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아 Dec 10. 2022

2유로짜리 점심

회사 식당도 복지인 가요?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점심 식사는 공짜였다. 아침이랑 저녁은 돈을 내야 하긴 한데 천 원 정도라 자취하는 사람들이나 밤늦게 회의가 있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삼시 세 끼를 다 해결해도 한 달 식비가 5만 원 정도라 많은 사람들이 애용했다. (맛있지는 않았다.)  


프랑스 사업장에는 사내 직원식당이 있는 건 아니고 주변 회사들 몇이 모여서 직원식당을 운영한다. 회사에서 걸어가면 20분 정도 차 타고 가면 10분 정도로 거리가 좀 있다. 회사에서 자체 사내식당을 운영하려고 했었는데 대부분의 직원들이 도시락을 싸오거나 집에 가서 밥을 먹다 보니 단가가 안 맞아서 식당 유치에 실패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니맛도 내 맛도 없다. 무맛

식당에 이름을 등록하면 식당 카드를 발급받는데 원하는 금액만큼 충전을 하고 밥 먹을 때마다 차감하는 형식이다. 회사에서 복지의 일환으로 매끼 4.5유로를 지원해 준다. 초반에는 궁금해서 이것저것 집어 먹느라 한 끼에 4-5유로 정도 나왔는데 요즘은 2-3유로 정도로 줄었다.


보통 샐러드, 디저트, 치즈, 샤퀴 테리, 과일, 요구르트가 사이드로 있고 메인 요리는 고기 또는 생선으로 정해져 있는데 고기를 선택하면 비용이 좀 더 나오는 편이라 메뉴를 잘(?) 고르면 2유로 안팎으로 먹을 수 있고 어떤 날은 0유로가 나올 때도 있다.



"메뉴는 다 다른데 왜 맛은 다 똑같지?"


단체급식의 특징은 무슨 메뉴를 먹어도 맛이 비슷하다는 거 아닐까? 미식으로 유명한 프랑스도 이건 피해 갈 수 없는지 보기엔 그럴듯해 보여도 맛은 그다지.. (가뭄에 콩 날 정도로 맛있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시락 싸오기 귀찮거나 점식 먹으러 집에 가기는 먼 거리에 사는 직원들이 직원 식당의 주요 고객층이다. 우리 회사에서도 맨날 가는 사람들만 가는데 얼추 3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동료들이랑 같이 식사하면서 보면 맛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다들 소스 하나 안 남기고 받은 음식은 싹 먹어치운다. 누구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설거지한 것 같이 싹싹 긁어먹어서 놀랐다. 난 맛이 없거나 배부르면 남기는 편이었는데 친한 동료들이 음식 남기는 거 아니라고 잔소리해서 이젠 음식 받을 때 아예 조금씩 달라고 한다.



심심한 맛


회사 밖에서 이렇게 샐러드, 메인, 디저트, 치즈에 커피까지 마시면 20유로는 그냥 깨지는데 회사에서는 4 유로면 한 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 별 맛은 없지만 가성비가 좋아서 계속 오게 된다. 사실 밖에서 이 금액으로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샌드위치 정도라. 여름휴가 전후로 식당에서 리모델링 공사한다고 문을 닫아서 2주 정도를 회사 근처 비스트로에서 먹었더니 두 달치 점심 식비(100유로)를 일주일 만에 다 써버렸다. 직원 식당 덕분에 식비를 많이 아끼고 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음.


'구내식당 리모델링하는데 돈 쓰지 말고 음식 퀄리티나 좀 올려주지..' 이렇게 투덜투덜거렸는데 독일 사이트에서 출장 오는 직원들은 독일에선 맨날 감자랑 튀긴 돼지고기 아니면 소시지만 준다고 프랑스 직원 식당은 메뉴도 다양하고 이 정도면 정말 맛있는 거라고 했다. 이 얘기를 듣고 나니 독일 사이트로 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직원식당 마스코트 삼색이


식당에서 키우는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동료가 요 녀석이 길 건너에서 오는 걸 봤다고 한다. 여기가 집은 아닌 것 같고 먹을 게 있어서 밥 먹으러 오는 듯. 체격도 좋고 깔끔하고 건강해 보이는 걸로 봐서 길고양이는 아닌 것 같다. 밥 먹으러 갈 때마다 요 녀석이 있는지 없는지 두리번거리는 나는 천상 집사.

작가의 이전글 단감을 찾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