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부러진 그의 쇄골
여름휴가를 일주일 앞둔 지난 월요일. 근무시간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 화내지 말고 들어. 나 지금 병원이야"
"어? 오늘 내과 간다더니 벌써 도착했어?"
"아니 내과 아니고 응급실이야. 나 오토바이 사고 났어."
"뭐???? 어쩌다가? 괜찮아?"
"커브에서 미끄러져서 밭에 넘어졌고 쇄골이 부러진 것 같아요. 병실 정해지면 전화할 테니까 폰 충전기랑 세면도구 좀 가져다주세요"
프랑스 시골에 왔더니 남편의 기동력이 너무 떨어졌다. 하루에 버스 두 번 다니는 동네라 차가 없으면 살기 정말 불편한데 남편이 다른 도시나 근교에 볼 일을 볼 때마다 일하는 내가 계속 태워줄 수는 없는 일이고 (택시는 콜택시만 있고 10분 거리도 50유로는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구입했는데, 기어이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오른쪽 쇄골이 4조각 나서 플레이트 삽입하는 수술을 하기로 했고, 월요일에 입원해서 화요일에 수술하고 수요일에 퇴원을 했다. 프랑스는 의사 부족으로 지방의 작은 규모 종합병원은 응급실을 점진적으로 줄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이 근처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바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오던 운전자가 소방관이었던 것도 운이 좋았고.
이것저것 필요한 짐을 챙겨서 병문안을 갔더니 시무룩하게 누워서 프랑스 와서 되는 일이 없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
"야 무슨 소리야. 오토바이 사고 나서 쇄골만 부러진 거면 하늘이 도왔지. 대신 니 오토바이는 수리 끝나자마자 처분할 줄 알아."
그리하여 지난주는 휴가 직전 사흘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남편을 간호하고, 여름휴가가 시작된 이후로는 남편 병시중과 집안일 그리고 고양이 케어를 담당하게 되었다. 딱히 별 계획은 없었지만 계속 집에만 있게 될 줄이야. 그나마 올림픽이 아니었으면 이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싶다.
날은 더운데 에어컨은 없고 할 일은 많고.. 고양이 세 마리가 뿜어내는 털 때문에 하루에 두 번은 청소를 해야 하고, 날이 더우니 땀 흘린 옷과 수건도 부지런히 빨아야 하는데 그 와중에 밥솥까지 고장 났다. 아.. 왜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는가.. 메뉴 선정하는 것도 불 앞에서 조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 와중에 뭐 하나 사려면 차를 몰고 15분은 나가야 한다. 다친 남편도 아파서 고생이고 나도 고생이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멀티 비타민 하나 먹고 잤다. 이걸로 될지 모르겠지만 안 먹는 것보단 낫겠지.
요즘따라 더욱더 한국에 있는 새벽배송과 배달음식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