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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Sep 12. 2022

서빙하던 보스

회사에서 느낀 문화적 충격

우리 회사는 행사가 많은 것으로 이 지역에 소문이 났다. 진짜 행사가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여기저기 부서끼리 회식하는 것을 보고 뭉뚱그려서 다 '그 회사는 파티가 많아'가 된 것 같다.


지난 금요일에는 오래 근무한 직원들의 축하 세리머니가 있었다. 30년, 35년, 40년 (다른 직장 경력도 포함해서 계산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회사에서 근무한 직원들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해당 매니저가 사람들 앞에서 그 직원의 업적을 소개하고 직원은 소감을 얘기하는 그런 자리다.


다른 행사 때 먹었던 핑거푸드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메달을 수여하지만 팀마다 별도로 행사를 했다. 보통은  회의 시간에 쪼개서 축하를 하고 당사자가 오래 근무한 소감 같은걸 이야기하는데, 프랑스에서는 매니저가 사람들 앞에서  직원이 지난 시간 동안 어떤 일을 해왔고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으며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었는지 공유하는 자리라 그냥 매달만 넘겨주던 한국보다는 뜻깊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도 회사마다 조직문화의 차이가 있을 테니 한국 vs 프랑스 라기보다는 예전 조직과 지금 조직의 차이가 있다 정도로 봐도   같다.


이날, 우리 팀 직원이 35년 근속 기념 메달을 수여받기로 되어서 나도 참석을 했는데 아차.. 난 내가 스피치를 준비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올봄에 팀에 합류한지라 그 기나긴 시간을 기념하는데 내가 말을 보태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행히도 오랜 시간 그와 함께 근무한 디렉터가 축사를 해주었고 난 손뼉 치고 사진만 찍고는 티타임을 즐겼다. 아휴 이럴 줄 알았으면 토스트 마스터 꾸준히 갈 것을..


그리고 또 문화적인 충격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행사장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공장장이 핑거푸드 트레이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 생각 없이 merci! 하고 집어먹다 보니 공장장이었고 (응???)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들 자연스럽게 먹고 있었다. 나만 좀 이 상황이 민망했던 것 같다. 왠지 트레이도 차려야 될 것 같고 주스도 따라야 될 것 같은 그런 기분? 한국에서는 그놈의 의전이 뭔지 임원부터 대접하지 않으면 큰소리가 났었는데. 이게 문화적 차이인지 개인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공장장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던 순간.


나중에 행사가 끝나고 팀으로 돌아가면서 보니 공장장이 먹고 남은 주스도 박스에 야무지게 넣어서 직접 들고 가고 계셨다. 와 나도 저렇게 솔선수범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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