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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아이와의 대화 기술

소심하고 예민한 아이를 위한 공감적 경청

by 나꿈


경청이 위대한 것은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끝까지 들어주기만 했을 뿐인데 꽉 막혔던 일이 쉽게 풀리는 경우가 흔히 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지인 중에 최근에 직장을 구하여 일을 하게 된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민원 고객과의 소통 부재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 공감적 경청에 대해 상담한 적이 있답니다. 우리는 평소 남의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죠. 그런데 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걸 아시면 놀라실 겁니다. 지금, 바로 당신이 소통 장애를 범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주 사소하고 쉽게 해결이 가능한 문제를 어렵게 끌고 가고 있는 경우는 없을까요? 가깝게는 내 가족, 친척, 이웃, 친구 그리고 직장에서 혹은 각종 사회생활의 인간관계 속에서 흔히 범하고 있는 일일 수도 있답니다. 소통하고 있으나 나도 모르게 소통 부재나 소통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거죠.



자녀교육의 경우에도 공감적 경청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른들도 소통 장애로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는데 하물며 아이들의 경우는 소통 장애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공감적 경청이나 공감적 이해가 분노조절장애나 자존감이 낮아 고민하는 아이들에겐 더욱 필요한 소통 기술이므로 아이를 지도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경청을 위대하다고 하는 것은 경청이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죠.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끝까지 들어주기만 했을 뿐이었는데도 꽉 막혔던 일이 쉽게 풀리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경청'의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을 상대방에게 기울여 진심으로 귀와 눈과 마음을 모아 듣는 태도를 말합니다. 한자 풀이를 보면 기울여서 듣는 것을 이릅니다.​


공감적 경청은 전문적인 상담 용어 가운데 하나인데, 그 종류는 크게 단순한 반영과 해석적 반영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먼저, 단순한 반영은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말한 것에 대해 아무것도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숨겨지거나 함축된 메시지를 찾지도 않으며 그냥 반복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해석적 반영은 상대방의 말속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찾아내어 반영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공감적 경청은 부메랑의 원리 즉,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면 결국 그대로 나에게 돌아온다"는 원리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공감적 경청은 상대방으로부터 대답하기 위한 의도로 듣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듣는 것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니라 대답하거나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반격하기 위한 의도로 듣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 성급한 어른들은 잘잘못을 따지며 자신도 모르게 추궁하듯이 몰아붙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런 태도는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쉬운 방법이나 쉬운 길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추궁하듯이 묻는 것은 아이들의 맘속으로 들어가기 어렵고 진심을 서로 나누기 위한 전제가 되는 마음의 거리도 좁힐 수가 없답니다.


공감적 경청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커다란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이것은 상대방에게 '심리적 공기'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상당한 치료 효과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 생존 다음으로 인간에게 가장 큰 욕구는 심리적 만족입니다. 이는 곧 타인으로부터 이해받고 신뢰받고 인정받으며 존경받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이러한 심리적 공기와 같은 절대적 욕구가 충족되게 되면 상대방은 심리적으로 안심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꽉 막혔던 문제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주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용이해지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정말 대화하고 싶고, 대화하기가 편안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 사람들은 아마도 대화에서 듣는 사람 역할을 정말 충실하게 잘하고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대화하는 상황에서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고만 있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그러니까 대화를 잘하고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고 싶다면 당연히 듣는 것을 잘해야 하는 거죠. 그러면 우리가 잘 듣고 있는지 먼저 점검을 해 볼까요?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하는 행동으로 여러분은 몇 가지나 해당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부터 아래 내용을 읽으며 나에게 해당되는 개수를 세어보세요.

1. 내가 할 말을 생각하면서 듣는다.
2. 다른 행동을 하면서 듣는다.
3.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고 듣는다.
4. 상대방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한다.
5. 가만히 듣기만 한다.
6. 상대의 표정이나 제스처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7. 충고를 한다.
출처 :경청의 힘(래리 바커, 키티 왓슨)


여러분은 7가지 중에서 몇 가지나 해당되나요? 이 7가지 중에 단 한 가지라도 해당되신다면 여러분은 듣기를 다시 배우셔야 한답니다. 자녀나 아동들과의 대화에서 만일 3~4개가 당신에게 해당된다면 대화를 통한 자녀와의 소통은 단절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듣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까요?



진정한 설득은 경청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설득에 능한 사람일수록 적게 얘기하고 많이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 많은 이는 싫어해도 경청하는 이는 호감을 넘어 자신도 모르게 ‘신뢰’해버리는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래리바커 등은 '경청의 힘'이라는 책에서 “말 잘해야 살아남는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말싸움 없이, 적게 말하고도 상대를 기분 좋게 내 편으로 만드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죠. 앞에서 말씀드린 경청 테스트용 질문들을 반대로 하면 모두 올바른 듣기 방법이 됩니다. 훌륭한 경청 방법이 되는 거죠. 경청하는 방법 7가지를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상대의 말에 온전히 집중한다.​
자기 말을 많이 하거나 자신감에 넘치는 분들이 주로 범하기 쉬운 실수입니다.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자기가 할 말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말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듣게 됩니다. 우리는 대화에 공백이 있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상대방의 말이 끝나면 바로 내 말을 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가 말하고 있을 때 그 도중에 내가 할 말을 생각하는 거죠. 그 순간 우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못 듣게 되므로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는 온전히 상대방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주세요.


2. 다른 행동을 멈추고 듣는다.​
이것도 흔히 생기는 일들입니다. TV를 보거나 설거지 등 자신이 하던 행동을 멈추지 못한다는 거죠. 뭐가 그렇게 바쁘고 중요한지 누군가가 말을 걸어도 자신이 하는 것을 계속하면서 대답을 하죠.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지만 듣기 실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있는 사람보다 더 중요한 가요? 물론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만약 하고 있던 일의 중요도와 긴급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면 하던 일을 멈추세요. 내가 뭘 하고 있던 중이라도 상대방이 말을 걸면 하던 것을 멈추고 상대의 말을 들어주세요.

3. 상대방과 눈맞춤을 한다.​
이것도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죠. 우리는 참 눈을 맞추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런 말 있잖아요. "내 눈 똑바로 보고 이야기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눈을 마주치는 행위가 상대방에 더 깊은 마음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눈 맞춤을 하라는 이야기가 눈싸움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간중간 다른 곳을 볼 수도 있겠지만 대화에서 대부분의 시간에 따뜻하고 편안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말하는 이에게 대화에 의욕을 갖게 해 주세요.


4. 상대의 말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무슨 말만 하면 그것에 대한 평가를 하기 바쁘죠. 하지만 상대의 말을 들을 때 평가하는 마음가짐은 버려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듣고 있다면 상대방의 말이 온전히 들릴 수가 없어요. 특히 상대의 말속에 녹아 있는 온전한 감정이 들리지 않고 무시되기 쉽습니다. 이런 습관은 우리가 대화 상대에게 공감하는 것을 방해해요. 공감대 형성이 안 되겠죠. 그리고 상대가 내 말을 평가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 역시 말하기가 싫어지겠죠. 그러니 들을 때는 듣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듣는 내용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하는 습관은 대화를 방해합니다.


5. 상대의 말에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
벽이랑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벽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런 반응이 없거든요. 그러니 우리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적절한 반응을 보여야 해요. 그리고 추가로 알아두어야 할 것은 모든 반응이 꼭 말로 표현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손짓, 표정, 말투 같은 것으로도 좋은 반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비언어적 요소라고 하죠. 거기에 감탄사 같은 것도 끼워 넣어하면 더 좋습니다. 말로 하는 반응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공감, 인정, 칭찬, 요약 이런 것들이 거기에 포함되죠. 이것은 언어적 요소라고 합니다. 이렇게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상대의 말에 적절히 반응한다면 상대는 신이 나서 더 많이 말을 할 거예요. 그리고 아마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이건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이런 말까지 해도 될지 모르지만" 등 귀한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겠죠. 여러분의 대화 상대에게 적절한 반응을 보여 주세요. 그럼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6. 미소나 제스처 등 비언어적 요소도 듣는다.​
메라비언의 법칙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1971년 알버트 메라비언 박사가 그의 저서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대화에서 언어적 내용의 영향력은 7%라고 합니다. 비언어적 요소들이 대화에 정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에도 집중해야 하지만 동시에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손짓 등을 동시에 감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방법들도 조금만 익숙해지시면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듣고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7. 상대를 질책하거나 충고하지 않는다.​
여러분 이거 정말 중요해요. 제발 충고하지 마세요. 대화하고 싶으세요? 그러면 충고하지 마세요.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입니다. "잔소리는 은근히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충고가 좋지 않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압니다. 충고는 대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오히려 독이 되죠. 특히 요즘 부모님들 자녀들하고 대화하는데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대화하는 패턴을 보면 정말 충고를 많이 하십니다. 충고할 일이나 간섭할 일들이 그만큼 많기도 하죠. 여러분이 충고를 계속하잖아요. 그러면 상대방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충고 말고도 할 거 많잖아요. 응원해주고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고... 할 말이 이렇게 많은데 왜 하필 충고를 하셔야 합니까. 앞으로 충고하지 마세요. 특히 자녀와 대화 시에는요.



평소 많은 분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가볍게 여기며 지나칠 수도 있는 대화법 중에서 경청의 기술을 살펴보았습니다. 경청의 방법들 가운데 실생활 속에서 기억에 남는 한 가지라도 오늘 당장 실천에 옮겨보세요. 새로운 세상과 술술 풀리는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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