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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효능감이 낮아 공부를 멀리하는 아이

학습에 대해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

by 나꿈


자기효능감은 자신의 능력이 어떤 일을 할 때 효과를 발휘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느끼고 믿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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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효능감이 높은 아이들은 과업수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좌절감이 적어 공부를 즐기면서 하기 쉽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화심리검사 가운데 자기주도학습검사라는 것이 있다. 주로 학업동기, 학습기술, 학업 관련 정서 등을 측정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해나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알아보는 검사이다. 사회인지학습이론의 창시자인 반두라는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의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주도적인 학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검사 결과표가 나왔는데 검사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요소 가운데 특히 학습효능감의 측정치와 관련해 높거나 낮은 까닭에 대해 의문을 갖는 교사나 부모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자기주도학습검사의 학업동기는 학습동기와 학습효능감을 구분해 측정하고 있다. 부모들이나 아이들은 학습동기를 '왜 공부를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 정도로 알고 있는 것 같다. 학습동기(學習動機)는 개인이 어떤 것을 학습하게끔 하는 힘이나 경향성이며 일반적으로 내재적 학습동기(intrinsic motivation)와 외재적 학습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구분하기도 한다. 내재적 학습동기는 호기심과 같이 특별히 외적 보상이 없어도 학습하게끔 하는 동기이며, 외재적 학습동기는 외적 보상에 관심을 가져 학습하게끔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학습효능감에 대한 개념이나 개선 방법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 모르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학습효능감은 어떤 문제나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아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 관련이 깊다. 즉, 자녀가 어려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믿음 혹은 부정적인 믿음과 같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설명해주는 능력을 자기효능감이라고 하며 학습과 관련해서는 학습효능감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녀의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학습효능감도 높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과업들 중에 대부분의 것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높지만 학습에만 유독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 종종 자기효능감과 학습효능감에 차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어른들도 어떤 어려운 일을 대면하게 되면 '난 할 수 있어'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게는 너무 어려워서 못할 것 같은데'와 같이 반응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할 때 자신감이 있고 긍정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으며 일을 하면서도 행복감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다. 이처럼 긍정성이 부정성보다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자기효능감은 결국 어떤 사람의 행복감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수행하는데 혼자 할 수도 있고 여럿이 할 수도 있으며, 정해진 일이나 예기치 못한 일을 갑자기 만날 수도 있다.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자신의 능력을 믿고 그 일들을 자신 있게 수행할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을 더 좋아할 수 있고 자아존중감도 높아지게 된다. 자아존중감이 높을 때 주위 사람들도 나를 더 좋아해 주고 존중해줄 수 있으며, 이러한 메커니즘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반대로 자기효능감이 낮으면 불행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늘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며 우울한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효능감은 개개인의 심리적인 특성과 능력이 모두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자신의 능력이 어떤 일을 할 때 효과를 발휘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느끼고 믿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주어진 과업을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잘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혹시 과업수행에 실패하더라도 좌절로부터 빨리 회복하는 '회복탄력성' 또한 매우 높은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과업수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적어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이 된다. 이러한 자기효능감의 메커니즘을 학습효능감에 적용해보면 어떤 아이가 더 공부를 잘하고 학습을 놀이처럼 즐기면서 하게 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공부를 해나가는 데 있어 믿음이 없으면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학습동기가 부여되기 어렵기 때문에 공부 자체를 멀리하거나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우울한 심리적인 상태는 학습된 무기력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매사에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아이들은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구를 찾다가 게임 중독이나 스마트폰 과의존 등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학습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학습효능감은 왜 저하되며 어떻게 높여나가고 예방해나가야 할까? 또 누가 학습효능감을 저하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게 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부모들이나 교사들의 책임을 배제할 수는 없다. 부모나 교사는 아이가 성장해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효능감이 심각하게 낮은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며 자신에 대한 자아상이 부정적으로 굳어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 곁에서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평소 말이나 행동, 태도 등은 아이에게 용기를 주어 '너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 강화를 주기도 하고 '너는 할 수 없다'는 부정적 강화를 주기도 한다.



아이들의 학습효능감을 높여 공부에 자신감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의 개인차를 고려해 다양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여기서는 학습이론과 관련해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아이들은 단순히 관찰한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반두라는 관찰학습이라 하고, 효과적인 관찰학습은 주의(attention), 파지(retention), 재생산(reciprocation), 동기화(motivation) 등의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반두라의 보보인형 실험(1961)은 관찰학습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연구는 모든 행동이 직접적인 강화나 보상으로 만들어진다는 행동주의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었다. 당시는 스키너의 행동주의가 지배적인 시기였는데, 반두라는 보상과 처벌이라는 단순한 행동수정의 틀을 가진 조작적 조건 형성은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고 보면서, 인간 행동 중 많은 부분이 타인의 관찰로부터 학습된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따르면 학습효능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모나 주변의 어른들이 학습에 어떻게 참여하며 그러한 학습과정이나 활동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는지를 아이에게 관찰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나 교사의 모습을 유심히 보거나 자주 접하게 되면 스스로 따라 하게 되고 나중에는 동기가 생겨 혼자서도 하게 되어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비고츠키의 인지발달이론에서는 아이가 자신보다 우수한 동료와 함께 하면 지적발달이 더 잘 일어난다고 소개하고 있다. 우수한 동료와 같은 롤모델을 관찰하는 것도 숙달 경험과 연관된 개념인데 아이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롤모델과 함께 활동하거나 생활하면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자기효능감을 높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도 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도 아이들의 학습효능감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이것은 어떤 예언이나 생각이 이루어질 거라고 강력하게 믿음으로써 그 믿음 자체에 의한 피드백을 통해 행동을 변화시켜 직간접적으로 그 믿음을 실제로 이루어지게 하는 예측이다. 옛말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보통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긍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도 있다.


이처럼 아이에게 있어 부모나 교사의 말은 단순한 말 한마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미래에 대한 모습을 결정하거나 예언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넌 할 수 없어'라고 자주 말하거나 부모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박혀 있으면 실제로 무엇을 잘할 수 없는 아이가 되기 쉽고, '넌 할 수 있어, 해낼 수 있어'라고 격려해주거나 그런 생각을 부모나 교사가 하고 있으면 아이도 자신감을 갖고 그렇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학습효능감을 기르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부모나 교사가 어떤 학습을, 왜 할 수 있는 것인지 또 그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방법까지 알려준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자기효능감이나 학습효능감과 같은 내재적 동기와 관련되는 것은 제대로 길러져 있으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능력이다. 하지만 장기간 낮은 효능감으로 공부를 멀리한 아이들의 경우 학습 스트레스가 심하고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따라서 아이의 학습효능감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어도 '회복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의 충분한 배려와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 학습효능감이 낮아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돕고자 한다면 부모들이나 교사들은 아이들의 학습 결과나 성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에게 맞는 학습효능감 강화 방안을 토대로 학습 습관을 바로 잡아주고, 학습스트레스나 죄절감에서 벗어나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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