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껫국지도 모르면서 나이만 먹는다고?

게국지 no껫국지

자장면은 짜장면이라고 발음해야 제맛이고

게국지는 껫국지라고 해야 제맛이다.

태안 갔다가 게국지 3킬로를 사 와 집에서나 밖에서나 그것만 먹고 있는데 이 맛이 껫국지가 아니고 그냥 게국지다.

시대가 변하니 고급스러워진 모양이다.

옛날 그 맛이 아니라는 말에

식당 사장님 왈

"그렇게 하면 요즘 사람들 안 먹지"

그래

그 짜고 시큼하고 꾸리꾸리 한 걸 누가 먹겠나?

나 나 나 내가 먹고 싶다고요 ㅠㅠ

그래도 이게 아무것도 안 넣고 게국지에 물만 조금 넣어 끓였는데 개운하고 맛나다.

김장 후에 허드레 김치. 김장김치 다 먹고 봄 여름에 먹던 김치

양념도 대충 해서 볼품없던 김치

무청도 더러 넣어서 같이 지져놓으면 쳐다도 안 보던 김치

제금난 작은 아버지들이 어쩌다 집에 오면 반찬 걱정하는 엄마에게 다른 반찬 필요 없다

"형수 겟국지나 줘요"

하던,

껫국지 한 투가리 놓아주면 밥 두어 그릇 게눈 감추듯 하던,

어린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던 그 껫국지

그걸 내가,

늙어가는 내가 자꾸 생각하고 있다.

엄마 떠나시기 며칠 전에도 찾았던, 그래서 친구들 톡방에 수소문해 얻은 김치.

한 쪽 겨우 드시고

"개운허다"

하셨던 그 껫국지

근데 이건 네 맛도 내 맛도 그 맛도 아니다.

진짜 껫국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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