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브루타는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방법이다. 문자적 의미는 우정, 동료 등을 뜻한다. 교사-학생 간의 관계와 달리 하브루타 학습에서는 각자가 분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조직화하여 상대방에게 설명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면서, 때로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좁은 의미로는 동급생, 넓은 의미로는 부모나 선생님과 서로 대화함으로써 자기 주도 학습능력 향상은 물론 사고력, 창의력 등을 함양할 수 있다. 친구를 의미하는 히브리어인 하베르에서 유래한 용어로 학생들끼리 짝을 이루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논쟁하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토론 교육 방법으로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를 공부할 때 주로 사용된다. 나이와 성별, 계급에 차이를 두지 않고 두 명씩 짝을 지어 공부하며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때 부모와 교사는 학생이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학생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어떤 대학도서관은 하브루타를 허용하여 조용한 도서관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도서관으로 유명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브루타는 소통을 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다층적으로 지식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찬반양론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므로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법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하브루타를 소개한 책 내용 중에 까바 놀이, 까만 놀이, 까주 놀이 등은 이해하기 쉽고 적용하기도 좋다. 토의토론이라는 딱딱한 틀을 벗어나 손쉽게 질문을 만들고 짝을 이루어 하브루타를 진행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학생들이나 교사가 질문에 서툰 까닭은 무엇일까?
학생들이 질문을 못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이 질문을 만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그런 일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질문을 할 기회와 길이 막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토의토론 수업도 어려움이 있다.교사들은 질문을 잘 만들까? 교사 역시 질문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합종연횡해본 적이 많이 없다. 즉, 일방적 강의식 수업으로 학생들의 질문으로 수업을 이끌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교사의 발문은 예나 지금이나 반드시 필요하다. 단 교사가 가르친다는 의미의 발문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질문으로 배움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발문이 더 필요하다. 학생들이 꺼내 놓은 질문들을 학습목표나 성취기준에 맞게 잘 연결하고 조합하여 되물어 주는 발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이 던진 넓은 의미의 질문들을 좀 더 좁은 의미, 즉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으로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학생이 던진 구체적인 질문은 되물어 가면서 좀 더 넓은 의미로 확장시켜 가기도 해야 한다. 이처럼 질문과 대화는 두려운 것이 아니고 즐거운 것이며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까바 놀이
까바 놀이의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서 맨 끝 문장만 바꾸면 된다. 예를 들면 학교에 왔습니다 -> 학교에 왔습니까?
아침밥을 굶었습니다 -> 아침밥을 굶었습니까?
한마디로 풀이하는 문장을 그대로 받아서 묻는 문장으로 바뀌는 일이다. 짝이 풀이하는 문장을 제시하면 다른 짝이 '까'로 끝나는 질문하는 문장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까바 놀이의 장점은 아이들이 서로의 말을 잘 듣게 된다. 즉 듣는 훈련이 되고 기다림을 배우게 된다 아울러 관찰력이 좋아지고, 자세히 보는 힘이 길러지게 된다.
까만 놀이
까만 놀이란 '까만'은 "까 만들기'의 줄임말로써 질문을 계속 만든것을 뜻한다. <책상>을 주제로 질문을 만들어보자.
책상은 몇 개입니까?
교실 책상은 왜 네모 모양입니까?
책상다리가 왜 2개밖에 없습니까?
사람은 왜 다리가 두 개입니까? 등등
까만 놀이의 장점은 부담 없이 다양한 질문들을 만들 수 있다. 많은 친구와 대화할 수 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력자임을 배우게 되어 매우 재밌는 활동이며 놀이가 될 수 있다.
까주 놀이
까주 놀이란 "까 주고받기"이다. 풀이하여 설명하면 '질문을 주고 질문을 받는 것'이다. 즉, 인터뷰하듯이 질문을 하고 상대로부터 답을 구하는 형태이다 지금까지는 친구와 함께 질문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독립적으로 질문을 만드는 단계이다. 질문을 만드는 형태에서 이제는 질문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꼬질꼬질 놀이
꼬질꼬질 놀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놀이"라는 의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다. 즉, 질문에 대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 속에 드러난 내용을 잡아서 다시 질문을 던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꼬질꼬질 놀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그 한 부분의 꼬리를 잡아서 다시 질문해야 한다. 꼬질꼬질 놀이는 까주 놀이를 좀 더 깊이 있게 하는 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까주 놀이를 좀 더 보완하고 확장한 활동이다.
까주 놀이와 꼬질꼬질 놀이의 장점은 질문을 통해 현재 관심사를 짐작할 수 있다 상대의견을 듣고 자신의 질문 형태를 생각해 보게 된다. 상대방의 인터뷰 방식을 배울 수 있게 되고 상대방의 의견을 분석하면서 들을 수 있으며 질문으로 대화의 깊이를 더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질문과 대화를 통해 토론하는 것이 하브루타의 핵심이다. 여럿이 진행하는 토론과 달리 두 사람이 진행하므로 소외된 사람이 생기지 않는다. 아이들은 먼저 특정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 하며 서로 질문과 대화, 토론, 논쟁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며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통찰력을 얻기도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분석해 응답하는 행동을 통해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하브루타는 좁게는 학생 간 대화를 통한 학습법이지만, 넓게는 교사와 학생, 혹은 가정에서도 진행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간에도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 논리를 세우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자녀와 대화할 수 있다. 하브루타는 강의식 교육보다 효율적인 학습법으로 알려졌다. 강의식 교육은 교사가 수업을 통해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문가에 의해 정리된 내용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이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기 쉽다는 한계도 있다. 이와 달리 하브루타는 학생 스스로 대화와 질문을 통해 학습 주제에 깊이 참여하게 된다.
하브루타(파트너)는 개인의 관심사와 성격, 학습 수준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 친한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하브루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브루타는 때때로 학습 파트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우정으로 발전하며, 인간적으로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한편, 학습 수준과 경험에 따라서는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동등하거나, 다소 부족함이 있는 하브루타 등 세 가지 유형의 파트너를 선택하게 되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자신보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하브루타를 만나면 많은 양의 정보를 얻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보다 학습량과 경험이 부족한 하브루타를 선택할 경우,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 학습 능력과 경험이 비슷한 하브루타를 만나면 동등한 위치에서 논리적인 사고와 의견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비판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발전시킬 수 있다.
하브루타에서는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쓴 질문들에는 학생 자신의 경험과 삶이 묻어 있기에 학생들이 대화하면서 찾아가기가 쉽다. 질문이 쉽다고 해서 배움의 깊이가 얇은 것이 아니다. 질문의 시작이 쉬워야 재미가 있다는 뜻이며 그래야 깊은 배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질문의 시작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일이다. 따라서질문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먼저 인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런데 질문은 단순히 아는지 모르는지만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던 아이들이 '그냥'이라는 말로 지나치던 일상을 눈여겨보게 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게 된다. 즉, 질문은 관찰하는 힘. 다르게 보는 힘을 길러 주며, 다르게 본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의문이 생겨야 그것이 다르게 보이는 게 된다. 교사가 무엇을 시켜서 외우고, 남들이 하니까 그냥 따라 하게 되면 의문이 생길리 없지만 질문은 자신 안에 새로운 물음표를 남기는 일과 같은 것이다. 질문은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고 질문은 알고 싶은 것에 대한 호기심이다. 질문은 안다고 착각한 것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며 질문은 그 사람의 현재 값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질문은 스스로가 아는지 모르는지 알려주는 도구인 동시에 다양한 질문들은 수업의 방향을 찾아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하브루타에서는 자기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설명하기'는 매우 어려운 수준의 사고 활동이며, '설명하기'를 통해서 메타인지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에 의심을 품게 된 것이 질문이라면 그 질문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를 스스로 확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교실에서의 좋은 수업이란 학생들이 설명을 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업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좋은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고 배움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된다. 학습 대화에서 하브루타 즉, 짝이 변한다는 것은 생각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다양한 짝을 만나는 활동은 세상 밖의 나를 만난다는 과정으로 친구들의 생각들을 배움으로써 지식이나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는 길이다. 생각이 다행해진다는 것이 바로 수업의 재미를 더하는 것이 된다.
하브루타는 쓰기나 기록을 중요하게여겨야 한다. 질문 수업에서도 필기를 해야 한다. 교사가 판서란 일반적인 칠판의 내용을 쓰는 것이 아니다. 하브루타에서 쓰기는 조금 다른 것이다. 중요한 것을 발췌하거나 요점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시간에 대화한 것을 기록해 나간다는 의미를 지니며 한 마디로 말하면 배움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기 주도적 기록을 해야 유의미할 것이다.
쓰기나 기록은 배움의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쓰기는 하나의 놀이가 된 것인데 학습 과정의 기록을 통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질문을 했고 대화를 나누었는지 알게 된다. 결국 기록을 통해서 배움을 확인하고 배움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수가 있다.
이처럼 하브루타에서 쓰기는 ' 배움의 정리 과정'이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 타인의 의견을 총제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학습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어가게 된다. 배움의 정리 과정은 어쩌면 매우 창의적 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배움은 결국 자신을 만드는 일이다. 질문과 대화로 자기 자신이 갇혀 있었던 내면적 모순 속에서 탈출하여 드넓은 세상과 마주하게 되고, 스스로 커지며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왜? 만약에? 어떻게?
'왜? 만약에? 어떻게?'와 같은 질문 3단계는 모두가 알다시피 기본적이면서도 논리적인 단계이다. 그러나 결국 이 과정을 통해서 해결책과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아내게 된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배움을 찾아갈 수 있도록 유능한 교사는 따뜻하고 친절한 코칭자가 되어야 한다. 배움 속에 있는 학생이 행복해야 하고 학생 개개인의 배움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중요한 것처럼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는 더욱 중요하다. '무엇'과 '어떻게'를 연결하는 도구가 필요하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도구인 ' 어떻게'가 하브루타에서는 바로 질문과 대화이다. 질문은 학생들의 생각이 한정적인 범위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창의적인 발상과 끊임없는 성장을 도모하게 된다.
오늘은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는지, 오늘 하루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그것이 바로 질문하는 공부법, 하브루타다. 요즘 독서교육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슬로리딩과 하브루타의 접목은 그 시너지 효과를 담보할 수도 있다. 슬로리딩은 책 속의 다양한 장면, 사건, 인물들과의 대화와 상상력을 불어넣는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책 내용 질문 만들기, 질문 주고받기, 등장인물과 인터뷰하기 등은 하브루타를 통해 더욱 내실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브루타는 끊임없이 “왜?”라고 묻게 하는 교육을 통해 서로를 가르치는 최고의 교육법으로 유대인들 사이에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유대인 교육의 핵심은 ‘놀이’라고 한다. 놀이처럼 어떤 것에 빠져서 즐겁게 하게 되면 힘들이지 않고 어떤 일을 해 낼 수가 있다는 말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교수법을 활용하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활동 속에서 어떤 과업이 달성되도록 한다면 고민 속에 있는 내 아이 교육에서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