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찰칵 #10 김밥싸서 소풍가자

by 김효진

오늘은 김밥을 싸는 날.

소풍이라고 이름 붙이기에 충분히 맑은 날.


김밥.

그 단어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익숙하게 풀어진다.

말하자면, 추억의 맛이다. 소풍이면 늘 김밥, 김밥이면 늘 소풍.


내 김밥에는 작은 비밀이 있다.

단무지가 없다. 시큼한 노란빛이, 아직은 어린 내 입맛에는 너무 예민한 색이었나 보다.

엄마는 내 작은 고집을 이해해주셨다. 그래서 내 김밥만 살짝 달리 싸주셨다.

늘 나를 위해 단무지를 빼고, 대신 햄을 하나 더 넣어 주셨다.

그 작은 배려가 얼마나 달콤했던지, 지금도 그 기억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제는 내가 김밥을 싼다. 밥알 하나하나를 눌러 담고, 재료 하나하나를 골고루 펼친다.

그리고 김을 말아 올린다. 내가 싼 집 김밥은 여전히 단무지가 없다.

하지만 그 속에는 추억과, 사랑과, 작은 고집이 가득하다.

집 김밥이 최고라는 건, 맛 때문만이 아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사랑과 기억 때문이라는 걸 안다.


김밥을 들고 앉는 순간, 소풍은 이미 시작된다.

단무지 없는 김밥 한 조각 속에 어린 시절과 지금의 내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리고, 내 손끝에서 탄생한 김밥이 최고라는 사실을, 오늘도 확인한다.


“자, 소풍 가자.”


오늘, 찰칵 #10 내 마음대로 김밥 D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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