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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Sep 22. 2022

점심 배달 온 남편


매주 목요일은 글로벌 회의가 점심시간에 있다.  세계를 커버하려니 아시아에는 저녁이지만 많이 늦지 않은 시간이고 유럽에서는 점심시간, 북미는 이른 아침인 그런 시간이다. 매주 회의가 예약되어 있지만 캔슬되는 경우도 있고 해서 보통 2주에 한번 정도는 목요일 점심을 패스하고 회의에 참석하는데 이번 주엔 글로벌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날이라 빠질 수가 없어서 참석하게 되었다.


남편한테 오늘은 회의 때문에 점심 먹으러 못 간다고 투덜투덜거렸더니 남편이 점심시간 전에 짠! 하고 샌드위치 배달을 온 것이 아닌가. 맨날 집에 가면 보는데도 회사 앞에서 만난 그가 어찌나 반갑던지.



맛있는 슈켓과 샌드위치


샌드위치만 사온  알았는데 우리가 봄에 살던 동네에 들러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집에서 슈켓을  봉지   것이 아닌가! 그것도 동료들이랑 나눠먹으라고   봉지로  왔다. 으아 이건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동료들한테 '남편이 조금 전에 사다 줬는데 먹어봐' 이렇게 슈켓을 권하고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으면서 회의에 참석했다.


확실히 한국에서 주말부부를  때보다 같이 사니까 좋은 점이 많은  같다. 남편은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기로 한지라  사이 대학교 등록도 마쳤고, 11월이 되면  학기가 시작하는데 딱히 할일이 없는 요즘은 살림을 거의 도맡아 고 있다. 나홀로 외벌이라 쪼들려서 쇼핑할 여유가 없다고 징징 거리다가도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있으면 피곤하겠다며  차려주고 디저트 가져다주고 커피나 차를 가져다주는 다정한 남편이 있어서 좋다. 시어머니는 내가 남편한테 이것저것 심부름시킨다고 느끼신  같지만 본인이 알아서 하는 일이란 것을  알아주셨으면..



눈누난나


우리가 시골에 집을 계약하고 아무래도 이동수단 없이는 삶이 고달플 것 같아 프랑스에 오고 나서 거의 바로 주문한 오토바이를 5개월이나 기다려서 지난주에 받았다. 리옹까지 가지러 갔다 왔으니 받았다는 말은 좀 이상하지만. 남편이 지금까지는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전기 자전거라도 자전거이긴 한지라 갈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오토바이가 생긴 뒤로는 남편도 나도 훨씬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특히 뭔가를 사기 위해 주말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산구석 벌판 어딘가에 있는 시골이다 보니 동네에는 집마다 식구수대로 차가 있는 집이 많긴 하다. 낭비라고 엄청 욕했는데 확실히 불편함.


한국에서 사는 10년 동안 오토바이를 못 타서 근질근질했던지 남편은 이번 주 내내 출근한 나에게 전화를 해서 "나 마트 갈 건데 필요한 거 없어?" 이렇게 물어보았다. 신난 그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긴 한데 사고 나면 바로 오토바이 팔아 치울 거니까 조심하라고 단단히 으름장을 놓았다. 이 동네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도로가 조용한 대신 다들 엄청 빨리 달려서 그 부분이 좀 걱정됨. 거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론 알프스 지역은 11월부터 스노 타이어 장착이 의무인데 오토바이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여튼 서프라이즈도 좋지만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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