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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Nov 18. 2022

친해지는 계절, 겨울

따끈따끈


겨울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낮에도 반팔이나 얇은 긴소매 티셔츠만 입고 동네를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은 가고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데도 두꺼운 외투를 걸쳐야 한다.


일주일을 나려고 사놓은 장작을 이틀 만에 태우고는 한국에서 가져온 전기요와 전기난로를 꺼내고야 말았다. 사실 벽난로가 효율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 (이틀 만에 20유로치를 태웠는데 집안 곳곳이 따뜻하지도 않았다) 층고가 5m 가까이 되는 이 집 전체를 데우지는 못하고 벽난로 앞만 좀 따뜻한 편인데 대체 집 전체를 데우려면 장작을 얼마나 태워야 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왼) 라라 , 오) 릴리


친정에도 전기장판을 개시했더니 고양이들이 냉큼 올라가서 누워잔다고 한다. 고양이들이 하도 아빠를 찾아서 아빠가 아예 거실에 나와서 고양이들이랑 같이 자게 되었다고 하는데, 라라는 아빠 무릎에 릴리는 아빠 베개에 누워 잘 때도 있다고.


올 겨울이 지나면 셋이 엄청 친해질 것 같다. 이미 엄마 빼고 셋이 소울메이트 같긴 하지만.



집사 옆에 누운 모모
모모가 좋아하는 종이가방 위. 부시시한 녀석


캣타워에서 도통 내려올 생각을 안 하던 모모는 거실에 전기요를 깔자마자 귀신같이 알고 내려와서 드러누웠다. 원래는 예쁜 러그를 깔려고 찾던 중이었는데 인테리어가 다 뭐람.. 누구 놀러 올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일단 올 겨울은 거실에 난로랑 이불 깔아놓고 난민처럼 지내기로 했다.


최근 들어 모모가 내 옆에 이렇게 가까이 누운 적이 없어서 (나 때문에 내려온 건 절대 아니지만) 너무 반가운 나머지 옆에 살포시 따라 누웠더니 응? 하고 쳐다보다가 계속 잠.


모모가 이렇게 편하게 뻗어 자는 걸 보는 건 프랑스 온 뒤로 처음인 것 같아서 짠하면서도 귀엽고.. 너무 귀여워서 자는 녀석을 쓰담쓰담하기도 하고 젤리 냄새를 킁킁 맡아보기도 하고 뽀뽀를 쭈왁 하기도 하면서 괴롭혔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잘잔다.


밀려서 짜증난 모모
고양이들은 종이를 왜그렇게 좋아할까?
티구도 새삼 많이 큼


질투 대마왕 티구는 내가 모모를 쓰다듬고 있으면 어디서 귀신같이 나타나 엉덩이를 들이미는데 모모가 누운 종이가방을 탐내더니 기어이 모모를 밀어내고 명당자리를 차지했다.


둘이 엄청 투닥거리기는 해도 서로 그루밍도 해주고 같이 이렇게 붙어서 누워 자기도 하는 걸 보니 점점 사이가 좋아지는 것 같다.


종이 사랑 뭔데 진짜 ㅋㅋㅋ
난로 앞자리 사수중


하루는 남편이 행복한 우리 집이라며 요 두 녀석이 나란히 누워 자는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회의하다 쌓인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다.


애들이 사고칠 때나 (내 비싼 화병을 깨 먹는다던지), 아파서 병원비로 수백만 원을 해먹었을 땐 정말 우리가 어쩌자고 세 마리나 키우나 싶다가도 이렇게 안심하고 누워 자는 모습을 볼 때면 그래 열심히 돈 벌어서 우리 고양이들 호강시켜줘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고 쳐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리고 따뜻한 거실 두고 굳이 혼자 방에 누운 치치. 모모나 티구의 에너지가 감당이 되지 않는지 틈만 나면 혼자 짱 박히는 녀석. 언제 다시 집사 옆에 와서 누워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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