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백조>가 된 미운 아기오리
미운 아기오리는 어떻게 검은 백조의 전설이 되었나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이었어요. 미운 아기오리는 마침내 멋진 백조 청년으로 변신을 했어요. 물에 비친 모습을 보고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깨달았지요. 처음엔 다른 형제들보다 늦게 알에서 깨어난 데다 못생겼다고 구박도 많이 받고, 울타리를 벗어난 뒤로 이리저리 쫓겨 다니며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지만, 그 모든 역경과 시련들이 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것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지요.
백조 청년은 무척이나 행복했어요. 이제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왠지 가슴이 텅 빈 것처럼 외롭고 허전했어요. 어느덧 짝을 만날 때가 된 것이지요. 마침 호숫가에서 아름다운 백조 처녀 셋이서 우아하게 헤엄을 치며 놀고 있었어요.
백조 청년은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가서 수줍게 말을 걸었어요.
“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백조 처녀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그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고 도망갔어요.
“악! 괴, 괴물이다!”
“저건 우리와 같은 백조가 아니야!”
“그래, 백조를 가장한 괴물이 틀림없어!”
그 소리를 들은 백조 청년은 깜짝 놀랐어요. ‘뭐, 내가 괴물이라고?’ 그는 긴 목을 숙여 자신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깃털 색깔이 검은 것 말고는 그들과 생김새가 똑같았어요. 그런데 왜들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아마도 백조 처녀들이 겁을 먹고 뭔가 착각을 했나 보다고 생각한 그는 다른 백조 무리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어요. 하지만 그들 역시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백조 청년을 멀리 쫓아냈어요.
“이 까마귀처럼 재수 없게 생긴 녀석아, 저리 꺼져!”
백조 청년은 무척 슬펐어요. 그리고 낙담해서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지요.
“내 깃털은 왜 이렇게 까만색일까?”
“나는 저들 말대로 진짜 백조가 아닌 걸까?”
“오리도 아니고 백조도 아니라면,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풀이 죽을 대로 죽은 그는 더 이상 남들과 어울려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조그만 호숫가 그늘에 숨어서 하루하루 힘들게 지냈어요. 다른 백조들이 무리 지어 즐겁게 헤엄치며 놀거나 멋지게 날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는 너무나 슬프고 외로워서 숨을 죽여 울었어요.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백조들 사이에서 점차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다름이 아니라,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던 <검은 백조>가 실제로 자신들이 사는 호수에 나타났고, 몇몇 백조는 눈으로 직접 보기까지 했다는 것이었지요.
“오, 이럴 수가!”
나이 든 백조들은 그 얘기를 듣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그분은 우리에게 찾아온 아주 귀한 손님이란다!”
“그러니 늦기 전에 어서 빨리 검은 백조님을 찾아라!”
백조들은 이제 자신들이 괴물이라며 쫓아낸 백조 청년을 찾아 나섰어요. 그리고 호숫가를 샅샅이 뒤진 끝에 마침내 그늘에 숨어서 외로움과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던 그를 발견했지요. 그들은 백조 청년에게 고개를 길게 숙이고 자신들의 무례와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했어요.
“왜, 왜들 이러세요?”
백조 청년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어요. 그리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저는 못생기고 보기 흉한 백조일 뿐이에요. 그러니 제발 그냥 내버려 두세요.”
하지만 백조들은 막무가내로 그를 데려다가 들꽃으로 화려하게 꾸민 보금자리에 앉혔어요. 그리고는 맛있는 먹이를 대접하며 극진하게 모셨어요.
“귀한 손님을 잘 받들어 모시자!”
“우리를 위기에서 구할 검은 백조님 만세!”
모든 백조들이 그에게 다가와서 머리를 조아렸어요.
백조 청년은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괴물이라고 그토록 싫어하고 피하며 쫓아내더니, 어찌 된 영문인지 통 알 수가 없었어요. 어쨌거나 그는 자신을 죽음 직전에서 구출해준 백조들에게 깊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어요.
불쌍한 백조 청년은 이제 고귀한 신분이 되어, 주위의 많은 부러움과 기대를 받으며 다른 백조들과 사이좋게 어울려 살았어요. 아리따운 백조 처녀를 짝으로 맞이하여 행복한 가정도 꾸렸어요. 괴물의 표시인 줄로만 알았던 까만 깃털이 알고 보니 구원의 고귀한 빛이었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행운을 불러온 것이었어요. 하지만 나이 든 백조들이 말한 위기가 무엇인지, 또 그것이 닥쳤을 때 자기가 해야 할 임무가 무엇인지를 몰라서 마음 한 구석이 늘 불안했지요.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늦가을이 되었어요.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곱게 물든 낙엽들이 호수 위로 우수수 떨어졌어요. 그럴 때마다 백조들은 본능적으로 날개깃을 크게 치며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그들은 머지않아 따뜻한 남쪽나라를 향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장거리 비행을 위해 나는 연습도 열심히 하고, 틈나는 대로 먹이도 충분히 먹어서 힘을 길렀지요.
검은 백조는 문득 자기를 정성껏 품고 길러준 엄마 오리가 너무나 보고 싶었어요. 엄마 오리의 따뜻한 보살핌과 격려가 없었다면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속에서 세차게 나래를 치는 바람에, 머나먼 남쪽나라로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어요. 그래서 몰래 오리 농장을 찾아갔어요.
오랜만에 불쑥 나타난 그의 낯선 모습에 오리 형제들은 다들 무서워하며 멀리 도망갔어요. 하지만 엄마 오리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고는 다가와서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어요.
“얘야, 난 네가 이렇게 크고 멋지게 자랄 줄 알았단다!”
“고마워요, 엄마! 보살펴주신 은혜는 두고두고 잊지 않을게요!”
“여기를 벗어난 뒤로 고생을 참 많이 했지? 얘기 안 해도 다 안다.”
“네. 하지만 나중에 대단한 아이가 될 거라는 엄마의 말이 큰 힘이 됐어요.”
“이렇게 고귀한 신분이 돼서도 날 잊지 않고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
“천만에요. 오리나 백조나 다 똑같이 소중한 존재예요. 외모만 다를 뿐이지요.”
“그때 내가 너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아니에요. 엄마는 최선을 다했어요. 진심으로 감사해요!”
검은 백조와 엄마 오리는 한동안 부리를 서로 비비며 애틋하게 정을 나눈 뒤, 아쉬운 작별을 고했어요.
드디어 백조들이 따뜻한 남쪽나라로 떠날 때가 되었어요. 힘든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깃털 손질도 하고 부리도 가다듬는 등 몸단장을 했어요. 새내기 백조들은 첫 비행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몸을 떨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마구 소란을 떨어댔어요.
그런데 떠나기 전날 밤에 백조들이 모여 사는 호수에 그만 큰 난리가 났어요. 다름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쓰고 버린 폐유가 대량으로 흘러들어 호수 전체를 검게 뒤덮어 버린 것이었어요. 알고 보니 공장 주인은 돈에 눈이 멀어서 환경보호 같은 것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악덕업자였어요.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서 백조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었어요. 그 바람에 다들 몸에 검은 기름띠를 잔뜩 뒤집어쓴 채 뒤뚱거리며 제대로 날지도 못했어요.
“세상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런 괴이한 일이 생기다니!”
“한시바삐 따뜻한 남쪽나라로 떠나야 하는데, 어쩜 좋아?”
“그러게 말이야. 이제 우린 더 이상 하늘을 날 수 없는 신세가 되었어.”
“그리고 이 더러운 기름띠에 꼼짝없이 갇혀서 서서히 굶어 죽어갈 거야, 흑흑!”
백조들 사이에서 절망과 탄식의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어요.
나이 든 백조들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어요. 함께 고민하던 검은 백조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그때, 검은 백조는 아주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어요. 웬일인지 자신의 깃털에 기름이 거의 묻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름띠를 계속 뒤집어써도 대부분 날개에 묻지 않고 그냥 스르르 흘러내리는 것이었어요. 순간, 어떤 사명감과 함께 특별한 생각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어요.
“여러분! 이번에는 제가 여러분들을 구해 드리겠어요!”
검은 백조는 큰 소리로 외친 뒤, 기름띠로 범벅이 된 몇몇 백조에게 다가가 자신의 깃털로 정성을 다해서 말끔하게 닦아주었어요. 그러자 곧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백조들은 고개를 길게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남쪽을 향해 떠나갔어요.
“와, 우리의 구원자인 검은 백조님 만세!”
깊은 절망에 빠져있던 백조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렬한 갈채를 보냈어요. 그리고 차례차례 다가와서 깨끗하게 본모습을 되찾은 뒤, 똑같이 고개를 길게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남쪽을 향해 떠나갔어요.
“나는 남쪽나라로 떠나지 못해도 괜찮아. 동료들만 무사히 떠날 수 있다면---.”
검은 백조는 자신의 날개 깃털이 다 빠지는 줄도 모르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구조 작업에 몰두했어요. 이렇게 곤경에 처한 백조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신나고 기뻤어요. 그렇게 해서 마침내 마지막 남은 백조마저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그만 탈진해서 쓰러지고 말았어요. 그리고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검은 기름띠 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어요.
그때, 먼 하늘에서 백조들의 노랫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어요.
“사랑해요, 우리의 영원한 친구여! 당신의 빛나는 전설을, 언제나 기억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