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 걷는 즐거움'에서 얻는 것은 단순히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길 위에서 덤으로 얻는 것이 외려 더 가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하니까요. 어떤 일이나 계획이 틀어지지 않고 계속된다면 그 일로 인해 생기는 덤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자세히 살피며 걷는 길은 우리에게 건강보다는 되레 삶의 지혜와 묘미를 더 챙길 수 있게 하여 좋습니다.
며칠 전에 sns에서 지인이 '여운이 가시지 않는 그림책이에요.'라는 멘트와 함께 공유한 그림동화 삽화를 보며 길에서 사는 동물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동화책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주로 읽는 책이지만 책이 주는 시사점은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기도 하는 책이죠.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 삶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길을 걸어보면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나고 그다음으로 자주 만나는 것이 동물들이죠. 지나칠 때 말을 건네보거나 대화를 시도하는 쪽은 사람보다는 외려 동물들인 것 같아요.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하지만 길에 사는 동물들은 물론이고 주인이 있는 반려견이나 반려묘에게는 처음 만나도 말을 걸어보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 같아요. 특히 '100만 번 산 고양이'와 같은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주거나 말을 걸고.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기도 하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들과의 관계 유지에 너무 소홀한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곤 한답니다. 아마도 모두가 평소에 몸소 느끼고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더 친근하게 생각하고 다가가는 대상들인데 동물들의 삶에 대한 관심은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 동물들의 삶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생각이 듭니다.
이런 기사가 실린 뉴스를 본 적이 있답니다.
"몇 년 전 영국의 유기동물 보호소에 다녀왔어요. 보호 기간은 언제까진지, 안락사는 언제 하는지 물어봤는데 질문 자체를 이해 못 하더라고요. 기다리면 주인이 찾아가는데 왜 안락사를 시키냐며, 주인이 안 찾아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냐면서요.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등록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이죠."(서울경제)
관련 인터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등록 체계도 부실하고 일부러 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워낙 많다는 거예요. 유기동물 보호소는 새 반려인을 기다리다 안락사를 당하는 동물들로 넘쳐나고요. 그런데 영국과 같이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으며 그럴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랐다는 거죠. 영국에는 유기견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접하며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충격이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더군요.
사람들과 소통하며 같이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이제는 우리 사회도 인식을 바꾸어가야 할 시점은 아닐까요. 반려견이나 반려묘 등 사람과 같이 사는 동물의 안전은 물론 떠돌아다니는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들에 대한 생각이나 대처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이전과 다른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동의가 필요할 것 같군요.
우선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길을 잃고 떠돌면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대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현재 떠돌아다니는 동물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공감이 가는 대안들 중에는 철저한 등록제의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울러 떠돌이 동물이 번식과 보살핌 부재로 열악한 지경에 처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중성화 방안을 비롯한 좀 더 따뜻한 사회적 배려에도 관심이 필요하지는않을까요.. 인간이나 동물이나 다들 자연 속에 일정기간 살다가 자연으로 그냥 떠나야 할 운명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함께 살다가 가야 할지 훈훈하고 따뜻한 세상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