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휴일을 지나고 맞는 월요일처럼 가끔 피곤한 날 밤길을 걸을 때 자주 들으며 친구처럼 지내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시대 건강 생활을 위해 걷기 운동 밴드에 가입해 활동하며 걷는 생활로 하루의 피로를 씻는 경우가 잦다. 특히, 코로나가 갑자기 창궐했던 지난해 초부터는 '라디오 들으며 걷기' 밴드를 만들어 하루 1만 보 걷기 인증을 하며 지내기도 했다. 그런데 밴드에 걷기 실적을 인증하는 것이 건강 생활뿐만 아니라 상쾌한 하루의 마무리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떤 활동이 이롭게 여겨지면 자주 그 일을 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은 꾸준히 지속되게 된다. 걷기 운동을 실천한 날과 실천하지 않은 날에 몸이 느끼는 피로감에 차이가 느껴지니 걷기 운동을 계속하게 되고 약 10여 년간 지속된 것 같다.
라디오를 들으며 걷는 것은 눈의 피로를 줄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얻는데도 도움이 된다. 또, 마음과 정신을 맑게 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가고 있지만 라디오는 아날로그가 도움이 되는 좋은 사례이다. 최근에는 라디오 어플을 이용해 청취도 가능하게 되어 스마트폰만 있으면 라디오도 듣고 걷기 인증도 받을 수 있다. 다 아는 일이지만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팟캐스트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들을 수도 있다. 걸으면서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있으니 조용한 산길에서는 운동과 독서가 동시에 가능하기도 해 여러모로 제격이다.
개인적으로는 걷는 즐거움이라는 블로그 게시판을 만들어 글이나 자료를 올리기도 하고 걷기 인증을 통해 완주 메달을 받은 적도 있다. 자신과의 작은 약속이지만 출퇴근을 이용해 주로 걸으며 1만 보 이상을 달성하려고 한다. 그런데 간혹 몇 천보 모자라면 집으로 가는 퇴근길을 바꾸어 먼 길로 돌아가기도 한다. 가령 8 천보 정도 기록이 나왔는데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그날은 만보를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코스를 정해 걸을 때는 일천보, 이천보가 금세 채워지지만 몇 백보만 걸으면 되는데 코스 없이 그것을 채우려고 하면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걷는 것이 이렇게 참 신기한 일도 있다. 그런 날은 저녁을 먹고 일부러 다시 걸으러 나가기도 한다.
지친 하루를 피해 가기 위해 퇴근길을 이용해 주로 걷기를 하지만 매일 그렇게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여유가 없이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는 날은 걷기 1만 보 달성도 안 되고 피로로 몸은 많이 지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저녁을 먹고 집안에서 머물다가 자버리게 되면 다음 날 또 피로가 누적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걷기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1만 보도 채우지 못하고 몸은 더욱 쳐져 있을 때 저녁을 먹고 가로등이 있는 밤길을 걷는 재미가 솔솔 하다. 그럴 때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걷는 밤길이라면 적적하지 않고 즐거움이 될 수가 있다.
내게는 한적한 밤길을 같이 하는 친구 같은 라디오가 있다. 깊은 밤에 걷기를 할 때 주로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 밤, 옥상달빛입니다'라는 방송이다. 늦은 밤이지만 재치와 입담이 좋아 DJ 두 사람의 케미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밤에도 어울리는 상쾌한 멘트와 목소리, 그리고 융통성이나 유연성 등 창의성을 타고난 방송인들인 것 같다. 다른 방송들이 깊은 밤이면 주로 분위기를 잡는 쪽으로 가곤 하지만 여기는 멘트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 낭창낭창 내뱉는 목소리들이 생생한 느낌이어서 좋다. 늦은 밤에 어찌하여 이들은 아침처럼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그게 궁금하다. 아마도 하는 일을 아주 즐기며 하는 것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이유로 라디오를 듣지만 걷는 운동을 계속하듯이 '푸른 밤, 옥상달빛'도 계속 듣게 되고 채널을 돌리다 그곳에 머물게 된다. 마음이 통하면 머물게 되는 것 같다.
달라진 것도 있다. 처음에는 걷기 위해 라디오를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라디오를 듣기 위해 걷게 된다. 푸른 밤 방송을 듣기 위해 밤공기를 마시러 일부러 나간다. 집안에서는 디지털 쪽이니 집 밖으로 나서야 아날로그 감성을 접할 수 있다. '푸른 밤, 옥상달빛입니다'는 매일 밤 10시부터 2시간을 방송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라디오가 선선한 밤길 2시간을 걷게 하는 트레이너가 된 기분이다. 이제는 1만 보를 채우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를 듣고만 있으면 하루에 일만 보를 채우는 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출퇴근길을 걷고 또, 제대로 2시간을 옥상달빛 방송과 함께 하면 2만 보에 육박하는 걸음을 걸을 수도 있으니 이렇게 훌륭한 걷기 트레이너가 또 어디 있겠는가.
내 예감은 가끔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이 과거에 유행했던 적이 있는 건 다들 알고 있다. 그 '별밤'이 지금도 라디오에서 방송되고 있는 것 같다. 한 마디로 라다오계의 레전드다. 별밤지기의 DJ 계보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기도 하니... 그런데 '푸른 밤, 옥상달빛입니다' 즉, '푸른 밤'이 그 전설을 이어가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나 혼자 해보기도 한다. 혼자만의 의미 부여이고 길들여지기이니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단지, 내가 자주 듣게 되기 때문에 그런 전망을 내놓는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솔직히 방송을 진행하는 가수들에 대해서는 방송 듣기 전에는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라디오를 통해 그들의 존재감을 알게 된 케이스이다. 그런데 알아가다 보니 유쾌한 사람들인 것 같다. 호탕하고 쾌활하다. 늦은 밤인데도 그런 두 사람의 면면이 어색하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그것이 푸른 밤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광고가 많이 붙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오늘도 퇴근 후 몸이 피곤하다면 걷기를 가볍게 할 것이다. 그리고 라디오를 듣게 될 것이다. 아마도 '푸른 밤'을 듣게 될 것이다. 삶이 팍팍할 때 대리 만족을 줄지도 모른다. 늦은 밤 10시 전후에 가로등이 비치는 숲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미리 일정을 짜 본다. 상쾌한 잠자리가 되면 지친 하루는 온데간데없이 도망치게 된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에 코로나도 피하고 맑은 공기도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다들 나름대로의 하루를 마감하는 묘책을 찾아 실천해보면 좋겠다. 오늘 무슨 사정으로 예정된 활동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또 다음날이 기다리고 있으니 무리하지 말자. 신체의 리듬이나 생활의 리듬에 따라 서핑을 즐기듯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면 된다. 아마도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너무 잘하려고 과욕은 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수고했어 오늘도!"
"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또 와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