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행복하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라면 다 같은 바람일 것이다. 자녀가 다른 아이와 자주 다툼이 있게 되거나 학교 부적응으로 힘들어한다면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혹시나 자녀가 학교폭력이나 좋지 않은 일로 얽혀 학교에서 호출(?)이라도 하는 날에는 여러 일들을 제쳐두고 학교에 찾아가는 일이 꿈만 같은 일이 된다. 자녀의 일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사는 부모들은 없을까. 그런 부모들이라면 더욱이 새 학년이 되어 학급을 개편할 때 내 아이가 좋은 학급에 배정되어 일 년을 무사히 잘 지내길 바라게 될 것이다. 자녀와 맘에 맞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더 배우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교실 모습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매년 2월이 되면 학반 개편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학반을 개편하지 않고 학반 구성원의 변동 없이 그대로 진급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반 개편을 통해 새 학년도를 맞이하게 된다. 학반 개편은 왜 하는 것일까? 물론 학급이 하나만 있는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반 개편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학반 그대로 학년 진급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다수의 학급을 가지기 때문에 학반 개편을 하게 마련이다.
학반 개편은 학교에서 정한 개편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재구성하여 학급을 새롭게 편성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학반 개편의 기준은 학생의 학업성취도, 적성, 교우관계, 가정환경 등을 종합하여 균형 있게 개편하게 되어 있다. 또 특별한 경우 학력이 떨어지거나 다문화학생 등은 반별로 고르게 편성되도록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쌍생아, 동명이인, 비슷한 이름을 가진 학생 등을 고려하여 가급적 분산 배정하게 된다. 그런데 쌍생아의 경우 학부모 요청이 있는 경우 같은 학급에 배정하기도 한다.
그 이외에도 통합학급 학생을 학급별로 분산 배정하기도 하고, 전출입 등으로 인원수가 달라진 남녀의 재적수를 고루 배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늘 남자는 1번부터, 여자는 41번부터 하던 번호 부여도 남녀평등 원칙에 따라 학급 학생들의 출석 번호를 남녀 구분 없이 가, 나, 다 순으로 1번부터 부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은 모든 개편의 기준은 학교교육동동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행하기도 하고 해당 학교의 전통이나 관례에 따라 시행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설문조사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아 학반 개편도 이루어지는 추세인 것 같다.
"교사나 학부모의 속마음은...?"
학반 개편과 관련해 교사나 학부모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학급 아이들을 서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과연 누구를 서로 떼어놓아야 학급경영이 더 원활하게 돌아갈지를 우선 생각하게 된다. 학반 개편을 통해 누가 어느 학급에 편성되는가가 정해지니 학부모나 교사의 속마음은 따로 있을 것 같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가 같은 반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어떤 아이와 같은 반이 되지 않게 떼어 놓도록 은근히 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교사들의 경우는 내 학급에 모범생들이 많이 편성되고 가능하면 말썽꾸러기들은 피하길 바랄 것이다. 그리고 교육에 관심을 갖고 학급경영에 협조하려는 학부모들이 많기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학부모나 교사의 속마음은 교육이라는 울타리의 특성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부모의 경우 자녀가 사이좋지 않은 친구와 떨어져서 학반이 편성되길 바라지만 사실은 그 전 학년에서 서로 말썽을 피워 떼어놓은 그 아이와 내 자녀가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게 된다. 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말을 잘 듣고 온순하며 모범적인 아이들과 같은 반이 되고 싶은 교사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자기 아이 편만 들거나 거칠기로 소문난 학부모가 있다면 그 학부모의 아이를 맡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의 속마음대로 될 리도 없지만 이 경우 교사가 학생이나학부모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자세에도 흠결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자신과 함께 하는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돕겠다는 교사의 교육에 대한 진성성이 의심스럽고 더 나아가 교직관이나 소명감 측면에서 보면 교사로서의 참된 보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학부모도 그렇고 교사도 그렇고 학반 개편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면 이이들이 새로운 학반에서 더 나은 답을 찾아갈 수가 있을 것 같다. 교사는 교사 자신이 편하게 학급을 운영하겠다는 안일한 생각보다 자신의 교육관이나 전문성에 기초하여 교육적 처방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서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찾아가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면 어떨까? 교사는 여러 가지 경험적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고 직능 발달을 도모해감에 있어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을 만난다하더라도 걱정이 없을 것이다. 어떤 아동을 만난다하더라도 차분히 대응하고 사례를 근거로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경우도 학반 개편이라는 시기에 내 아이가 새 학년에서는 학교생활이 어렵지 않기를 바라는 맘이야 이해가 간다. 하지만 조금 더 미리 예방을 위한 노력을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아이들 간의 부적응 행동은 쌍방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의 아이의 잘못에만 따가운 시선을 두지 말고 내 아이의 학급생활에 어떤 문제는 없었는지 평소 유심히 살폈어야 한다.자녀의 부적응을 인지했던 시점에 담당교사와 충분한 상담활동을 했더라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 이미 해결하고 아이들을 떼어놓아야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교육에서는 어느 한 당사자의 노력만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기 어려운 현실이다. 교육이라는 장에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흔쾌한 맘으로 참여하고 서로 소통하며 협력을 아끼지 않을 때 그 해답을 조금은 쉽게 찾아갈 수가 있을 것 같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고 온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부모가 자녀의 반편성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은 자녀교육 측면에서 보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사전에 예방적 활동이나 상담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면 아이들은 금방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 줄지도 모른다. 아이들 간의 문제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마주하여 대화를 하며 소통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을 수가 있다. 그런데 모두들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에 당연히 있어야 할 소통은 없고 꼭 문제가 생겨야 급하게 모여서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늘 한 발짝씩 늦어지게 되기 일쑤다. 갈등이나 문제가 커지기 전에 예방적 노력을 통해 자녀교육의 고민을 해소해나가는 부모나 교사의 지혜로움이 절실하다.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떼어놓지 않더라도 부모는 아무런 걱정이 없어야 한다. 교실에서 다른 여러 아이들과 잘 지내면서 일 년, 한 학년을 무난히 보낼 수 있도록 평소에 수시로 주의를 기울이고 대화를 하자. 그렇게 된다면 자식농사는 잘 짓고 있다고 봐도 절반은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