안하다.
100만의
발자국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끝없는 누름에
길들여진 무게감은 온데간데없고
온
천지는 깃털보다 가벼워 혼란스러울 뿐이다.
밀려오고 가는 잔물결도
흥
미를 잃은 지 오래다. 모래 위에 새긴 연인들의 낙서를 지울 일도
아이들이 쌓은 모래성을 무너뜨릴 일도 사라져 버렸다. 모두가 의미를 잃어버렸다.
머지않은 과거의 영화(榮華)는 어디에 있으며 미래의 아름다운 날들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바다는 손꼽아 기다린다. 파도도 빈 백사장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기다려본다.
숨 쉴 틈 없이 붐볐던 그날, 그 어느 날을 추억해본다. 머지않아 다가올지도 모를 아름다운 어느 날을 그려본다
.
연인들의 속삭임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오는 듯하다.
빈 백사장을 걸어본다. 발자국 하나가 생겼다. 잔파도가 밀려와 하나 남은 발자국마저 흔적 없이
쓸어가 버렸다. 백사장은 백지처럼 비어 있고 귓가에 스치는 바람은 오늘따라 더
스산
하다.
꼭 기억해둘게. 혼자만의 너의 밤을 기억해둘게
,
한여름밤의 텅 빈 해운대 백사장!
한여름밤 해운대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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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해운대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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