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기와 위로 달빛이 살며시 내려앉는다.
낮의 웅장함은 저만치 물러가고, 은은한 달빛과 등불 속으로 몸을 숨긴 밤이다.
오랜 세월 쌓인 길을 한 걸음씩 밟을 때마다, 옛 사람들의 숨결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 그 자리에 남은 온기까지 살며시 스며드는 밤이다.
참 오래된 것들과 조용히 호흡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양위하고 상왕으로 물러나 창덕궁 곁 작은 별궁을 지어 머물렀던 자리.
단종이 권좌에서 물러나 잠시 거처를 삼았던 곳, 그러나 단종복위운동의 실패로 쫓겨난 아픔의 자리.
임진왜란의 불길은 창경궁의 모든 것을 삼켰고, 주요 건물들이 다시 세워진 뒤에도
이 궁의 기억은 부서지고, 흩어지고, 다시 세워지는 반복 속에 남았다.
일제강점기의 손길이 닿아 궁문과 담장, 전각들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동물원과 식물원이 들어섰다.
권농장의 연못, 춘당지에는 정자가 세워졌고,일본식 건물들이 궁의 곳곳을 대신했다.
이리도 아름다운 궁 안에는 눈물과 그리움, 아픔의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오늘 찰칵,
한 장의 사진으로 담기엔 부족하지만
오래도록 남을 창경궁의 고요와 아름다움이 있다.
오늘 찰칵 #14 오늘 밤, 창경궁 위에 달님 출근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