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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거짓말

너무나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

by 나꿈


거짓말이 나쁘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
누가 봐도 명백하지만 아이들의 거짓말은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기제와 관련된 무의식적 거짓말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착하고 순진하다고만 여겼던 아이로부터 어느 날 뻔한 거짓말을 듣게 되는 순간 부모는 하늘이 노랗게 되는 듯한 충격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른다. 또 그런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여 남의 눈에 띄게 되면 어떡하나 하고 없던 고민들이 하나 둘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져 나올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보면 이 일을 어쩌나'하고 낙담부터 하는 부모들이 한 둘이 아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더 나아가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번져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라는 우리 속담을 떠올리며 그런 상황에 부딪히면 거짓말을 하는 나쁜 습관을 고치기는 해야 하는데 참으로 난감한 상황을 간혹 경험하기도 한다. 유아의 거짓말도 문제가 되겠지만 특히 판단력이 길러진 10대 아동들의 거짓말은 심각한 경우가 많다.




거짓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이것을 믿게 하려고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하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말하는 본인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유아나 아동의 경우와 병적인 경우에는 그런 의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 거짓말은 '무의식적인 거짓말'과 '의식적인 거짓말'로 구분할 수 있다. 아동의 경우에는 그 지능의 발달상태에 따라 거짓말의 내용이 달라진다. 유아는 상상과 현실의 구별을 분명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상상에 의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어린이의 의식세계에서는 거짓말이 아니다. 따라서 유아의 상상에 의한 거짓말에 대하여는 거짓말로서 취급하지 않는 태도, 즉 못 들은 척하는 태도가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거짓말에 관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연구들도 있다.(출처 : 과학향기)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거나 '사람들이 하루에 거짓말을 몇 번 하는가' 등에 관한 실험들은 웃음을 짓게 한다. 2012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는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도록 300번 이상 연습을 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는 속설을 실험으로서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범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폴 에크만 박사는 사람은 8분마다 한 번씩 거짓말을 하며 하루에 최소 200번 정도는 거짓말을 한다고 밝혔다. 폴 에크만 박사가 말한 거짓말에는 의례적인 인사라든지, 표정, 태도와 같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거짓말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을 포함한다. 또한, 거짓말은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하는 것보다 문자메시지로 대화할 때 더 빈도가 증가한다고 미국 위치토 주립대 데이비드 슈 교수팀이 발표했다. 연구 결과 실험 참가자는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것보다 문자메시지로 대화할 때 거짓 정보를 더 많이 얘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말을 가장 적게 할 때는 영상통화를 할 때였다.




그런데 아동의 거짓말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특히, 단체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을 저질러놓고 꾸중이나 벌을 받기 두려워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는 거짓말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아동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러대다 보니 관련된 다른 아이들과의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에 대해 구석진 벽이나 책상에 나쁜 소문이나 낙서를 해놓고 태연하게 잡아떼는 경우와 같이 보복적인 행위의 거짓말, 물건을 함께 가지고 놀다가 망가뜨린 경우 상대방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는 거짓말, 다툼의 대상이 된 모든 행위에 대해 자신은 무죄임을 주장하며 습관적으로 하는 거짓말 등이 있다. 이런 거짓말을 자주 하는 아이는 피해 의식이 강하여 자기 방어적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으므로 또 다른 행동장애는 없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거짓말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주로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와 같은 거짓말을 하는 아동에 대해서는 명백한 거짓말이더라도 아이를 궁지로 몰아넣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주로 분노조절장애나 자기 존중감 문제를 겪고 있는 아동들은 남이 봤을 때는 명백한 거짓말이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기제와 관련되고 어쩌면 무의식적 거짓말 즉,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의 이러한 뻔한 거짓말을 듣게 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게 된다. 그것은 거짓말도 나쁘지만 앞으로 습관적 거짓말이 아이를 크게 망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은 어떻게 거짓말하는 아이를 훈계해야 할까? 지혜로운 부모나 전문적인 교사의 지도는 무엇이어야 할까? 거짓을 말한 아이의 잘못을 꾸짖는 어른들의 화풀이 수준의 지도로는 습관적인 거짓말을 개선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든지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훈계는 할 수 있지만 지도상의 차이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려는 마음이야 같을지언정 종이 한 장과 같은 거짓말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는 어쩌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아이들의 행동교정에서는 질러가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례는 둘러가야 빨리 가는 경우가 많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속담이 있다. 작은 일을 바로잡거나 쉽게 해결하려다가 큰 것을 보지 못해서 일을 크게 그르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할 때 쉽다고 대충 하거나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기만 할 경우 종종 생기는 예기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과 관련된 속담이다. 아이들의 행동교정은 지금 당장보다는 좀 더 멀리 바라보며 기다림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할 때 교육이 살게 되고 아이도 어른 자신도 지킬 수가 있다.




한 번은 빤한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어느 날 아침, 어떤 아이 책상 위에 연필로 그림을 그렸는지 낙서가 가득했던 적이 있었다. 누가 그 낙서를 했는지 보지 못했지만 기분 좋게 아침 일찍 등교한 책상 주인인 아이가 낙서로 엉망이 된 책상을 보더니 금세 눈에 눈물이 고였다. 누가 그런 낙서를 했는지 책상 주인은 아는 눈치다. 얼른 새 지우개를 건네며 울음을 멈추게 하고 낙서된 책상을 함께 깨끗이 지우자고 했다. 낙서를 한 아이도 등교하자마자 아침부터 자신의 잘못이 밝혀져 추궁을 받고 궁지에 몰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분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에 책상을 정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반나절을 보냈다. 그런데 반나절이 지나는 사이에 누가 낙서를 했는지 본 사람이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낙서를 한 것으로 지목된 아이를 살짝 밖으로 불러내어 물었다. "네가 책상에 낙서를 했니?"라고 물으니 아이는 단호하게 딱 잡아떼며 "그런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 아이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두 말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너처럼 착한 아이가 그런 낙서를 할 리가 없지..." 그것이 끝이다. 그리고 손을 잡고 교실로 걸어 들어왔다. 낙서로 엉망이 된 책상 주인인 아이에게는 "그 아이가 낙서를 하지 않았다고 하고 우리가 정확히 모르는 일이니 한 번 눈 감아주자"라고 하며 그 일 처리를 다음으로 미루었다. 지금 두 아이는 그 전에는 서로 잘잘못을 따지며 다투는 일이 많았었는데 요새는 그런 일로 찾아오는 일이 없다. 그때 낙서한 아이를 추궁하며 울리지 않고 궁지로 내몰지 않은 일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번진다. 심각할 수도 있었던 일을 그렇게 유연하게 해결한 것이 내게 너무 큰 행복감을 주는 일이 되었다. 아이들도 선생님의 깊은 뜻을 아마도 알아챈 듯하다. 그 이후의 아이들의 달라진 행동으로 그런 느낌을 받곤 하기 때문이다. 책상에 낙서를 한 아이는 본인이 낙서를 했으니 스스로 그가 거짓말을 했음을 뉘우쳤을 것이다. 낙서가 된 책상의 주인도 왜 그가 자기 책상에 낙서를 했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되었을 것이다. 평소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남았던 앙금이 어쩌면 그 낙서와 거짓말로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모든 비행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교육을 해야 하는 장면 속에는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 부모가 교사의 모호한 처방을 문제 삼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교사나 부모가 아이를 훈계할 때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까닭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교육이나 지혜로운 부모, 슬기로운 교사 생활은 아이들을 위해 원칙도 고수해야 하지만 때로는 유연성과 민감성을 곁들인 밀당도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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