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타인이 나를 존중해 주고 받들어주길 바라는 감정이라면, 자존감은 내가 나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이다.
자존감이 낮아 스스로 위축되고 우울해지는 아이들은 어떻게 돌봐주어야 할까? 누가 아이의 자존감을 제로로 만들었을까? 언제부터 그 아이는 그렇게 살짝 핀잔을 주거나 의견 충돌이 생기기만 해도 스스로 우울해지고 눈물이 나게 되었던 걸까.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그 곁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도 덩달아 우울해지게 되는 일들이 빈번히 생기게 된다면 교실에는 어떤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될까. 자아존중감 혹은 줄여서 자존감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을 말한다. 일상적 활용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 정도로 사용된다. 자존심과 비슷한 표현이긴 하나, 용법상으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자존심이 타인이 나를 존중해 주고 받들어주길 바라는 감정이라면, 자존감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 정도로 쓰인다.
아이들이 서로 부딪히고 경쟁하고 힘껏 달리며 열심히 게임 활동을 하는 중에 어떤 아이 하나가 구석진 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며 우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사실은 우는 시늉이 아니라 그 아이는 실제로 눈물이 나고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는 시늉을 한다고 느끼는 것은 게임 활동 중에 그럴만한 사정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우는 모습을 보여주니 어이없는 상황이 되고 아이들은 다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러면 실제로 그 아이에게는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울음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나 지금 울고 있으니 좀 봐주세요'라고 손짓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주 수업이나 어떤 활동의 흐름을 끊는 이런 일들이 또래들의 일상적인 생활 중에 생기게 되고 몇 번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런 일이 잦게 되면 아이들 속에서 우는 그 아이는 누구도 따돌림을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갈 수밖에 없으니 걱정이 된다. 아마도 자존감이 낮아서 조금만 속상한 일이 생겨도 갑자기 우울해지고 눈물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상황에서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울고 있음을 알리는 일뿐이리라. 함께 활동했던 아이들이나 선생님에게 울음이라는자기만의 무기(?)인 침울한 표정으로 그 마음을 알리긴 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했던 것일까. 잠시 후 아무도 모르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부모에게 울게 된 사실을 알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집에서 그 일을 알게 된 부모는 또 얼마나 걱정이 될까. 상상만 해도 충분히 부모의 맘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누가 밀쳤다느니 누구와 부딪혔는데 그래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부모는 그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으나 울먹이는 자녀의 응석을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부모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부모의 하소연이나 푸념은 다시 교사에게로 되돌아와서 '우리 아이를 좀 잘 보살펴주세요'라든지 '친구들이 우리 아이를 괴롭혀요' 등등의 말로 화살을 내 아이의 문제보다는 다른 아이들 쪽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장면에서 문제는 무엇이며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자존감이 낮아 생긴 문제라면 사소한 다툼 때문이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표면적인 문제나 쉬운 해결책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내 아이를 울게 한 아이를 혼내주세요'라거나 '다시 그런 일이 있으면 내 아이를 힘들게 한 아이의 부모에게 따질 것이다'라는 단호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요새는 심지어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할 것이다' 등 주로 엄포성 발언으로 대응하며 울게 된 그 아이의 진짜 이유나 내면적인 어떤 고민에 대해 이해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주기도 한다.
교사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훌쩍거리거나 우울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거나 유리알 멘털의 아이의 행동으로 보아서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 교사의 속마음이다. 그런데 부모는 아이들의 단순한 잘잘못으로 간주하고 쉬운 해결책만 요구하니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는 더욱 굳어지게 되고 마음의 상처는 깊게 파여만 가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아이들을 치유해 정상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할 묘약은 무엇일까. 아이의 울음이나 의기소침함이 자존감이 낮아서 생긴 우울감이라면 스스로 극복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도움이 되는 활동은 단기간에 해결되기보다는 어느 정도 자존감 회복을 위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울게 된 상황에 관련된 아이들을 혼내주거나 단순히 야단을 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반복되며 더 심각하게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 활동 속에서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자존감이 낮아 위축되고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그 상황과 유사한 집단 상황을 의도적으로 세팅하거나 조성하고 그러한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스스로 울지 않고 극복할 기회를 가지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런 일을 아이들 모르게 기회를 엿보며 해나가야 하니 교사의 보이지 않는 고민과 전문적 처방이 요구된다. 아울러 단체 활동 중에 집단에 동화되지 못하거나 각종 발표에서 빠지는 일이 자주 있고 힘들어하는 경우 자존감과 관련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존감 회복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일이 아이들의 내면적인 상처로 인한 경우라면 우선 교사와 부모의 견해차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왜, 무엇 때문에 단체 속에서 쉽게 위축되고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지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단체 활동에서 자주 울게 된 일이 정말 자존감의 문제로 혼자 풀이 죽은 모습으로 울게 되었는지, 아니면 따돌림이나 친구들의 활동에 잘 끼이지 못해서 그런지, 그 운동을 잘하지 못해서 그런지 등등 여러 사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이든지 단호한 대처보다는 아이가 겪고 있는 마음의 짐을 풀어내기 위해 부모와 교사의 긴밀하고 협력적인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후에 단순한 문제라면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지만 자존감 부재 등 내면적이거나 심리적 측면이 문제라면 그 원인도면밀히 따져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기족이나 부모가 원인 제공을 했을 수도 있으며 유아기, 아동기를 거치면서 또래집단이 그런 부정적 상황을 굳어지게 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시간을 두고 차분히 아이가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여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사, 부모 및 친구들이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자존감 회복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존감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 힐링이 되고 도움이 될 자존감 회복 훈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반적인 자존감 회복을 위한 6단계 훈련으로 널리 알려진 것에는 1) 마음 챙김, 2) 안전하다는 믿음, 3) 나에 대한 용서, 4) 수치심 드러내기, 5) 천천히 가기, 6) 타인을 도와주기 등을 들 수 있다. 낮은 자존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는 "너의 잘못이 아니야, 천천히 가도 돼!"와 같은 조언이 자존감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자존감이란 무엇일까? 자존감이란 것이 실체가 뚜렷하게 있는 것일까? 우리가 능력이나 돈, 외모, 건강 그리고 타인의 편향된 시각 등이 자존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흔히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은 기분을 좋게 하거나 나쁘게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이처럼 쉽게 변할 수 있는 것들과 자존감은 다른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과 관련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 '변수'를 제외한 나머지 즉, 나를 지배하는 '상수'를 자존감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나열하거나 종이에 적어보면 자존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10가지를 적어보게 하거나 장점을 적어보게 하는 것 등이 있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나열해보고되짚어 보면 된다. 그러면 이토록 못난 사실들이 나 자신이라는 것이 너무 싫다ㅡ나를 불쌍히 여긴다ㅡ만약 불쌍한 것이 친구라면 무슨 말을 해줄까 생각해 본다ㅡ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용서하고 위로해준다(잘못, 부끄러움, 수치심 )ㅡ자기 긍정의 단계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를 깊게 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건이마음을 갑자기 위축시키고 좌절감을 갖게 하는원인이라면 그 사건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용서하도록 해야 한다.건강한 자기 긍정은 '나의 장점 찾기'를 통해 회복시키는 방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내가 잘하는 것, 잘난 것을 찾아보되 남과 비교할 수도 있고 나를 기준으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 찾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자존감 회복은 세심한 훈련이 요구되는 일련의 체계적인 과정이다. 그 아이를 울게 하는데 관여된 아이들을 혼내주거나 사과를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만일 자존감이 문제라면 스스로 단점을 드러내고 불쌍히 여기고 과거로 돌아가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승화되게 해야 한다. 아이들의 자존감은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도 큰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아이를 양육할 때 순리를 따르지 않고 내팽개치듯 키우다가 어느 순간에 공부를 억지로 시키거나 뒤쳐진 학력을 급하게 끌어올리려는 부모의 욕심이나 불안감이 아이의 심리를 궁지로 몰게 되면 흔히 주눅이 드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공부를 못하게 된 것을 아이 탓으로 돌리며 밤늦게까지 무리한 공부를 시키거나 그 모든 책임은 '너 탓이야'라는 눈치를 줄 때 아이는 어떻게 될까. 어릴 때 그러한 부정적 경험은 나중에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쟁활동을 할 때 사소한 실수로도 스스로 주눅이 들게 되고 그것이 심리적으로 좌절하고 위축되게 만드는 요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낮은 자존감으로 생기는 아이들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접근해야 뿌리까지 치유될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너무 어렵게 여기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또 다른 부적응과 포개져 복합적인 문제로 드러날 수도 있다. 유아기나 아동기에 어떤 부적응이 드러난 것은 치유를 위한 좋은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 그런 부적응들이 쌓여서 어른이 되어 심리적 장애로 굳어지면 치유의 길은 점점 더 험난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아이들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잘못이나 수치스러움 등을 스스로 용서할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 앞으로 커가면서 더욱 건강하고 당당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