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터널이라 부르기엔 너무 짧고 길이라 하기엔 너무 낯선 통로가 있다.
벽돌로 쌓아 올린 좁은 길은 오래전 누군가가 숨겨둔 비밀의 입구 같다.
낮에는 아마 별 의미 없이 지나칠 것이다.
하지만 밤, 불빛이 선명하게 터널 안을 드러낼 때 나는 늘 발걸음을 멈춘다.
저 빛의 끝에 닿으면, 내가 알고 있던 일상이 사라지고 다른 세계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까.
집으로 가야 하는데 이곳은 어쩐지 집이 아닌 곳으로 더 멀리, 더 깊은 어딘가로 이끄는 문 같다.
짧은 길을 지나는 동안 내 안에 고여 있던 소란이 터널 속으로 들어서면 조용히 행방불명이 된다.
어제의 내가 들어서고 내일의 내가 건너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모든 일이 바뀌어버린 것만 같은 순간.
이 길을 건너온 나는
정말 같은 나일까.
오늘, 찰칵 #8 기분은 이미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