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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l 18. 2022

집사들의 로망 마당 있는 집의 캣티오

프랑스에서 자급자족은 기본이죠




에어컨이 없는 시골집에서는 창문이나 문을 다 열어서 바람을 통하게 해 줘야 그나마 여름을 지낼 수 있는데, 고양이들이랑 함께 사는 집사다 보니 문을 다 열고 생활하기가 어려워서 방충망을 만들었지만 그나마도 환기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메종으로 이사 오면 캣티오를 만들어 보자고 했었는데 자꾸 이런저런 핑계가 생기면서 미뤄지던 차에 이번 연휴에는 반드시 끝을 내기로 결심함.


우선 대충 도면을 그리고 (우리는 둘 다 문과라 제대로 된 도면을 그린 것은 아니고 유튜브에서 보고 참고함) 재료는 브리코 마르쉐(DIY 재료 전문점)에서 구매했다.


준비물 : 나무, 못, 앵글 브래킷, 철망, 공구



도면대로 나무를 톱질해서 재단한 뒤에 못이랑 앵글 브래킷으로 고정하고 겉은 철망으로 두른다는 것이 우리 계획이었는데 가로 3m x 세로 1.5m x 높이 2.3m  에다 1.5m x 1.5m x 2.3m의 나무 상자 두 개를 만드려니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꼬박 이틀에 걸쳐서 남편이랑 투닥거리며 겨우겨우 만들었고,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아서 이사 갈 때까지 그럭저럭 쓸 수 있을 것 같다. (만들고 나니 나중에 철거할 일이 걱정)


재단 잘못해서 얼기설기 땜빵


바닥부터 만들어야 된다고 주장한 나와 벽부터 만들자던 그. 무엇이든 기초가 튼튼해야 되는데 대체 무슨 소리 하는고?


제대로 된 도면과 환상적인 팀워크가 있었다면 솔직히 이틀도 안 걸렸을 것 같은데 우리는 둘 다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고 상대방 의견은 일단 의심하면서 반대하는 바람에 중간중간 싸우느라 시간이 배로 걸린 것 같다. 중간에 뭐 잘못될 때마다


I told you so!

와.. 누가 회사생활 10년 넘은 베테랑 아니랄까 봐 둘 다 남 탓 신공 정말.. 회사 업무 하는 줄? 이 더운 날에 싸우고 화해하고 일하고 싸우고 무한 반복하면서 공사했더니 일을 마무리 한 시점에는 기운이 쏙 빠졌다.


이거 아무래도 성인 둘이 하기엔 너무 힘든 듯. 아니 부부가 같이 하기는 좀 어려운 듯. 우리 부부만 이렇게 싸우는 거 아니겠지?


그럭저럭 서있는 프레임


이 캣티오란 게 대체 무엇이길래 집사들이 30도가 넘는 이 무더위에 연휴 내내 화상 입어가며 손가락을 망치로 찧어가며 만들었는고 하니,


집과 연결된 Catio (Cat patio)가 있으면 울타리 덕분에 집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이 야외를 만끽할 수 있으면서 자동차나 기타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지킬 수 있고 또 고양이들로부터 새나 야생동물을 보호할 수도 있는 모두에게 윈윈인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구조물인 것이다.




우리가 밖에서 공사하는 동안 우리 목소리는 들리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아 불안한지 집안에서 내내 울던 녀석들. 철망까지 다 두르고 나무 문을 열어 개방해주었더니 다들 나와서 킁킁 바람 냄새를 맡고 새소리도 듣고 지나가는 도마뱀 구경도 하고 아주 기분 좋아 보였다.


나중에 집안에서 발견한 토만 아니었다면 녀석들에게도 좋은 하루였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무래도 우리가 밖에서 일하는 사이에 토해놓은 듯.. 우리 집 고양이들은 예민하기가 개복치 수준이라 아주 상전들이 따로 없다.


뒹구르르


여하튼 둘 다 캣티오를 살펴보고 나서는 각자 좋아하는 구석에 자리 잡아 뒹구르르 하고 아주 난리가 났다. 치치와 모모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캣티오 만들면서 투닥거린 집사들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림.


베란다가 있던 아파트가 아주 그리웠는데 고양이들이 잘 사용하니 개고생 한 보람이 있구먼. 사실 기성품으로 다 만들어져 있고 배달만 시키면 되는 캣티오도 있긴 한데 높이나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디자인이 별로거나, 다 좋으면 가격이 어마 무시하다거나 우리 조건에 맞지 않아서 결국 우리가 만들게 되었지만 다 하고 나니 체력만 괜찮다면 만들어볼 만한 것 같다.


한국 같으면 나무도 다 재단해서 주문할 수 있는데 4m짜리를 사서 잘라야 한다는 게 좀 힘들었지만 캣티오를 만드는데 나무값은 80유로 정도 들었으니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지. (나무, 철망, 못, 앵글 브래킷 등등 다해서 250유로 가까이 씀)


노동 후 늦은 점심


이틀을 내리 고생하고 늦은 점심은 냉동피자로 대충 해결했다. 그래도 하나 완성하고 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함.


다음 주에는 지붕을 완성하고 캣티오 인테리어도 하려고 생각 중인데 너무 신난다.


스크래처 카펫이랑 집사들 의자도 가져다 둠


주말 내내 캣티오 만드느라 집사들이 고생한 걸 알긴 하니 너희들? 나도 우리 집 고양이가 되고 싶다. 이렇게 팔자 좋은 고양이들이 어디 있냔 말이지.


그나저나 아침저녁으로 이 문을 활짝 열어두면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서 진짜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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