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와 초점의 교차점
처음 제가 손에 쥔 카메라는 인터넷에서 2만 원에 산 필름 카메라였습니다. 분홍색 플라스틱 바디는 어딘가 촌스러웠고, 셔터를 누를 때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브랜드조차 알려지지 않은, 누구도 추천하지 않는 투박한 카메라였지만 묘하게도 이걸로 대단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필름을 넣고 셔터를 눌렀을 때, "찰칵" 소리와 함께 제가 본 세상이 필름에 새겨졌습니다. 하지만 사진관에서 받아든 첫 사진들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빛을 다루는 법을 몰라 대부분의 사진이 흐릿하거나 과하게 밝았고, 구도는 어딘가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초점은 정작 찍고자 했던 대상이 아닌 엉뚱한 곳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흐릿하게 찍힌 고양이의 얼굴, 반쯤 잘려 나온 나무들, 어디인지 모를 풍경들. 필름 카메라는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없기에 그때그때 찍은 사진이 어떨지 알 수 없었죠. 그날 제 머릿속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하나는 ‘역시 나는 재능이 없구나’였고, 다른 하나는 ‘더 잘 찍어보고 싶다’였습니다.
그 후로도 몇 롤의 필름을 더 사서 작은 도전을 이어갔습니다. 초점이 여전히 잘 맞지 않거나 잘못된 순간에 셔터를 눌러 사진을 망치곤 했지만 말이죠.
한 번은 친구와 한강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현상된 사진을 보니 노을은 흐릿하게 번지고 친구의 얼굴만 까맣게 나왔습니다. 친구는 사진을 보고 웃으며 "너 진짜 사진 찍는 거 맞아?"라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저도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죠. "아직 배우는 중이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실패조차 필름 카메라의 매력처럼 느껴졌습니다. 한 장 한 장의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재미있었고, 망친 사진을 보며 웃을 수 있으니까요.
보이는 대로, 찍고 싶은 대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구도를 잘 잡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도 몇 번의 실패 끝에 저는 눈높이 대신 카메라를 허리 높이로 낮춰보거나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찍어보는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초점을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사람의 눈은 자연스럽게 보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지만, 카메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명확히 정해야 했습니다. 카메라와 조금씩 친해지면서 무턱대고 셔터를 누르던 습관을 버렸습니다. 이제는 셔터를 누르기 전 잠시 멈춰 생각합니다. "이 장면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뭘까?" 구도를 이리저리 조정하고, 초점을 맞출 대상을 정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 중 하나는 의외로 잘 나왔습니다. 언젠가 공원에서 찍었던 한 나무의 사진이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잎사귀와 흐릿한 배경의 대비가 어쩐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을 받아든 날, 저는 처음으로 "이건 내가 본 그대로의 장면이다"라고 느꼈고, 그 순간은 정말 뿌듯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사진을 찍습니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고, 동영상 촬영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습니다.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이 쌓였지만, 촬영을 하며 품는 고민은 여전히 같습니다. 카메라와 함께한 시간은 제 삶을 닮아 있습니다. 모든 순간을 완벽히 담을 순 없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초점이 어긋나도 구도가 삐뚤어져도 계속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렇게 쌓인 사진들이 제 흔적이 되었고, 제 자신을 배우게 했습니다. 지금 제가 찍고 있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어쩌면 나 자신을 기록하는 일이 됩니다. 때로는 실패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도,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가고 그 과정을 사진처럼 담아갑니다. 이처럼, 삶도 결국 꾸준히 셔터를 누르며 초점을 맞추고 구도를 잡아 나가는 과정에 다름 아닐까요?
구도는 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묻습니다. 세상을 담으려는 카메라가 제가 보는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기에, 발을 조금만 옮겨도 전혀 다른 장면이 프레임에 담깁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문제도 시점을 바꿔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세상을 담으려는 카메라는 제가 보는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발을 조금만 옮겨도 전혀 다른 장면이 프레임에 담깁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문제도 시점을 바꿔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야 답이 보이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다가서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도 합니다.
초점은 제가 무엇을 보려 하는지를 묻습니다. 모든 것을 담으려 하면 결국 아무것도 담지 못하듯, 삶에서도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 렌즈가 바라보는 곳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하듯, 삶에서도 초점이 흐려지면 방향을 잃기 마련이죠. 초점과 구도, 그 사이를 오가는 10년 동안 저는 사진뿐만 아니라 제 자신도 조금씩 촬영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을 담으려 하면 결국 아무것도 담지 못하듯, 삶에서도 무엇에 집중할지를 선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분명히 보려고 하지 않으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
사진과 인생은 결국 이야기를 담는 일입니다. 사진 한 장이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과 감정을 담아내듯, 우리의 삶도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구도로 이야기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카메라의 렌즈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우리가 선택한 결정들입니다. 초점과 구도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드러냅니다.
사진을 찍는 일은 마음을 담는 일입니다. 카메라의 렌즈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우리가 선택한 결정들입니다. 초점과 구도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드러냅니다. 삶이란 필름은 한정되어 있으니, 기록할 수 있는 순간이 소중해집니다. 우리의 삶은 아직 현상되지 않은 필름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카메라를 듭니다. 저에게 사진을 찍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한 컷 한 컷이 도전입니다. 다만, 지금 셔터를 누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할 수 있기를. 그렇게 제가 담아낼 수 있는 순간들이 조금씩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 나만의 인생 편집기
사진과 인생의 공통점은 결국 우리의 시선에 달려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고르는 순간, 이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디에 집중하며 살아갈지 선택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죠. 당신은 어떤 구도로 삶을 바라보고 있나요?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나요? 카메라 렌즈를 닦듯, 당신의 마음의 렌즈도 정비해 봅시다. 그러면 인생이라는 거대한 사진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바라보는 삶의 구도는 어떤 모습인가요?
삶의 필름 한 롤에서 가장 소중히 담고 싶은 순간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초점이 맞춰진 곳은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