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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니꾸 Nov 05. 2020

굿모닝 베트남

VIETNAM 그리고 영화 굿모닝 베트남

처음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하고 나서 그 매력에 빠져 최근 가장 자주 방문한 나라가 베트남일 정도로

난 베트남에 푹 빠져있었다.

가다듬어지지 않은 올드스쿨을 좋아하는 내 취향인 탓도 있지만, 물가도 싸고 음식도 맛있고 볼 것도 많은 나라. 수많은 침략을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이겨낸 기적의 나라. 몽골제국도 미국도, 프랑스도 이기지 못한 작지만 강한 나라 베트남을 영화 굿모닝 베트남과 함께 추억해본다.





굿모닝 베트남은 미군 방송국의 글리스 지부에서 활동하다가 베트남 사이공(호찌민)에 위치한  주월 미군 방송국 AFVN에 새로 부임해 온 인기 라디오 DJ 애드리언 크로나워 공군 일병이 사이공에서 방송을 하면서 겪는 일상을 코믹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린 반전 영화이다.


베트남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재미있겠지만, 전쟁의 참혹성을 보이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뒤로 돌려 보여주는 영화의 특성상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에 대해서는 플레툰이나, 풀 메탈 재킷 같은 영화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고 굿모닝 베트남에서는 가볍게 짚어나가 보겠다.





Gooooood Morning Vietnam~!

굿모닝 베트남~!


전쟁은 힘들기 마련. 집안에서 부부싸움, 친구나 형제간의 싸움에서도 우리는 꽤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

심지어 나라 간의 전쟁이라니. 총, 칼, 폭탄이 도처에 널려있고 매일을 죽음을 목격하는 전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전쟁을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굿모닝 베트남은 잔잔하게 전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오목조목 부정한다.

영화 속 노래들도 전쟁 중 고생하는 장병들에게 계몽적인 라디오 방송보다는 재미난 콩트와 신나는 음악 선곡으로 힘을 북돋아 준다.  전쟁의 참혹성과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오버랩되는 동안 들려오는 달콤한, 신나는 노래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담담히 그려내는 모습이 오히려 나는 섬뜩했다.




"I Get Around - The Beach Boys"



이 곡은 비치 보이스가 1964년 발표한 6번째 스튜디오 앨범 all summer long에 수록된 곡이다.


일종의 스웩이랄까. 가사는 인기 많고 돈 많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자들을 만나도 다닌다는 그런 가벼운 내용. 달콤한 멜로디 라인 치고는 가사의 의미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가볍게 전쟁통에 머리를 비우기엔 오히려 적합한 곡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1964년 북베트남 수뢰정이 통킹 만에서 미 구축함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앨범도 같은 해에 발매되었다. 미 구축함의 피해 소식을 들은 미국 의회는 월맹의 미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격퇴하고 이후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는 권한을 존슨 대통령에게 부여했는데 이것이 바로  미국의 본격적인 베트남 참전으로 본다.



"Nowhere To Run - Martha & The Vandellas"   



1965년 발매된 곡으로 롤링 스톤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500곡에 포함되어있다.

사랑에 빠진 여자가 나쁜 남자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실제 곡도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라몬 도지어는 베트남 파병 가던 10대 소년들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떠나기 전 파티에서조차 어두울 수밖에 없었던 모습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시체로 돌아온 19살 청년들의 모습에서 전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니 곡이 마냥 신나지만은 않을 것이다.




Nowhere to run to, baby, nowhere to hide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네요


Got nowhere to run to, baby, nowhere to hide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네요


It's not love, I'm a running from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난 도망갈 거예요


It's the heartbreak I know will come

상처만 줄 거란 걸 알아요



'Cause I know you're no good for me,

당신은 나와 맞지 않으니까요


but you've become a part of me

당신은 나와 맞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내 일부죠


Everywhere I go, your face I see, every step I take, you take with me yeah

가는 곳마다 당신의 얼굴이 보이고 어딜 가도 당신이 있어요



삶이라는 것이 전쟁.

살아가는 곳이 전쟁터.

평범한 삶을 우리는 전쟁과  자주 비교하곤 한다.

아마도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자주 비교할 테지.

치열함과 무능함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전쟁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다.

당위성을 뒷받침해 줄 만한 그 어떤 이유도 가지고 있지 않은 군대를 가지고 벌이는 싸움이라니.

그래서 그렇게 군대에서 우린 아무것도 모른 채 복종을 강요받았는지 모르겠다.

어쭙잖은 애국심 따위로 전쟁을 포장하고 위로받기엔 그 상처가 너무 크다.

여간해선 싸우고 싶지 않은 나로선 그런 수많은 전쟁들을 겪고 태동하는 베트남의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그렇게 잘 다니는 걸 보면

물속의 엄청난 물고기 떼들이 상어에게 잡혀먹지 않기 위해 똘똘 뭉쳐 있는 것 같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치열함도 느껴진다.


치열한 전쟁 속에서 싹터서 그 싹을 틔우는 중인 베트남은 10분 전보다 현재 더 발전하고 있고,

10분 뒤에는 더 발전해 있을 것이다.


성장을 멈춘 나에게 거듭된 고난을 겪으면서도 성장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난 희열을 느낀다.

그게 내가 베트남을 자주 찾는 이유다.


물론 쌀국수도 맛있다.

엄청!!



"What A Wonderful World  -  Louis Armstrong"



1967년 발표된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베트남 전쟁을 바라본 작사가의 탄식과 평화의 염원이 담겨 있다.


 조지 데이비드 웨이스가 작곡한 곡으로 루이 암스트롱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에 영감을 받아 그를 위해 특별히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원래는 토니 베넷이 부를뻔했지만, 그가 거절하여 루이 암스트롱이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잘 모르겠다.
 오히려 미국보다 영국에서 인기가 있었고,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가장 나이가 많은 남성 뮤지션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노래는 형식상으로는 희망적인 미래에 대하여 노래하는 긍정적인 곡이지만,
베트남 전쟁을 바라본 작사가의 탄식과 평화의 염원이 담겨있고, 인종차별을 비롯한 혼란한 미국의 정치 사회적 분위기를 반어법적으로 담고 있다. 그렇게 전쟁의 처참함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리며 대중들에게 전쟁에 대한 섬뜩함으로 역설적으로 전달했다. 영화의 인기로 재발매된 싱글은 88년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32위를 차지했고, 내 기억이 맞다면 95년 12 몽키즈라는 작품의 엔딩으로도 쓰였다.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푸르른 나무와 빨간 장미를 보았네
너와 나를 위해 피어나는 모습이여
나는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I see skies of blue and clouds of white
The bright blessed day, the dark sacred night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저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았네
밝고 축복된 낮과 성스럽고 어두운 밤
또 난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The colors of the rainbow so pretty in the sky
Are also on the faces of people going by
I see friends shaking hands saying how do you do
But they're really saying, 'I love you.'

저 하늘 위에 핀 아름다운 무지개가
거리를 거니는 저 사람들 얼굴에도
친구들이 악수를 하며 '잘 지내느냐'라고 하네
하지만 사실은 '난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고 있지.

I hear baby's cry, and I watched them grow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Yes,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듣고, 자라 가는 것을 봤지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많이 배울 거야
나는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그래, 나는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5 months in Saigon, and my best friend is a V.C. THIS WILL NOT LOOK GOOD ON A RESUMÈ!

(사이공에 있던 5개월 동안 사귄 가장 친한 친구가 베트콩이라니. 이걸 어떻게 이력서에 쓰란 말이야!")



영화에서 미국 장병들에게 웃음을 준 크로나워.

그리고 제2의 찰리 채플린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수많은 영화에서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로빈 윌리엄스

우리에게 잔잔한 웃음을 주던 로빈 윌리엄스 본인은 정작 우울증에 의한 자살을 했다. 

남을 웃기고, 자신은 웃지 못했던 아이러니한 삶이었다.
  살아생전 코카인 중독, 심장병, 알코올 중독에 우울증까지 앓았다. 향년 63세. 관객을 웃기는 세계적인 코미디 배우의 삶은 그리 행복하진 못했다. 로빈 윌리엄스는 한 때 코카인과 알코올 중독을 이겨내기 위해 홀로 고독한 싸움을 했다.


 로빈 윌리엄스 아내인 수전 슈나이더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오늘 오전 난 내 남편이자 가장 좋은 친구를 잃었다. 그는 사랑받는 아티스트이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며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보다 생전 그가 보여줬던 기쁨과 웃음에 초점을 맞춰달라"라고 부탁했다. 이어 "로빈 윌리엄스 사생활도 지켜주길 바란다"며 로빈 윌리엄스를 힘들게 한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 등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그는 파킨슨병까지 앓았음도 드러났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며 살아왔던 로빈 윌리엄스는 정작 우울증이었고,


프랑스, 미국, 몽골 등 당 시대 최고 나라들의 침략을 이겨낸 베트남은 나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후진국이고,


잔잔하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노래하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은

전쟁의 이면을 역설적으로 들려준다.




굿 모닝 베트남은


굿바이 베트남이라는 반어법적 인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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