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과일 코너에서
프랑스는 여름에 과일이 풍부해서 정말 뭘 사 먹을지 매번 파머스 마켓에서 고민하는 게 일이었는데 (살구, 납작 복숭아, 체리 등등) 겨울이 다가오니 과일코너가 홀쭉해졌다. 사과 종류가 대충 5가지 있고, 오렌지, 클레망틴(귤 같은 것) 이 정도인데 클레망틴은 뽑기 운이 좀 있어야 해서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산이 맛있는 듯) 이번엔 한 봉지 산 건 망했지 뭔가.
사과도 품종별로 맛이 다 달라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는 있는데 어디 적어놓던지 해야지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던 사과 품종이 기억이 안 나서 적당히 빨갛고 맛있어 보이는 걸 집어왔건만 이번에 사 온 건 또 그냥저냥.
일주일 동안 맛없는 클레망틴에 사과까지 실패하고 나니 과일 먹는 낙이 사라져서 우울하던 차에 한 줄기 빛을 발견했으니..!
감을 찾았다!!
얼마 전에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아빠는 뭐해? 했더니
감 깎고 있어 요즘 단감 철이라 맛있더라.
그 순간부터 단감이 얼마나 먹고 싶던지. 창원에서 일할 때는 옆동네 진영 특산품이 단감이라 가을이 되면 길에 감 파는 사람들이 진짜 많았는데, 프랑스에서 과연 구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트에 갔는데 정말 우연히 exotic 과일 코너에서 발견했다. 한국에서는 마트에 감이 가득 차 있을 텐데 외국 과일 코너에 겨우 몇 알이라니.. 그래도 있는 게 어디야.
kaki 카키. 프랑스에서 감을 카키라고 부른다는 것도 마트에서 알게 되었다. 맛이 어떨지 몰라서 일단 대봉 하나랑 단감 두 개를 집어왔는데 대봉은 대성공! 씨도 없고 떫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이걸 집에 좀 두었다 먹으면 홍시가 된다고 하던데 다음에 마트 가면 몇 개 더 사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