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게임이나 유튜브에 빠져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에 잠이 들어 늦잠을 자고 부스스한 얼굴로 반쯤 눈을 감고 교실에 나타나는 아이가 있다. 교실에서 꿈속을 넘나드는 아이는책상에 엎드려 침을 흘리기도 하고 코를 골며 자기도 한다. 학급의 아이들은 그런 모습이 신기해 힐끔힐끔 쳐다보며 그 아이가 늘 그랬다는 듯한 익숙한 표정들이다.
학교에서는 그 아이가 수업 중에 늘 잠을 자는 걸 어른이고 아이고 모두 알고 있다는 눈치다. 지난해 담임은 아침마다 그렇게 잠을 자니 지각은 수시로 하고 너무 늦어 점심때나 일어나면 등교를 하기 부끄러워서 그런지 결석을 밥 먹듯 한다고 전해주기도 했다. 또 연속해서 며칠째 장기결석을 하기라도 하는 날엔 가정방문도 해야 하니 난감한 일이라고 전해주었다. 아이가 가정에서 아동학대를 당한다고 의심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니 실제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정상적인 등교를 하지 못하는 경우 의무교육법 위반으로 아동학대 신고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 아이의 부모도 신고된 적이 있다고 하였다.
아이에게 결석한 사유를 물어보면 아빠와 단둘이 사는데 아빠가 직업상 새벽에 퇴근해서 기다리다가 늦게 잠이 들어 아침에 늦잠을 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빠의 직업은 버스 운전을 한다는데 순환근무제를 하는 편이니 꼭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주변에사정을 들어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밤새도록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느라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밤낮이 바뀌어 낮에 교실에서 점심시간까지 잠을 자니 밤에 잠이 올 리가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이처럼 부모가 자녀를 돌보지 않는 사이 아이들은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무엇에 홀린 것처럼 습관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 같다. 그러한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고 수년간 지속되고 디지털 중독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 방치된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변해 갈까.
교실에서 잠만 자는 아이의 사례에서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 관심을 기울이니 그해에는 결석이 없이 한 해를 보내었다. 지금도 가끔 그 아이로부터 문자나 전화를 받기도 하며 현재 담임교사와는 통화를 하여 아이의 정보를 제공해 준 적도 있다. 아이가 교실에서 잠을 자서 생기는 문제 중에는 수업을 듣지 않아 학습부진이 발생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그리고 일정 부분 교실에서 잠을 자서 밤에 집에서 잠을 자지 않고 게임 같은 것을 하는 측면도 있어 우선 교실에서 잠을 깨워서 공부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부모와의 협조로 등교한 후 잠자는 아이를 깨워 운동도 시키고 세수도 하게 했고 가끔은 학급 아이들이 모두 서서 수업하는 계획을 짜서 진행하는 방법도 적용하여 조금씩 개선되도록 하였다. 한 번은 서서 하는 수업에서도 눈을 감고 잠을 자다 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그 장면을 보던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선생님, ㅇㅇㅇ 에게 간지럼을 태우면 잠을 깰 것 같아요" 하고 훈수를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서서 조는 아이에게 간지럼을 태우면 아이들은 모두 깔깔깔 웃었고 그 애도 눈을 감고 킥킥킥 하고 웃다가 눈을 뜨기도 했다. 아울러 지역사회 종합복지관과 연계하여 하교 후 부모가 일하러 가고 없는 가정에 상담사를 배치해 저녁 시간을 관리하도록 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교육청 위센터 및 대학생 멘토링제 등을 신청해 주말에는 가정학습을 돌보아주기도 하고 야외 체험 기회를 가질 수도 있으니 그러한 지역사회 및 외부기관의 협조를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가 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이나 게임중독은 여러 가지 복합적 문제로 심각하게 될 수가 있다. 따라서 학교는 물론이고 가정과 유관기관의 연계 하에 체계적인 처방이 주어진다면 디지털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수가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급격히 늘어나고 생애 첫 휴대폰을 갖는 평균 나이도 점점 어려진다고 하니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도 크게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가 세계 27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우리나라로 스마트폰 보급률은 무려 95%였다. 이는 선진국들의 중간값인 76%보다 20%가량 높은 수치다. 휴대폰을 갖는 나이 또한 빨라지고 있는데, 한 시장조사 기관에 의하면 첫 휴대폰을 갖는 아이의 평균 나이는 2016년 기준으로 10세였다고 한다.
이런 통계가 말해주듯 스마트폰 과의존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과의존 위험군'이란 '스마트폰 사용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이러한 스마트폰 과의존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디지털 중독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앞선 사례에서 보듯이 부모의 보호를 벗어난 아이들은 집에서나 집 밖 공간에서 스마트폰에 빠져 한순간도 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한다. 특히 외로운 아이가 스마트폰에 더 잘 빠진다는 사례가 많으며 디지털 과의존은 자기 조절력의 결핍이다.
예를 들면 “우울할 때는 주로 인터넷 게임으로 풀어요.” :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불안하지 않아요.” “산만하던 아이도 게임을 할 때는 엄청나게 몰입해요.” “친구는 멀리 있는데, 스마트폰은 늘 곁에 있잖아요.” “스마트폰이라도 해야 스트레스를 풀죠.” 등과 같은 사례들이 디지털 중독을 조장하게 되니 스마트폰 디톡스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학교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중독 예방교육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다.
어떤 문제가 아이들에게 발생하면 그것이 심각해지기 전에 해결해나가는 것이 맞지만 우선, 예견되는 문제를 미리 예방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디지털 디톡스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중독사회에서 균형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기나 스마트폰 등을 멀리하고 이제는 균형과 조화를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가정, 학교,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건강한 아이의 시작은 가족의 관심과 사랑의 보금자리인 가정이다. 학교는 가정, 사회와 연결고리를 긴밀히 구축해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창의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스마트폰 중독 위기에 처하기 전에 예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