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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좋아하는 짓

카페에 가는 일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고 저녁엔 서울에 일정이 있어 오늘 귀가는 자정을 넘길 예정이다.

이런 날은 고단한 일정을 생각해 느지막이 일어나  집안일을 다 해놓고 나와야 편하다.

그렇지만 나는 늦잠이 안 되고 공강인 막내가 아직 자고 있다.

늦도록 있다 잠든 아이의 단꿈을 깨울 수 없다 슬그머니 일어나 되도록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씻고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조작한 후 집을 나섰다.

아직 이른 시간

어린이 집 앞 원아들이 만든 허수아비 앞에서 한참 머물러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문득 우리 아이들도 이런 날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딸 키울 때  느끼던 것과 결이 다른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건 딸들이 커가는 만큼 내가 늙어가고 있는 걸 깨닫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린아이였던 막내마저 이제 성인이 될 만큼 나는 오래 육아란 걸 힘쓰며 살았구나 새삼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작업실이 생기기 전에 나는 카페 유목민이었다.

작업실 정착민이 되기 전 자주 이용하던 예고 앞 카페에 들렀다.

막내의 잠 덕분에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니 놓칠 수 없다.

저 좋아하는 짓을 하면서 사는 게 가장 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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