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까칠하고 화내고 고함치고 짜증으로 뒤범벅이 된 아이들이 자주 보인다.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한 듯하여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나는 화를 낼 거야'라는 문구를 이마에 써붙이고 사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의 사례 가운데 화가 치밀면 모두가 쉬쉬하고 피하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분노가 치밀면 같은 곳에 있던 모든 아이들의 행동을 얼음으로 변하게 하는 아이다. 유치원에서도 그랬고, 1, 2학년 때도 그랬다고 한다. 그 당시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들의 힘들었던 이야기와 떠도는 소문 때문에 그 아이가 3학년이 되었을 때 학년초에 해당 학년을 희망하는 교사가 한 명도 없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3학년이 된 그 아이의 담임을 맡았을 때 지난 담임 중에 그 아이의 행동과 관련한 기록들이 보관되어 있으니 혹시 곤란한 문제가 생겨 어려움에 처하면 도움을 주겠다는 말도 전해주었다. 그 아이는 힘든 것도 문제지만 한 번 화를 내면 모든 수업이 전면 중단되고 상당한 시간이 흘러 수업이 재개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니 같은 반의 다른 아이들의 학습 피해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학년초의 시작부터 한 아이의 생활지도 문제로 대단한 도전에 맞닥뜨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대응책을 찾아 하나씩 실천해가기로 했다. 먼저, 교실에서 아이들 틈에 자리가 배정되면 사방으로 시빗거리를 만들게 되니 그 부분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부모는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시비가 붙게 되어 문제가 생기면 자기 아이의 말만 듣고 상담을 하게 되니 이전 담임들과 부모는 서로 불신의 골이 깊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우선 학급의 수업 상황에서 친구들과의 시비를 줄이기 위해 자리배치부터 신경을 썼다. 맨 앞 줄에 앉혀야 아이들과 접촉이 줄어드니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그 자리에 앉아야 하느냐고 따지면 설득력 있는 답도 필요했다. 그래서 번호대로 앉히되 맨 앞자리에 앉도록 책상 줄의 수를 조정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부모와 담임교사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어 상담을 통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기억이 난다.
드디어 새 학기 등교가 시작되고 그 아이가 학급에 나타났다. 외모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고 수업 중에도 선생님이 어려운 질문을 하기라도 하면 그 아이 혼자서 답변을 할 정도로 책도 많이 읽고 머리도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첫날부터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고 친구들과 시비가 붙어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모두가 쉬쉬하며 멀리하는 아이는 왜 화를 낼까? 언제부터 그런 상황 속에서 늘 외톨이가 되었을까? 화를 내고 울고 팀 활동을 망쳐서 친구들이 따돌리는 눈치를 줄 때 문제를 키운 당사자인 아이는 어떤 심정일까?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한 관찰과 피드백으로 나름대로 잘 적응해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노력과 화를 폭발시키는 횟수를 줄이고 약화시킴으로써 분노를 완화시킬 수가 있다. 이를 위해 교사는 부모와 대립각을 세워서는 안되며 아이를 지도하기 위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한 편이 되어야 한다. 부모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소통하며 분노조절장애아의 변화된 모습에 대해 친구들과 서로 칭찬하며 한 발짝씩 같이 나아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화’를 다루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뇌에는 화를 조절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생각하는 뇌(전두엽)’와 분노, 기쁨 등의 감정을 느끼는 ‘감정의 뇌(변연계)’가 있다. 생각의 뇌(전두엽)는 성인 초기에 이르러야 완성이 된다고 한다. 기분이 편안할 때는 기능을 잘 하지만 분노나 슬픔과 같이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에는 감정의 뇌(변연계)가 활성화되어, 생각의 뇌는 ‘셧다운(shutdown, 일시 업무정지)’ 상태가 된다. 즉, 감정이 가라앉지 않고서는 이성적인 판단이나 생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가 나서 씩씩대는 아이를 진정시키고 감정을 조절하게 만든 후에 비로소 훈계를 하는 게 효과가 있는 이유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제대로 자라지 않은 전두엽의 이성적인 역할을 주위 어른들이 대신하면서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화난 상황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단체 활동에서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발을 쿵쿵 굴리면서 온 몸으로 화를 표현하고 있을 때 담임교사나 보호자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① 그 상황이 끝나도록 해주세요. 아이가 흥분하고 있는 상황 자체를 멈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황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화낸 아이를 불러 잠시 눈을 맞추고, 심호흡이나 숫자 세기를 따라 하도록 지도해 주세요. 아이가 차분하게 진정되도록 도와주세요.
② 아이의 말을 들어주세요. 이때는 보호자가 이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화난 감정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다는 것을 아이에게 전달해 주세요. 따뜻한 눈빛으로 부드럽게 안정감을 주도록 합니다.
③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세요. 아이의 말을 들은 후 아이의 감정에 따뜻하게 공감해주세요. “아 그렇구나! 그래서 네가 많이 화가 났구나.”라고 말해 주세요. 공감적 경청 방법을 적용해주세요.
④ 아이와 이야기를 하세요. 어느 정도 아이의 감정이 진정되었다면 화가 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상대 아이가 있는 자리에서 선생님이 판단을 유보하고 가급적 화를 내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⑤ 상대 아이와도 이야기를 해 주세요. 상대 아이는 아마 기다리는 동안 많이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걱정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화낸 아이를 먼저 부른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그리고 아이와 이야기해보세요. 화를 낸 아이가 그렇게 행동했을 때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들었는지 들어주시고, 또 공감한다는 것을 말해주세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두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상대의 시각으로 보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⑥ 문제를 다뤄주세요. 그렇게 두 아이가 진정이 되었다면 이제 이야기를 들어보고 질문을 해보고 아이들이 서로 고치고 사과해야 할 것 등을 가르칠 때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화가 날 때는 저마다 이유가 있지만, 화를 낼 때 보이는 행동은 주변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단다.”라고 알려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두 아이를 가르치고 있지만 단체 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함께 듣고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짧게 종료되지 않는다면 문제를 다루는 것은 두 아이와 따로 시간을 정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께서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모두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은 수용되지 않는다.”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화가 난 상황을 다루는 예방교육은 없는 것일까?
① 화가 난 나를 알아차리기
평소에 아이들과 화난 감정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요?
먼저 아이들과 화가 났을 때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아이들로부터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나는 화가 나면 심장이 마구 뛰어요.”
“화가 나면 머리가 터져서 미칠 것 같아요.”
“손이 부들부들 떨려요.”
“몸이 마비된 것같이 뻣뻣해진 느낌이 들어요.”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터져 나올 것 같아요.”
② 화가 날 때 하는 나쁜 행동 알아보기
화가 났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이야기해보세요.
“큰소리를 질러요.”
“머릿속으로 끔찍한 생각들을 하게 돼요.”
“물건을 던지거나 발로 차기도 해요.”
“주먹을 불끈 쥐고 누군가를 때려요.”
아이들에게 이런 신체 반응이나 행동이 나타나면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본다. 화가 났다고 해서 물건을 던지거나 누군가를 때린다면 일시적으로는 기분이 나아질 수 있지만 결국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줘야 한다. 또한 내 잘못이 아닌 일도 내가 화를 내면 그 화낸 행동 때문에 나의 잘못처럼 보일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③ 화가 날 때 도움이 되는 행동
그러면 화를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요? 참기만 하는 것도 건강한 방법이 아닙니다. 화가 났을 때 도움이 되는 행동의 예를 알려주세요.
*심호흡하기
*마음속으로 숫자 세기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나 어른에게 마음을 이야기하기
*감정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기
*평소 내가 좋아하는 활동하기(잘하는 운동, 만들기 등)
이와 같은 방법들은 격앙된 감정의 뇌(변연계)를 진정시켜주고, 꺼져버린 생각의 뇌(전두엽)가 다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화가 났음을 빨리 깨닫고 건강하게 화를 풀 수 있게 되면, 아이는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능력을 하나 더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또래 관계를 더욱 원만하게 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비이성적이고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행위를 심리적 용어로 분노조절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라고 한다. 그런데 분노조절장애의 올바른 의학적 용어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이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는 폭력이 동반될 수도 있는 분노의 폭발을 특징으로 하는 행동 장애로, 종종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에 의해서도 상황에 맞지 않게 분노를 폭발하는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충동적인 고함, 비명 또는 과도한 책망 유발 등이 있다. 더욱더 스마트해지고 온갖 편의를 추구하는 사회, 딱히 불편이 없을 것 같아 화가 날 일도 없어야 하는데 뉴스를 보면 세상은 그 반대로 가고 분노로 들끓는 듯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화를 참지 못하여 사고를 치기도 하고 갖은 구설수에 올라 뉴스에도 등장하는 경우가 잦다.
분노조절 장애아의 대표적인 증상은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고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신경이 쓰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분노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며 습관적으로 화를 낸다. 또, 지나친 분노의 표현으로 인하여 재산이나 기물을 파손하고, 억울하다는 느낌 또는 부당함을 느끼며 복수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분노를 표현하기 전에는 급격한 기분 변화를 느끼고 매우 흥분한 상태에서 분노를 표현할 때는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분노를 표현한 이후에는 뒤늦게 찾아오는 후회나 공허함 등으로 인하여 힘들어하기도 한다.
분노조절장애 증후군 환자를 줄이려면 개인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풍토나 문화가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나 개인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인권을 경시하는 풍토가 분노조절장애 증후군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따라서분노조절장애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돕는 길은 아이가 화내는 것을 잊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선 분노에 찬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그 아이 편에 서서 모든 행위를 바라보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화를 내는 횟수를 줄이고 점차 분노의 발산을 약화시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과의 접촉을 가능하면 줄이고 아이가 호기심을 갖거나 잘할 수 있는 놀이나 게임 등을 교사와 함께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햄스터 기르기를 좋아하면 그와 관련해 햄스터 미로 만들기나 햄스터와 관련된 다른 창의적인 놀이 등을 통해 아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도 화내는 것을 잊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을 통해 분노조절장애아가 스스로 화를 조절하는 힘을 길러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모두의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