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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Aug 28. 2021

40화. 다시 모래톱 마을에

그해 여름 못다 한 이야기



그해 여름을 함께 하며 보낸지도 벌써 한 해가 지나갔다. 아이들의 삶 속에는 한 동안 여백이 있었다. 긴 기다림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삶을 여백과 기다림의 미학으로 승화시켜 표현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해 여름을 추억하며 다시 모래톱 마을에 모였다.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난다고 했다.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아이들은 이별의 아픔 속에서 우정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인생을 긴 기다림이라 했던가.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깊은 밤에는 새벽을 기다리듯이 하루하루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어쩌면 기다림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지도 모른다. 소녀는 그해 여름을 보낸 시골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그곳 아이들을 다시 볼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중학생이 된 소녀는 여름방학을 맞아 다시 모래톱 마을에 내려가게 되었다. 시골 분교에서 함께 추억을 쌓았던 아이들도 모두 진학하여 읍내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방학을 맞아 마을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있었고 가족들과 휴가를 떠난 아이들도 몇몇 있었다. 소녀는 단이와의 편지 왕래로 그해 여름 이후 시골 아이들과 모래톱 마을의 소식을 간간이 들어왔었다. 소녀는 다시 모래톱 마을에 내려와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과 반창회도 할 겸 외할아버지를 찾아뵈려고 했다.


예전에 모래톱 마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전설의 섬은 이제 친근한 섬이 되어가 있었다. 실종 상태에서 생존자로 신분이 바뀐 단이 할아버지는 마을이 바라다보이는 섬에서 움막 생활을 하기도 하고 모래톱 마을에 한 번씩 나들이도 하며 지냈다. 가끔 섬에서 뭍으로 나오는 날에는 단이 할머니랑 함께 지내기도 하고 먹거리를 싸서 다시 섬으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마지막 여생을 전설의 섬에서 보내고 싶다는 노인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연로하여 점점 거동도 힘들어지고 기력도 쇠약해져서 조만간 모래톱 마을로 거처를 옮겨야 할 거라는 소문돌았다.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그해 여름 당시 같이 생활했던 정든 교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수많은 추억을 남겨놓고 떠나야 했던 정든 교정에 다시 들어서니 감회가 새로웠다. 소녀는 잠깐 동안 적을 두고 다닌 학교였지만 그해 여름을 보낸 아이들과 분교에서의 여러 가지 행사들에 참여하며 몹시 정이 들었던 교정이었다. 아이들이 정든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젠 졸업인가요. 떠나야만 하나요.'라며 졸업식을 마치고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며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교실에서는 '이대로 정말 가야 한다면 다시 먼 훗날 찾아올게요. 안녕 후배들이여.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그날까지 안녕히 안녕.'이라는 졸업식 때 불렀던 노래도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교실은 정든 그날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왜 반창회란 것은 모교의 그 당시 자기 교실에서 하게 되는지 그 까닭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교실에 들어선 아이들은 너도나도 졸업의 아쉬움과 다시 만남을 기약했었던 그때 그 노래 '우리 다시'라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헤어지는 시간이 또 어느새 이렇게 우리 곁에 왔는데

정든 선생님 친구들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지만 이제는 안녕

함께 했었던 너무 따스한 기억 다시 돌아보면 소중했던 추억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름다웠던 우리의 추억 기억해

언젠간 모두 변하겠지만 지금 이대로 사랑했던 친구여 안녕


세월 속에 우리도 또 거닐던 길마저 모두 변해가겠지

시간에 떠밀려 이 순간도 빛바랜 사진 속의 추억되겠지

울고 웃었던 함께 나눈 시간들 아름다운 그날 다시 올 순 없지만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름다웠던 우리의 추억 기억해

언젠간 모두 변하겠지만 지금 이대로 사랑했던 친구여 안녕


언젠가는 모두 다 변해있겠지만

다시 만날 때까지 친구여 안녕


모래톱이 만들어내는 땅


교실에 모인 아이들은 그해 여름에 있었던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기도 했다. 그 당시 소녀가 모래톱 마을에 내려왔을 때 작은 시골 분교에 등교하여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방학 기념 책거리와 장기자랑을 했던 일을 먼저 떠올렸다. 아이들은 소녀의 얼굴이 하얀 설원을 닮았다며 설이라고 불러주었다. 단이가 먼저 지난여름의 얘기들 중에 하를 꺼냈다.

"설이가 졸라서 도깨비불을 보러 학교 뒷산에 올라갔다가 식겁을 하고 죽을 뻔했었지. 하하하."

단이가 죽을 뻔했다는 소리를 할 때 배꼽을 잡고 웃던 석이는

"설이 때문에 여러 가지 많은 체험도 했잖아. 우연히 바다에 나가 적조현상을 보기도 했고, 인간의 환경오염이 어떤 화를 부르는지에 대해서 생각도 하게 되었지."라고 하며 모두에게 청정 바다가 붉게 변했던 안타까운 광경떠올리게 했다.


아이들은 전설의 섬과 관련한 어두운 그림자에 문을 품고 신비의 섬에 상륙했었던 일도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사나운 짐승을 만나 쫓길 때를 생각하니 지금도 소름이 돋아."

"그것뿐이야? 폭풍우를 만나 생사의 기로에 섰던 일은 어쩌고."

"나는 그게 생각나. 무인도에 정박해 하룻밤을 보내고 별장지기와 해녀들로부터 신비의 섬 주변 해역에 보물선과 해저 유물 도굴꾼들이 출몰했었다는 소문을 들은 일 말이야."라고 하며 그 소문이 전설의 섬의 열쇠를 풀어갈 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소녀가 그때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해 여름에 기억나는 일들이 너무 많다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지난날을 회상하며 한바탕 소란스럽게 떠들며 시간을 보내었다.


무인도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구사일생으로 마을에 돌아온 아이들은 단이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했던 일도 떠올렸다.

"그때 대청마루에서 어른들이 선반에 고이 모셔놓은 회초리 상자를 꺼내올 때 너무 긴장돼서 오금이 저렸고 하마터면 오줌도 쌀뻔했어."라고 창의가 말하자 모인 아이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책상을 두드리고 난리가 나기도 했다.

"마을 어른들 앞에서 회초리를 맞을까 봐 두려움에 떨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을 때, 갑자기 등장한 단이의 모습은 꼭 하늘에서 선인이 내려와 아이들을 구해주는 것 같았어."라고 하며 그 당시 단이의 용기 있고 지혜로운 처신을 떠올리며 세월이 많이 지난 과거의 일이었지만 아이들 모두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던 무서운 역병이 물러나고 마을 사람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회복했을 때 아이들은 수수께끼나 도깨이야기를 하며 놀았던 즐거운 한때도 추억하였다. 특히 석이의 '검은 망토' 이야기는 두고두고 아이들 입에 회자되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무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일부러 검은 비옷을 입고 학교에 나타나는 아이들도 있었다.

"검은손! 검은 망토!"라고 하며 갑자기 나타나 친구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한때는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었다.


추억이 남아 있는 정든 교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녀와 단이는 둘이서 실종자를 확인하러 도서관에 간 날의 추억을 소환하였다. 그날 나룻배를 놓쳐 징검다리도 못 건너고 산사로 갔었던 일이며, 개기월식이 있날에 밤길을 걸었을 때 말하지 못했던 에피소드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무슨 비밀인지 듣고 싶다며 계속 졸랐다. 숨겨진 큰 비밀이라도 있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소녀가 말문을 열었다.

"그때 밤길이 너무 무서워 내가 단이 손을 꼭 붙잡고 걸었어."라고 하자 아이들은

"에이, 단이가 설이 손을 잡았겠지. 히히히. 웃긴다 웃겨."라고 하며 놀렸다. 그러자 단이는 아이들을 더 꼴려주려고

"보름달이 갑자기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와 엉금엉금 걷고 있었는데 장끼와 까투리가 자고 있다가 우리와 부딪혀 소리치며 날아올랐어. 그때 어찌 됐을까?"라고 하며 아이들에게 알아맞혀 보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한 마디씩 재미있는 상상으로 추리를 하기도 했다.

"가여운 설이는 기절했을 거야. 너무 불쌍해."

"아니야, 단이가 기절하지 않았을까? 설이는 연약하지만 무서움이 없는 아이잖아. 하하하."

"잘 모르겠는데. 정답이 뭐야. 빨리 얘기해봐. 응응."

아이들이 애걸복걸하며 조르자 소녀가 대답했다.

"야. 내가 단이 손을 꽉 쥐고 걸어갔는데 갑자기 꿩이 날아올랐어. 눈 깜짝할 사이에 크게 놀랐으니 어찌 됐을까? 힌트야."

"알겠다. 설이 너 단이랑 포옹?"라고 하며 리솔이가 생각이 번쩍 떠오른 것처럼 큰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은 갑자기 킥킥거리며 여기저기서 또 책상을 치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야야, 너희들 상상에 맡길게. 궁금하면 내년 여름에 다시 만나자. 그때 만나면 말해줄게. 이건 미성년자 관람불가라서···."라고 하며 밤길을 걸었던 얘기를 시끌벅적한 가운데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했다.


아이들은 공부가 되었던 일들도 빼놓지 않고 얘기를 이어갔다. 리솔이가 지난여름에는 우리들이 같이 놀면서 공부도 많이 한 것 같다며

"나는 밀물. 썰물, 조수간만의 차 그리고 사리, 조금 등에 대해 평소에 어른들이 하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책에서도 배우긴 했으나 사실은 잘 몰랐던 걸 우리가 함께 체험하면서 잘 이해하게 되었어."

"신문이나 뉴스에 대조기, 소조기라는 말도 나오던데···."

"조기? 생선은 아니지? 하하하."

"아마 사리 때를 대조기라 하고 조금 때를 소조기라고 하는 것 같아."

"그래, 그래. 맞아. 그리고 달하고 들물과 날물이 태양보다 더 관련이 많다는 것도 그때 알았어."

"그리고 설이가 이야기 준 맹꽁이 울음소리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어."

"그럼, 공부는 책으로만 하는 게 아니네."

"책에서 배운 것들을 직접 체험해보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 쉽게 이해가 되었던 것 같아."

"그리고 설이가 서울로 떠나기 전에 추억 쌓기로 우리가 다 함께 갔었던 은모래 빛 해변 캠핑도 있잖아."

"그때 비박이라는 것을 한다며 독충을 막기 위해 마늘이나 담뱃가루를 텐트 주변에 뿌려놓기도 했었지."

"백사장에서 했던 '오징어 달구지' 게임과 바다에 술래를 세워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한 기억도 새록새록 나네."

아이들은 모두 그런 놀이를 언제 한 번 해보고 싶었다며 오후에 캠핑 가서 다시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소녀와 단은 징검다리를 건너며 우연히 관찰했던 하천의 모습 개기월식도 많은 생각을 주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우리 모래톱 마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지난번 폭우로 하천에서 급류에 돌과 자갈들이 하류로 운반되어 내려갈 때 이해하게 되었어."

"높은 산 위에서 바위가 구르면서 운반될 때, 큰 돌들이 깨져 닳고 닳아서 자갈이나 모래가 되고, 모래톱은 이때 생긴 잔모래들이 강 하류에서 바다에 막혀 더 먼 곳으로 운반되지 못해 생기는 것 같았어."

"개기월식은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상에 올 때 생기는 현상인데 지구 그림자에 달이 조금씩 가려져 보름달이 완전히 사라졌다가 점점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것을 밤길을 걸으며 직접 봤는데 너무 신기했단다."

"우와, 너희들 도서관에서 기록 찾는 것보다 자연 체험으로 더 많은 공부를 했구나."

"우연히 개기월식을 관찰하면서 지구와 달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여러 가지 과학적 현상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

"이야, 공부라는 게 신기하네.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이 공부인 줄 알고 죽자살자 외우려고 는데 그게 아니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에 흥미나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하고 어떻게 탐구하느냐에 따라 저절로 유익한 공부가 되기도 하니···."


아이들은 그해 여름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공부의 내용뿐만 아니라 학습의 방법이나 요령에 대해서도 새롭게 눈을 뜨기도 했던 것 같았다. 아이들끼리 놀고 서로 어울리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어른들도 있으나 아이들이 아이들을 키운다는 말도 떠올랐다.



아이들은 그해 여름에 새로 알게 되고 배운 게 너무 많다면서 중학생이 되었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 다시 그런 체험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함께 어울리고 체험하며 익혔던 시간들이 중학교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또 어떤 아이들은 중학교뿐만 아니라 고교생이나 대학생이 되더라도 흥미진진한 체험은 많을 거라며 기대에 부푼 꿈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모래톱 마을 아이들은 탐험대를 꾸려 전설의 섬을 탐사함으로써 마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거둬내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모험심과 도전 정신은 마을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미신을 타파하고 전설의 섬을 무지개 너머 달 저편의 아름다운 섬으로 되돌려 놓고 있었다.


교실에서 모임을 마치고 아이들은 모두 전설의 섬으로 캠핑을 떠났다. 과거를 답습하거나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더라면 도저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꿈은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들의 선물이라는 말이 뇌리에 스쳐 갔다. 아이들은 마을이 안고 있었던 고민이나 그들 앞에 닥쳤던 산적한 숱한 난제들을 피하지 않았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성장해 다. 아이들은 아이들이었다. 때로는 부딪히며 좌충우돌하였지만 지혜로웠고 무엇보다 마음이 열려 있었다. 이제 그해 여름에 겪었던 두려움이나 어두운 그림자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신비의 섬은 말 그대로 신비스러운 낙원을 제공하였고, 섬의 터줏대감이 된 노인은 섬 곳곳을 안내하는 안내자가 되어 있었다. 노인은 어린아이들과 어울리며 삶에 대한 보람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신비의 섬의 동식물 자료를 수집하기도 하고, 관련 지도를 만들기 위해 단이 할아버지와 함께 섬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섬에는 크고 작은 동굴이 개나 있었다. 남도의 섬을 주름잡았던 팔색조를 비롯한 새들의 서식지와 생태에 관한 조사도 흥미를 더해주었다. 전설의 섬은 같은 섬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섬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 사람의 삶도 같은 사람인데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단 말인가.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도 있으나 전설의 섬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져 가고 있었다. 이런 극명한 대비들은 아이들에게 때때로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생각을 열어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앞으로 섬에 서식하는 희귀 동식물들의 동물지도와 식물지도를 완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소녀는 아이들의 계획을 접하며 자신이 직접 체험했던 비무장 지대(DMZ)나 독도의 자연환경을 예로 들며 전설의 섬의 동식물에 관한 생태 보고서를 작성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피력하기도 했다. 신비스러운 전설의 섬은 자장가에서 나오기도 하는 상상 속의 땅이었던 것일. 겹겹이 쌓인 구름 너머 달 저편의 아름다운 나라, 행복의 나라는 정말 존재하 것일까. 천혜의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숲과 야생의 동식물을 간직한 신비의 섬, 그 섬은 자장가에 나오는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로 탈바꿈하며 아이들 곁으로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다도 태양도 소녀와 소년의 만남을 기뻐하며 신묘한 기운으로 온 세상에 화답했다. 오늘 하루 바다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이제껏 한 번도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붉은 태양은 하얀 안개와 뭉게구름을 뚫고 은빛 바다를 선물하였다. 한동안 푸른 바다는 수면 위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설원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드넓은 바다는 은물결을 일렁이며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을 간직했던 소녀의 해맑은 모습을 연출하려 했던 것일까. 


출처 : 브런치 모두맑음

그러더니 해가 서쪽 바다 위에 걸리자 은빛 바다는 황금빛 꽃가루를 뿌린 것처럼 붉은 저녁노을로 변해갔다. 바다 위마치 비단을 수놓은 듯했다. 서쪽 하늘은 생각이 깊고 담대했던 소년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나라도 있단 말인가. 겹겹이 인 구름 너머 무지개를 건너 달 저편 먼 곳에나 있을 법한 나라, 그런 나라는 아닐까. 이전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나라, 행복의 나라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친구란 답답한 삶의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면 맞는 말일까. 소녀와 소년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지난 '그해 여름'을 떠올리며 '꿈과 우정'의 의미추억해 보았다. '친구란 또 다른 나 자신이다.'라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둘은 마음을 나눌 진정한 친구를 두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한나절까지 은빛 물결이었던 바다는 저녁노을이 스며들며 붉게 변해갔다. 은빛 설원을 닮았던 소녀와 붉은 서쪽 하늘을 상징했던 소년에게 온 천지간의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신기루처럼 손짓하는 듯했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소녀와 소년에게 또 다른 내일을 약속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서로 마주 보는 두 아이의 뺨은 온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노을빛을 닮은 듯 아름답게 빛났다.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아이들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그해 여름도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해 여름! 그해 여름이여, 안녕!







우리 다시(졸업 노래)





《글 속으로 들어가기》

'아이들이 아이들을 키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해 여름'이라는 작품 속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받으며 배움과 성장을 이루어왔는지 서로 이야기해 봅시다.

작품 속 '전설의 섬'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전설의 섬의 변모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들이 추구해 온 삶(모험과 도전)과 관련지어 토의해 봅시다.

졸업 노래로 예전에 자주 불리기도 했었던 '우리 다시'라는 노래를 다 함께 불러보며 그해 여름을 추억해 봅시다.








THE END



장편소설 '그해 여름' 2부를 마칩니다. 그해 여름 못다 한 이야기 1,2부를 묶어 《장편소설. 그해 여름》을 브런치 북으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함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해 주셨던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꿈을 함께 응원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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