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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Sep 25. 2022

로컬 농산물 구독하기

소비자에게도 판매자에게도 윈윈



동네에 자주 가는 빵집이 있다. 예전에 살던 동네의 빵집이랑 비교하면 종류도  가지 없고 화려한 디저트를 만드는 곳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종류를 바꿔가며 기본 바게트와 소박한 디자인에   담백한 맛이나는 디저트를 준비하는 정이 가는 시골 빵집이다.


사흘에 한번 정도는 디저트를 사러 들리는데 하루는 못 보던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남편한테 뭔지 물어보니 지역 농산물 구독 서비스라는 게 아닌가.


이 지역에는 협동조합이 제법 많은 편인데 제법 규모가 있는 건 치즈랑 와인 협동조합이다. 크고 유명해서 근교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간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온 건 로컬의 소규모 생산자들이 모여서 다양한 제품을 일 년 동안 매주 배달하는 신규 계약건 모집을 하기 위해서라고! 최근 몇 년 들어 이런 구독 서비스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13개의 영세 로컬 사업자가 모여서 근교 마을에 매주 배달을 하는 건데 마침 목요일은 배달 오는 날이라 어떤 것이 있는지 보여줄 수 있냐고 했더니 가방 하나를 열어주었는데 이렇게나 많이!!


우리는 야채 소비가 많지 않아서 기껏해야 애호박, 양파, 감자, 당근, 샐러드 정도만 가끔 사 먹는데 이렇게 매주 야채를 구독하면 먹어 치워야 되니 조리법도 다양하게 익힐 수 있고 좋을 것 같다. 루꼴라도 상태 엄청 좋았는데 좋았어! 매주 장 보러 가는 것도 귀찮던 와중에 아주 좋은 서비스인 것 같다.


이렇게 작은 시골 동네는 마트가 근처에 있기는 해도 차가 없으면 갈 수 없어서 노인들만 사는 집은 콜택시를 불러서 가곤 하는데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도, 우리처럼 만사 귀찮은 직장인에게도, 그리고 꾸준하고 일정한 수입이 필요한 지역 생산자들에게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렇게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구독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는 1년 치를 선불로 계산 (체크를 생산자 별로 나눠서 제출하면 여기서 알아서 분배한다고 한다)하는데 이 지역에서 보기 힘든 두부도 있어서 우리도 냉큼 구독해 보기로 했다. 두부는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거라고 해서 좀 불안하긴 한데 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겠지?


우리는 야채, 과일, 빵, 치즈, 고기를 구독하기로 했다. 맥주랑 와인은 한 달에 한번 배송해준다던데 요즘 우리가 술을 그렇게 즐기는 게 아니라 서류 제출 전까지 시도해 볼까 말까 고민해보기로 했다.


회사 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생각보다 농축산품 구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고기 퀄리티도 좋고 야채나 빵도 진짜 맛있다며. 대신 구매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때그때 시즌에 맞춰 수확한 제품들을 배달해주는 거라 신선하고 퀄리티는 좋아도 내가 잘 안 먹는 걸 받을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으라는 조언도 해주었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까르푸 같이 대기업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일이라는 것도. 아니 다들 이름만 들으면 아는 글로벌 기업 다니면서 대기업 겁나 싫어하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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